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희양 실종 20년 맞은 父情.."아빠만 잘 살아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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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온다"며 집 나간 게 마지막 기억
13일은 송혜희(당시 만17세)양이 실종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아빠 송길용(66)씨에게는 1999년 2월 13일 당시 고3 진학을 앞둔 혜희가 “공부하고 올게요”라며 경기도 평택 집을 나선 게 마지막 기억이다. 엄마 몰래 아빠에게 건네받은 용돈 5000원에 신이나 엄지를 올리던 기억도 함께다. 하지만 40대 중반이던 송씨는 어느덧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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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제작비 벌러 온전치 않은 몸 이끌어
송씨는 과거 두 차례의 허리 수술과 뇌경색 후유증으로 거동이 온전치 못하다. 냉장고 안 검은색 비닐봉지 안에는 처방약이 잔뜩이다. 그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온종일 길에서 폐지를 모았다고 했다. 폐지를 팔아 딸을 찾는 전단과 현수막 제작비용에 보태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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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내딸 찾아주겠나"
그는 “매주 목요일은 홀몸노인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봉사를 한다”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전단 나눠주고, 현수막 달고. (그러려면 부지런히) 폐지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는 나에게 ‘집착’이라고 ‘이제 그만 가슴에 묻으라’고 하는데 내가 찾으려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내 딸 찾아주겠냐”며 “더 나이가 들어 실종 전단 하나 제대로 못 만들게 될까 봐 그게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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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서 마지막 목격, 의문의 30대 남성
혜희는 20년 전인 13일 오후 9시50분쯤 집 부근인 평택 하리마을 입구(현 도일동 사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게 전부다. 송씨 입장에서는 버스에서 내린 혜희가 거짓말처럼 세상에서 사라졌다. 당시만 해도 시골 마을이라 폐쇄회로TV(CCTV)는커녕 가로등로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때다.
경찰의 초동수사 과정서 술 취한 30대 남성이 혜희와 같은 정류장에 내렸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답답했던 송씨는 혜희 엄마와 전국을 누볐다. 몇 년간 1t짜리 트럭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단을 나눠주고 현수막을 달았다. 그는 “모래밭에서 좁쌀 찾듯이 뒤졌다”며 “그때 나나 부인이나 (몸과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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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등지려 할 때 '혜희 살아있다' 더욱 확신
부부는 지옥 같은 현실을 잠시 잊으려 술을 찾았다고 한다. 어느 순간 혜희 엄마에게 심장병에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혜희 엄마는 전단을 품은 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송씨 역시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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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작은 배려 관심에 큰 용기
그는 잠자리에 누우면, 특히 혜희가 실종된 ‘2월’이 되면 칠흑 같은 세상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자신이 내민 전단을 보고는 ‘혜희양 이야기 잘 알고 있으니 이 전단은 다른 사람에게 주세요’라며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찾아오는 큰딸에게도 늘 고마움을 느낀다. 송씨는“손녀·손주를 볼 때는 (감격스러워) 시간이 멎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혜희는 어딘가 분명 살아있을 것이다. 눈 감기 전에 한 번이라도 꼭 보고 싶다”며 “지금도 우리 혜희만 찾을 수 있게 해준다면야 목숨도 기꺼이 내줄 수 있다. 이번 주말도 나는 전단을 돌릴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인터뷰 후 송씨와 함께 근처 국밥집으로 갔다. 그는 밥을 몇술 뜨더니 이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잘 먹었다”고 했다. 곧 “혜희가 전교 수석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아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평택=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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