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빈자리, 점점 커져만 갑니다”읽음

홍진수 기자

16일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성직자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마지막까지 약자들의 피난처였던 ‘어른’

‘바보 김수환’의 정신을 기리는 미사·심포지엄·전시회 전국서 이어져

오는 16일이면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꼭 10년이 된다. 시대의 ‘큰어른’이었던 김 추기경의 빈자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정신적 유산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 사진은 2010년 2월3일 선종 1주기를 기념해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추모사진전의 모습.  연합뉴스

오는 16일이면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꼭 10년이 된다. 시대의 ‘큰어른’이었던 김 추기경의 빈자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정신적 유산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 사진은 2010년 2월3일 선종 1주기를 기념해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추모사진전의 모습. 연합뉴스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명동성당에는 17일 각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줄을 이었다. 천주교 장례위원회 측은 이날 하루 동안 9만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조문 시작 시간인 오전 6시가 되기 전부터 명동성당 앞에는 시민들이 몰려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했다. 대부분 검은색 옷차림의 시민들은 빈소인 대성당 대성전 앞에서 근조 리본을 받아든 뒤 ㄹ자 모양으로 길게 줄을 지어 김 추기경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조문 행렬은 명동성당을 벗어나 남산 1호터널로 향하는 대로변까지 이어졌다. 영하의 날씨 속에 길게는 2~3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지만 모두 경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명동성당 측은 행렬이 너무 길어지자 빈소 입구에 ‘매우 혼잡하오니 조문은 목례만 간단히 해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을 써 붙였다. (…) 관계, 재계, 종교계 인사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에게 “김 추기경이 오랫동안 한국의 가톨릭과 추기경 회의를 위해 헌신해온 것을 회고하며 그를 천국에 허락해주십사 주께 기도하겠다”는 조전을 보내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국제사회와 함께 애도의 뜻을 표했다.’

2009년 2월18일자 경향신문은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다음날 명동성당 앞 풍경과 조문객들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전국적으로 김 추기경에 대한 추모 열기가 가득했다. 거의 신드롬에 가까웠다.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했다.

김 추기경은 선종을 며칠 앞두고 “나는 사랑을 많이 받았다.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라”고 유언했다.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은 이 시대의 마지막 ‘어른’이었다.

오는 16일이면 김 추기경이 선종한 지 꼭 10년이 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를 맞아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위원회’를 구성해 김 추기경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10주기 당일을 중심으로 추모미사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14일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주제로 하는 기념 심포지엄이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주관으로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다. 서울대교구 손희송 주교가 기조강연을 하고 가톨릭대학교 김남희·노연희·이상균 교수,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심현주 책임연구원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기념위원회는 16일 오후 2시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바보의 나눔’ 재단과 평신도 사도직 단체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미사는 가톨릭평화방송(cpbc) TV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된다. 김수환 추기경 생전의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전은 11~23일 명동성당 지하 1898광장에서 열린다.16일부터 6월20일까지는 성경, 제의, 제구 등 유품 전시회가 절두산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이어진다. 18일 오후 8시 명동대성당에서는 10주기 기념 음악회가 개최된다.

‘내 기억 속의 김수환 추기경’ 토크콘서트(17일 명동대성당 꼬스트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특별미사(3월5일 명동대성당) 등 김 추기경이 남긴 신앙적 유산을 되새기는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1922년 태어난 김 추기경은 2009년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성직자로서 한국 천주교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9년 김 추기경이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될 때 나이는 47세로 전 세계 추기경 136명 가운데 최연소였다. 독일 뮌스터 대학시절 은사였던 요제프 회프너 신부도 이때 추기경이 됐다.

김 추기경은 성직자의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서울대교구장이던 1971년 12월24일 KBS TV로 생중계된 명동성당 자정미사 강론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정권 연장 기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성탄 메시지’에 없는 내용을 김 추기경이 이야기하면서 생중계가 중단됐다. 이듬해인 1972년 8월에는 시국성명을 발표해 정권과 다시 충돌했다. 김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으로 있는 동안 명동성당은 민주화 세력의 든든한 피신처였다.

김 추기경의 일생을 돌아보는 방송은 이미 전파를 타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FM은 지난해 12월3일 라디오 드라마 <바보, 김수환>을 시작했다. 매주 월~금요일 오후 8시30분부터 8시40분까지 10분씩 오는 5월30일까지 이어진다. TV는 3부작 특집다큐멘터리 <우리안의 바보, 김수환>을 오는 16일부터 사흘간 방송한다.

가톨릭인터넷 굿뉴스에는 김 추기경 추모 게시판이 다시 문을 열었다. 기념위원회는 “김 추기경이 생전에 몸소 보여주었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되새기고 추기경이 세상을 향해 지녔던 지향과 정신을 이 시대에 다시 한번 구현하고 그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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