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12층까지 모두 저희 집이에요, 아파트 40채"..억! 소리나는 중국 '빈부격차'

안양봉 2019. 2. 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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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 들어온 富 .. "적어도 50억은 있어요"

"저기 아파트 1층 유치원 옆 베란다부터 12층까지 전부 우리 집이에요. 모두 40채죠."

중국 선전 00촌에 사는 36살 덩궈창 씨의 말이다.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소유한 30대 남자. 아파트는 00촌 원주민인 덩궈창 씨의 아버지 명의로 돼 있다. 지금은 폐기됐지만,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책으로 외동아들인 덩궈창 씨는 이 아파트를 상속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덩궈창 씨의 아버지는 어떻게 이런 엄청난 재산을 일궜을까? 선전 00촌 촌장의 말을 들어 보자.

"저희 마을 주민들은 원래 40년 전까진 선전강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살았어요. 너무 가난해서 강을 헤엄쳐 건너 홍콩으로 돈 벌러 가는 사람도 있었죠"

"덩샤오핑 주석이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정부에서 마을에 땅을 줬어요. 그 땅을 자산으로 하는 '마을주식회사'를 중국 최초로 만들었죠. 홍콩에서 기업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어요. 그 회사랑 합작해서 그 땅에다 공장을 지었죠. 그리고 임대료를 받았어요. 지금은 그 공장을 허물고 아파트를 지어서 임대를 주고 있어요."

이 마을 주민들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촌장의 말이다.

"집집이 적어도 1,000㎡의 부동산은 갖고 있어요. 한 집이 적게 잡아도 50억 원 정도의 부동산 자산은 가진 셈이죠"

물론 덩궈창 씨의 아버지처럼 더 큰 재산을 일군 사람도 많다. 중국 선전 원주민은 300여만 명, 이들에게 개혁개방은 굴러 들어온 '富'다. 1976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0달러, 개혁개방 40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해 지금은 9,900달러가 됐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값이다.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선전 00촌 주민처럼 엄청난 재산을 일군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아니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앞으로 중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빈부격차 문제'일 거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 중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중국 동관 경제특구 폐업 신발공장


전쟁이라도 치른 듯 ... 폐허가 된 시가지

선전에서 70km 떨어진 '동관 경제특구'의 한 폐업 공장이다. 고용 직원만 3만여 명, 그런데 2년 전 폐업했다. 타이완 업체는 이 공장을 접고 베트남으로 떠났다. '낮은 임금'과 '노동집약형 조립 공정'으로, 못 만드는 물건이 없었던 중국 '동관'. 중국식 경제성장 모델의 출발지이자, '세계의 공장'이라고도 불렸다. 그런데 이곳에서 30여 년을 번창하던 기업이 지금 떠나고 있다. 성장한 중국의 인건비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폐업 공장 근로자의 말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신발 공장이었어요. 타이완 사장이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떠났어요. 이 공장뿐 아니라 다른 공장도 중국 내륙이나 베트남 등지 이곳저곳으로 이전했어요."

중국 동관 경제특구 옆 시가지


쓰레기 더미가 된 공용 자전거


기업과 근로자가 떠난 시가지는 마치 전쟁이라도 치른 듯 폐허가 됐다. 근로자들로 북적였던 상점은 모두 셔터를 내렸다. 근로자들이 출퇴근 때 이용하던 공용 자전거는 더는 탈 사람이 없어, 인도 한쪽에서 녹슬어 가고 있다. 모두 최근 2~3년 새 일어난 일이다. 시가지 상인의 말을 들어 보자.

"장사가 잘 될 때는 이 시가지에만 15만 명이 장사하며 살았어요. 모두 문 닫고 떠났어요. 문 연 가게는 이제 세 곳밖에 없어요."

"사람이 없잖아요. 하루 매상이 몇 십 위안(몇천 원)인데 무슨 장사가 되겠어요. 지금은 사람이 없어서 물건을 들일 수가 없어요."

중국 동관 경제특구 옆 시가지


"날품이라도 좋다" ... 10시간 일하고 3만 원

직장을 잃은 농민공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중국 선전에서 가장 큰 인력시장, 런차이로 가 봤다. 일자리를 찾아 부나방처럼 모여든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막상 맞닥뜨리는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시간당 임금이 16위엔 안팎. 우리 돈으로 2천 500원 정도다. 중국에서도 이 돈으로는 도저히 버티지 못하는 박봉이다. 실직자들의 말을 들어 보자.

중국 선전 런치아 인력시장


"숙식비 빼고 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건 2~3천 위안(40여만 원)이에요. 여기는 월급이 안 높아요. 그나마 폭스콘(아이폰 제조공장)은 1시간에 30위안씩 해서 한 달에 6천 위안(100만 원) 정도 돼요"

"경기가 안 좋아요. 미국과의 무역이 잘 안 풀렸거든요. 폭스콘도 해고했어요. 10만 명이라는 말도 있어요"

"16살에 선전에 와서 9년 됐어요. 선전이 더 발전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많은 공장이 이전했어요. 좋은 공장이 거의 없죠."

선전과 동관에는 실직자용 초저가 숙박업소가 계속 들어서고 있다. 하루 숙박비가 30~40위안(6천 원) 정도다. 고기반찬 하나에 채소 반찬 두 개, 한 끼 8위안(1,500원)짜리 식당도 실직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지금 중국의 농민공들은 이런 곳에서 자고, 그렇게 주린 배를 채운다. 이런 농민공들이 중국에서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수천만 명? 수억 명? 그들은 개혁개방 40년, 1인당 국민소득 9,900달러, 2019년 지금의 중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 기부액 GDP의 0.12%...미국의 20분의 1 수준

많이 늦긴 했지만 중국 정부도 빈부격차 문제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자선가들의 더 많은 기부를 끌어내기 위해 2016년 9월 '중국자선법'도 발효됐다. 영국의 자선단체 CAF(charities aid foundation)가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서 중국은 2015년 144위를 기록했다. 2013년 중국 100대 자선가 기부금 총액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가 기부한 금액보다 적었다.

2015년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애쉬센터가 조사해 보니 중국 내 전체 기부액이 국내 총생산의 0.12%에 불과했다. 미국은 2.1% 수준이다. 기부도 지역 편중이 심해 티베트에는 전체 기부액의 0.01%가 들어갔지만, 베이징에는 15.7%가 몰렸다. 기부자 중 교육과 환경, 사회복지, 재난구호 4개 부문 모두에 기부한 사람은 알리바바의 마윈 한 사람 뿐이었다.

중국 안에서 들여다본 중국의 근심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여진다. 40년을 성장해 온 역량이 있으니 미국과의 꼬인 실타래도 풀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내부에 있다. 끝도 모를 '빈부 격차', 중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까?

안양봉 기자 (beeb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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