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가장 걱정했던 건 물신주의…한국 사회,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읽음

글·사진 홍진수 기자

박승찬 김추기경연구소장

사회에 녹아드는 빛·소금 지향…살아계시면 난민들 챙기셨을 것

해외에선 그분의 면모 잘 몰라…올해 영어로 소개하는 작업 시작

“그가 가장 걱정했던 건 물신주의…한국 사회,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유산은 가톨릭대학교 부설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다. 연구소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뒤 바로 설립이 추진됐고 2010년 1월 서울대교구 주교평의회의 인준을 받았다. 연구소는 김 추기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집을 지난해까지 5권 냈다. 올해도 6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9일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에서 만난 박승찬 소장(인문학부 철학전공 교수·사진)은 “김 추기경의 가르침은 현대사회의 위기에서 가톨릭 사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 준다”며 “추기경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인간 존중과 사랑”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10년 전 김 추기경 선종 당시 신드롬에 가까웠던 추모열기를 되돌아보며 “가장 암울한 시기에, 아무도 말하지 못할 때 목소리를 낸 것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외형적으로만 보면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란 위상이 작용한 것 같지만, 그것만이라면 다른 분들도 그 정도의 추모를 받았을 것”이라며 “1987년 시위를 마친 대학생들이 명동성당으로 피신해 들어왔을 때 정부 책임자에게 ‘나를 밟고 가라’고 한 것이 일반 국민들에게도 아주 큰 인상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사회 참여’는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진행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박 소장은 “김 추기경은 바티칸 공의회 시절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다”면서 “김 추기경은 개인적인 구원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녹아들며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을 지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모토가 ‘세상 속에, 세상을 위한 교회’인 것처럼, 김 추기경도 주교가 될 때 사목 표어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 추기경은 선종하기 직전까지 ‘서로 사랑하라’고 당부했다. 그 뒤 10년간 한국 사회는 그 유지를 잘 따랐을까. 박 소장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소장은 “추기경님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 인간존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무한경쟁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최근의 세월호 사건, 구의역 사건, 김용균씨 사건까지 10년 동안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추기경님이 제일 걱정하던 것이 물신주의인데, 그것을 경고해야 하는 종교인들까지 부유함, 권력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어떤 사회문제에 가장 관심을 보였을까. 박 소장은 ‘다문화가정과 난민’을 꼽았다.

박 소장은 “추기경님은 항상 낮은 곳으로 가셨다”며 “오래전 한국에 와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을 위해 처음으로 미사를 하신 분도 추기경님이었고, 라파엘클리닉(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에 남다른 애정과 후원을 보내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올해에는 김 추기경의 면모를 해외에 알리는 데에도 힘쓸 계획이다. 그는 “국내에서는 굉장히 유명한데, 외국에서는 너무 모르고 있다”며 “아시아 주교총회를 처음으로 만드신 것, 외국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신 것 등을 영어로 소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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