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재판 거래'..양승태, 47개 혐의·공소장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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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구속기소) 전 대법원장을 둘러싼 혐의는 47개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18개)과 110억원대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21개)을 합친 것보다 많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2015년 7월∼2017년 4월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을 통해 재판관 '평의' 내용과 각종 재판연구보고서 등 기밀자료 325건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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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구속기소) 전 대법원장을 둘러싼 혐의는 47개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18개)과 110억원대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21개)을 합친 것보다 많다. 공소장 분량은 296쪽에 달한다. 검찰은 “아직 적용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고 예고한 상황이어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추가될 전망이다.
◆핵심 혐의는 ‘재판 거래’
‘양승태 사법부’의 각종 혐의는 제왕적 대법원장 하에서 법관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불거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서 비롯됐다.<세계일보 2017년 3월6일자 1·5면 참조>
이를 계기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박근혜 전 대통령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는 등 수사를 전방위로 넓혔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방안을 2013년 9월부터 3년에 걸쳐 검토·실행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박 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재판을 하면 최대 역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에 혜택을 받을 것이라 보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밖에도 전국교직원노조 및 옛 통합진보당 관련 사건 등 다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2015년 7월∼2017년 4월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을 통해 재판관 ‘평의’ 내용과 각종 재판연구보고서 등 기밀자료 325건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파견법관을 ‘스파이’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화해 유용한 ‘비자금’ 혐의 등 다수에 대한 유·무죄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양승태·임종헌 혐의 ‘판박이’
검찰이 밝힌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날 일괄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나눠 받는 것과 대조된다. 임 전 차장이 ‘양승태 사법부’의 최고위층으로 가는 ‘길목’이자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앞장서 이행한 ‘행동대장’이었음이 재확인된 셈이다. 검찰은 이날 임 전 차장한테 ‘사법부 블랙리스트’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기소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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