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맨] 도심 한복판에? '유령의 집' 딜레마

염규현, 조의명 2019. 2. 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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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데 도심 한복판에서는 유령의 집이 늘고 있습니다.

전국의 빈집만 126만 채.

시골도 아닌 도심 한복판에 왜 이렇게 빈집이 늘고 있는 걸까요?

이 빈집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지금 강원도 원주 구도심 지역에 와 있습니다.

원주역에서 2km 정도 떨어진 중심 지역인데요.

지금 들어오자마자 있는 집인데 담장이랑 대문 전체가 지금 기울어있습니다.

10cm 이상 이렇게 갈라져있는 게 보이고요.

인근 기도원도 이렇게 비어있습니다.

[정태화/원주 구도심 거주자] "재개발한다고 시작한 게 올해까지 19년째 됐어요. 돈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로 이사 가고 없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거예요. 개들도 이렇게 버려져 있고…"

저희가 밤에는 어떤지 저녁 먹고 한 번 다시 와봤습니다.

개들을 그냥 막 풀어서 놓은 상태라서 이쪽은 아예 빈집이 아니라 아예 무너진 상태로 그냥 방치가 되어있고요.

[황광근/원주 구도심 거주자] "그래도 이 골목은 괜찮아요. 저기 넘어가면 저 골목은 더 해요." (아, 그래요?) "거기는 완전히 진짜… 좀도둑도 있고 이 집도 도둑놈, 애들 막 들어오고 그랬어요. "

경제의 중심이 인근 혁신도시로 옮겨간 데 이어, 내년에는 원주역까지 폐쇄될 예정입니다.

[문명일 주무관/원주시청 도시재생과] "현재 재개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역이다 보니 도심재생 사업으로 추진을 못해서 좀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지난해 집값이 폭등했던 서울에도 10만 채 가까운 빈집이 있습니다.

이곳은 서울 성북동인데요.

4년 전에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가 된 지역입니다.

고급주택들이 많은 동네인데 그 사이에 이렇게 빈집들이 있고요.

담배꽁초들이 거의 수백 개쯤 돼 보입니다 이 집도 비어있고요.

[성북동 주민] "여기 동네가 많이 노후되고 보다시피 힘들잖아요." (기존에 있는 분들은 어떻게 사시는 거예요?) "그냥 사는 거죠. 집 수리해서."

결국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계세요?!! 여기 아무도 안 계세요?"

[한명희/주민] "빈집이 많아서 도시가스가 들어올 수가 없다고 그래서. 도시가스가 올 수가 없어요." (기름이 훨씬 비싼 거 아닙니까?) "그렇죠. 엄청 비싸죠."

◀ 기자 ▶

빈집, 얼마나 많은지 깔끔하게 정리해드립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빈집은 126만여 채.

주택 100채 중 7채가 비어있다는 건데요.

인구 감소가 심각한 농어촌 지역뿐 아니라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에도 빈집이 수만 채 씩 쌓여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로드맨이 다녀온 원주와 같이 지역경제 축이 이동하면서 기존 구도심이 쇠락해버린 경우도 있고, 성북동처럼 재개발의 늪에 빠져 동네 전체가 유령화된 곳도 적지 않은데요.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공급과잉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빈집 세 채 중 1채는 1년 이상 방치돼 흉물이 된 상태.

빈집 주변 지역의 범죄율은 다른 지역보다 19%나 높다는 해외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집 없는 사람들에게 빈집 가서 살아라 하기도 어렵다는 얘깁니다.

◀ 기자 ▶

제가 그 현장에 와있습니다.

바로 이 건물에서 지난달 불이 나서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층까지도 다 그을음이 잔뜩 묻어 있거든요.

[김현숙/인근 상인] "빈집이라서 노숙자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 11월에도 불이 났고. 또 이번에도 불이 난 거죠."

이 건물이 있는 청주 상당구에만 100여 곳이 넘는 빈집이 있습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주변 환경이 점점 험악해져서 범죄가 늘어난다는 이론이 있죠.

구도심이 공동화되는 현상도 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깨진 유리창 하나를 고치면 주변이 살아나는 단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약 1,200곳의 빈집이 방치된 인천 미추홀구.

LH가 매입한 임대 주택인데요.

이런 낡은 빌라들 지하에는 빈집이 많다고 합니다.

[최환/버섯농장 대표] (저희가 빈집이라고 듣고 왔는데 무슨 우주선 같아요.) "여기는 빈집은 아니고 버섯 농장입니다." (그런데 버섯 농장인데 텅 비어 있어요.) "이번 설 연휴 때 버섯이 다 이제 판매 돼서…" (아, 지금 완판 됐군요.) "그렇습니다. 빈집을 찾다 찾다 보니까 좋은 빈집들 보다는 안 좋은 빈집. 그 중에서 반지하 빈집이 많아서… 주거는 아니지만 조금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찾다가 이걸 실험하게 됐습니다."

이 동네에 이런 버섯농장만 17곳.

최근에는 버섯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고치는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김태환/인천 미추홀구 주민] "옛날에는 젊은 사람들, 불량배들이 와서 담배도 피고 막 그렇게 했었는데 지금은 집이 저렇게 깨끗하게 수리하다 보니까 그런 것도 없고, 동네 노인네들 또 젊은 사람들이 와서 하니까 다 존경스럽다고 그러고…"

이뿐 만이 아닙니다.

빈집을 고쳐 문화공간을 만들거나,

[조송주/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풀도 엄청 많이 자라고. 밀림이었죠. 그런 부분을 갖다가." (밀림은 좀 과장하신 거 아니에요?) "아 아닙니다. 사진도 있습니다."

문 닫았던 방앗간을 개조해 카페를 차린 곳도 있습니다.

이 건물이 지난해 초에 새 단장을 마쳤다고 하는데요.

4년 동안이나 빈집이었다고 합니다.

[이가민/쉐어하우스 매니저] "(건물)전체를 임대를 해서 쉐어하우스로 운영을 하고자…" (여기 근데 월세 궁금하거든요.) "저는 2층 2인실에 살고 있어서 저는 29만 원에 살고 있어요."

서울시와 사회적 기업이 방치된 빈집을 사들여 공동임대주택으로 개조한 겁니다.

◀ 기자 ▶

빈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게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고령화의 그늘을 우리보다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은 빈집이 무려 800만 채나 된다고 하는데요.

이중 3분의 2가 일본 경기 호황이던 1970년대 지어진 노후 아파트와 주택들입니다.

지자체마다 조례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다가, 지난 2015년 중앙정부 차원에서 빈집 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빈집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전국의 빈집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세금 혜택도 주는 한편, 반대로 관리 안 되는 빈집엔 주인에게 과태료도 물리고, 강제 철거까지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기자 ▶

지난달 국회에서 빈집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다수의 지자체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본격화합니다.

도심의 흉물이 된 빈집들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염규현, 조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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