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 앞에서 담배꽁초 '휙~'"..고속도로 졸음쉼터는 '흡연쉼터'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19. 2. 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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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졸음쉼터는 귀성객들 버린 담배꽁초 '몸살' / 졸음쉼터는 '흡연쉼터'로 변신 / 아이 앞에서도 담배꽁초 '휙' / 금연 '푯말'과 '단속카메라'…무용지물 / 5~10명이 동시에 흡연…알아서 피해야 / 간이화장실에서도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 쉼터에 버린 담배꽁초가 비바람에 날리기도 / 바닥에는 껌처럼 눌어붙은 담배꽁초와 가래침이 뒤섞여 / 차가운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아

"잠시 쉬고 싶어서 졸음쉼터에 잠깐 들려도 그야말로 담배 피우는 분들이 많아 좀 그래요. 보는 앞에서 담배 피우고 버리고 그냥 가요. 단속 카메라 신경도 안 쓰던데요."

지난 3일 경기도 고속도로 한 졸음쉼터. 경고문이 선명하게 붙어있지만, 경고문 주변에는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설 연휴 이틀째인 지난 3일 궂은 날씨에도 전국 고속도로는 본격적인 귀성 행렬이 이어지면서 주요 구간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었다. 

이른 귀성길에, 연휴를 즐기려는 나들이 차량이 뒤섞여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 운전자들은 정신적 피로까지 쌓여 작은 일에도 예민해진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꽉 막힌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장거리 운전에서 힘들게 하는 것은 졸음. 느닷없이 찾아오는 졸음을 쫓기 위해 창문을 열거나 껌도 씹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다보면 운전자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른바 졸음쉼터, 잠시 눈을 붙여 쉴 수 있는 장소다. 휴게소보다는 편의시설이 부족하지만, 장거리 운전 중 쏟아지는 졸음을 쫓기에는 이만한 공간이 없다. 운전자들이 졸음쉼터에 잠시 들려 잠깐 눈을 붙이는 사람들, 간이화장실에서 용변을 해결하고 담배를 피우며 짧은 스트레칭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경고문 주변에는 버려진 각종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졸음운전이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주범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지난 2011년부터 졸음쉼터가 설치됐다. 졸음쉼터는 현재 290개(도로공사 218·민자 23·국도관리청 49)로 늘어났다. 여기에 2021년까지 추가로 84개(도공 26·민자 18·국도관리청 40)가 신설될 예정이다. 도로별로는 고속도로에 총 241개, 일반국도에 49개가 설치됐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일반국도에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10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졸음운전 교통사고 예방 효과가 입증된 졸음쉼터. 설치 전후를 비교하면 해당 구간의 사고 발생 건수가 28%, 사망자 수가 55% 각각 감소했다. 졸음쉼터는 설치 이후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과 사망자를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졸음쉼터 주변에는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이날 찾은 고속도로 한 졸음쉼터.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 졸음쉼터는 진입로부터 주차된 차량이 많았다. 차량이 밀린 탓에 길게 줄지어 있기도 했다. 졸음쉼터에 들어오지 못한 차량은 핸들을 틀기도 했다. 한정된 주차장과 좁은 보행로 때문에 쉼터 내에서 진입하는 차량과 주차된 차량 그리고 어린아이부터 어른들 할 것 없이 뒤엉키면서 아슬아슬한 장면도 목격되기도 했다.

이 졸음쉼터는 흡연 구역이 따라 없을 정도로 흡연자들이 점령했다. 흡연자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삼삼오오 모여 피우고 있었다. 일부 흡연자들은 어린아이와 함께 걸어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며 한 손에 든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경고문이 선명하게 붙어있지만, 경고문 주변에는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스트레칭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한 흡연자는 "가족이 있어, 차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가 내린 탓에 빗물이 흐르는 곳마다 담배꽁초가 쌓여 가고 있었다. 어지럽게 버려진 담배꽁초가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가득했고, 배수구마다 담배꽁초가 쌓여 있었다.

흡연쉼터로 변한 졸음쉼터. 흡연자들이 버린 듯 한 쓰레기는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쓰레기는 늘어갔다. 쓰레기통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각종 음료수 용기와 일회용 용기들이 분리수거가 안 되면서 중구난방으로 쌓여 갔다. 무엇보다 음료 등이 여과 없이 담배꽁초가 담긴 채로 버려져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또 다른 졸음쉼터 쓰레기통 주변에는 어김없이 담배꽁초는 쌓여 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꺼지지 않은 채 버려진 담배꽁초도 있었다. 자칫 담뱃불이 쓰레기통 옮겨 붙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가 온 탓에 산불위험이 낮지만, 건조한 겨울철 날씨와 강한 바람에 자칫 산불로 번질 수도 있다.

한 졸음쉼터 간이화장실 주변에는 버려진 담배꽁초가 빗물에 젖은 채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흡연자가 동시에 뿜어내는 담배 연기에 어린아이부터 어른들 할 것 없이 담배를 마셔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어린아이 앞에서도 담배 피우면서 걷는 사람도 쉽게 눈에 띌 뿐만 아니라 반복된 헛기침을 하며 침을 뱉기도 했다. 한 쓰레기통은 재떨이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담배꽁초로 가득 차 있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곳마다 강한 경고 ‘푯말’이 설치 돼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고를 무시하듯 흡연 금지 표지만 주변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만 갔다.

아이와 함께 차에서 내린 한 가정주부는 "담배 피우는 곳이 좋겠어요? 아이와 함께 있으면 더 걱정되고 조심합니다"라며 "흡연하시는 분들도 어쩔 수 없다지만, 아이가 있으면 조심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한 졸음쉼터 간이화장실 내부에는 "여기서 담배를 태우시면 앙대요!!"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일본에서는 2001년 도쿄 지요다구에서 길거리 흡연자의 담배 불똥이 어린아이의 눈에 들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상 흡연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졌고, 이듬해부터 부분적으로 규제 조례가 도입된 바 있다.

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 한 관계자는 "담배꽁초 버리는 양이 과거보다 줄어들지만, 여전한 부분이 있다"며 "법으로만 규제하기는 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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