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지독한 고독이 낳은 흥겨운 디스코

임희윤 기자 2019. 2. 13. 03: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9년 2월 12일 화요일 맑음.

노바디.

열 몇 살에 처음 영어를 배우면서 인상적이었던 단어가 'nothing'과 'nobody'였다.

마치 0의 존재와 같았으니까.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9년 2월 12일 화요일 맑음. 노바디.

#306 Mitski ‘Nobody’(2018년)

열 몇 살에 처음 영어를 배우면서 인상적이었던 단어가 ‘nothing’과 ‘nobody’였다.

마치 0의 존재와 같았으니까. 존재하지 않는 존재. 그 역설적인 실재들. 이 단어들이 들어간 노래 제목을 볼 때마다 묘하게 조금 설렜다. ‘Nothing Else Matters’(메탈리카)나 ‘Nothing Compares 2 U’(시네이드 오코너),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에릭 클랩턴)…. 어쩐지 슬픔이 날 덮쳐 달콤하게 무너뜨려줄 것만 같았는데 그 예상은 대개 들어맞았다.

비교적 최근 날 무너뜨린 ‘0’이 있다. 일본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미츠키의 노래 ‘Nobody’(사진)다. 미츠키는 말레이시아의 호텔방에서 이 노래를 썼다. 아시아 공연을 마치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됐고, 그 성수기에 미국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비싸게 끊느니 말레이시아에 며칠 머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호텔에 여장을 풀자 미츠키에게 엄습한 것은 평화와 여유라기보다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저마다 행복한 연말 휴가 이야기를 전해오는데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국에 떨어진 미츠키는 끝내 호텔 창문이라도 열어젖히기로 한다. 거리의 분주한 소음이라도 들여 고립감을 쫓아내려 한 것이다. 그렇게 나온 ‘Nobody’는 뜻밖에 흥겨운 리듬의 곡이다.

‘오, 나는 외로워/그래서 창문을 열지/사람들 소리를 들으려….’

네 박자로 쿵쿵대는 베이스드럼, 엇박자로 사각대는 하이햇, 펑키한 기타가 자아내는 디스코 리듬이 호텔방 속 1인 무도회로 청자를 초대한다.

‘사랑의 행성, 금성은/온난화로 파괴됐지/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랑을) 원한 탓일까?’

하향 선율로 ‘Nobody, nobody…’를 반복하는 후렴구는 긴장음을 품고 이미 비틀거린다. ‘0’과 혼자의 2인무는 그렇게 계속된다.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아이돌픽♥] 강다니엘 vs 박지훈, 당신의 선택은?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