<오후여담>명태의 눈물

기자 2019. 2. 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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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가지 이름을 가진 명태는 한국인의 대표 물고기다.

그 이름은 '명천군 어부 태(太)씨'가 잡은 물고기란 뜻이다.

조선 인조 때 함경도에 부임한 관찰사가 명천군 주민에게 밥상에 오른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자 명태라 부르라 해서 생겼다는 것이다.

러시아 이름 역시 '민타이'이니 명태는 김치·태권도와 더불어 우리말로 통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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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수십 가지 이름을 가진 명태는 한국인의 대표 물고기다. 그 이름은 ‘명천군 어부 태(太)씨’가 잡은 물고기란 뜻이다. 이 어원설은 조선 후기의 문신 귤산 이유원이 지은 ‘임하필기’에서 나왔다. 조선 인조 때 함경도에 부임한 관찰사가 명천군 주민에게 밥상에 오른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자 명태라 부르라 해서 생겼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진짜 ‘명천 태씨’ 집안의 후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도 소개돼 있다. 그의 부친 출생지가 함경북도 명천군 아간면이라니 믿음이 간다.

명태를 중국에서는 샤쉐 또는 밍타이위라 하고, 일본에서는 스케소다라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명란젓은 멘타이코라 한다. 한·중·일 3국의 말은 ‘밍타이’ ‘멘타이’로 달라도 한자는 명태(明太)로 같다. 러시아 이름 역시 ‘민타이’이니 명태는 김치·태권도와 더불어 우리말로 통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상표다. 이 땅에서 얼마나 흔하고 즐겨 먹었으면 그럴까. 조선 시대 후기에만 해도, 명태는 해마다 수천 섬씩 잡히고, 값도 싸서 심산궁곡의 노인부터 어린애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물고기였고 한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수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창산 김기수의 ‘일동기유’에 나오는 증언이다. 그보다 근 200년 앞선 숙종 때 문신 민정중이 ‘300년 뒤에는 북어가 지금보다 귀해질 것’이라 했다는 예고는 오늘의 실태에 비춰 보면 선견지명이었다.

정부가 개정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연근해 명태잡이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12일부터는 국내산 생태탕 판매도 전면 단속하고 있다. 씨가 말라 구경하기 힘든 명태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극단 조치다. 통계를 보면, 1980년대 초반에 15만t 가까이 잡히던 명태가 1990년대에는 1만t가량으로 줄어들고 2000년대엔 1000t 아래로 수직 급감한 데 이어 2008년 어획량은 0t으로 나타났다. 연근해 명태의 씨가 마르다시피 한 것은 지구 온난화 탓이 크지만, 분별없는 마구잡이도 한몫했다. 알배기는 물론, 애기태라고도 하는 1년생 명태 노가리까지 훑어 먹은 후과다.

그동안 우리는 생태탕, 북엇국, 황태채, 명란·창난·아가미젓 밥상을 받고, 노가리와 명태 눈알 구이를 술안주로 ‘노가리’ 풀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나눴다. 명태 가족의 피눈물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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