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북한 '하노이 핵 담판' 왜 침묵?..'비건 발언'에 해답 있다?!

정인석 입력 2019. 2. 1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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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의 '핵 담판'이 진행될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보름 앞두고, 북미 양측의 상반된 분위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 로켓'이라는 신조어까지 내놓으며 연일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반면, 북한은 아직도 회담 개최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등 침묵 모드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침묵은 회담 한 달여 전부터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던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당시와 크게 다른 행보다.

북한의 이례적 침묵은 뭘 의미하는 걸까? 해답은 평양을 방문하고 서울을 찾은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내놓은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북한의 침묵…지난해 ‘선전전’과 다른 행보

북한 관영 매체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내놓은 건,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의 방미 보고 소식을 전한 조선중앙통신의 기사가 마지막이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큰 만족감을 표시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 준비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북미의 힘겨루기 속에 당시만 해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던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김정은 위원장이 사실상 수용했음을 알리는 보도였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게재됐을 뿐,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등 북한의 대내용 매체에는 일절 소개되지 않았다.

북한의 침묵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비건 대표의 방북을 전후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장소(베트남 하노이)와 날짜(2월 27일~28일)가 확정 발표됐지만, 북한 매체들은 아직까지 비건 일행의 방북 사실은 물론 회담 개최 확정 소식조차 전하지 않고 있다.

메아리 등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연일 미국의 '상응한 실천적 조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을 뿐이다.


이례적인 북한의 침묵 행보는 지난해 1차 정상회담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최 한 달여 전인 지난해 5월 10일, 북한 매체들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김정은 면담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대내외에 공개했다.

특히 "다가온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이 조선반도의 긍정적인 정세 발전을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훌륭한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만남으로 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소개하며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이어 싱가포르 회담 보름여 전인 5월 27일엔 "김정은 위원장이 6월 12일 예정되어있는 조미 수뇌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며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회담의 세부 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2차 회담’ 띄우기…‘경제 로켓’ 발언, 뭘 노렸나?

북한의 침묵 행보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최근 움직임과도 크게 상반된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동안의 대북 신중론에서 태도를 돌변, 최근 들어 연일 북한 관련 언급을 쏟아내며 2차 북미 정상회담 띄우기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처음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를 통해 "비건 대표가 2차 정상회담의 시간과 일정에 대해 합의했다"면서 회담 장소를 하노이로 확정해 발표했다.

이어진 트위터에서는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 경제 로켓이 될 수 있다!"며 "김정은의 지도력 아래 북한은 엄청난 경제 강국(great Economic Powerhouse)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경제 로켓' 발언은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했던 이른바 '로켓맨' 발언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북한이 핵·미사일이라는 로켓만 버리면 북한 경제가 로켓처럼 상승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김정은 지도력 아래' 엄청난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언급은 북한이 비핵화에 협조할 경우 북한의 체제는 물론 정권의 안전까지 담보하겠다는 적극적인 체제 보장 의지를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6일 폭스비지니스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은 그의 주민들에게 북한의 진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왔다. 김정은이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도 방북 협상에 나서기 전 대학 강연에서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감을 뛰어넘어야 할 시간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로켓 경제' 발언과 미국 관료들의 2차 정상회담 띄우기, 그리고 사회주의 개혁 개방의 상징인 베트남 회담 개최에는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비핵화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일관된 대북 메시지가 담긴 셈이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이 '스몰딜'이 아닌 '빅딜'의 공간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는 고강도의 압박 메시지다.


비건 대표 “협상 아닌 입장 타진이었다”…‘스몰딜 VS 빅딜’ 중대 국면

북한의 침묵과 미국의 회담 띄우기, 북미의 이 같은 상반된 분위기는 뭘 의미할까? 단서는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주말 서울에서 내놓은 발언에서 발견된다.

2박 3일간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비건 대표는 우리 정부에 김혁철 북한 대미특사와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 협상이 아니라 입장 타진이었다"고 평가했다.

북미가 평양 실무 협상을 통해 비록 2차 정상회담의 세부 날짜와 장소는 확정했지만, 관건인 비핵화와 상응 조치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실무협상은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서로 주고받는 협상이라기보다는 북미 간 구체적인 입장과 서로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비건의 평양행이 당초 기대와 달리 '협상'이 아닌 '협의', 즉 양측의 요구사항을 모두 꺼내놓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핵심 사안에 대한 실제 협상은 다음 주 제3국에서 이어질 추가 실무 협상 또는 하노이 '정상 간 담판'의 몫으로 남겨놓은 셈이다.


북미 이견의 핵심은 결국 북한의 '비핵화 수위'와 '제재 완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종전선언,평화협정,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 상응 조치 카드에 대해서는 탄력적이면서도 제재 완화만큼은 이른바 '영변 핵 폐기+ 알파'조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여전히 '제재 완화'가 필수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라는 전언이다.

'제재 완화를 제외한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미국의 대대적인 압박 공세에 북한이 마지막 선택을 놓고 고민에 빠진 형국, 결국 2차 하노이 핵 담판을 앞둔 북미의 상반된 분위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 수위에 따라 '스몰딜'이냐 '빅딜'이냐가 죄우되는 현재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국면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인석 기자 (isje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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