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 "차례상은 생략"vs"그래도 전통 지켜야"

2019. 2.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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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차례상에 기본 30가지가 넘는 음식..여성 스트레스 유발
직장인 여성은 차례상 스트레스에 "출근 희망"
설 명절 상차림 배달 서비스 활용..연휴 가족여행도 증가추세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설날에 차례상을 안 차린 지 10년도 넘었어요. 4월에 결혼하는 여자친구랑 명절에 집에 같이 갈 생각인데, 서로 부모님께 설 선물 전달하고 간단하게 밥 먹고 헤어질 것 같습니다."

직장인 김 모(34) 씨는 "차례상을 굳이 차려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직장 상사는 이번 명절에 이틀 휴가 내고 가족들이랑 스페인 여행을 간다"며 "명절에 조상을 모셔야 한다는 인식은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구에 사는 박 모(69) 씨는 시장에서 차례상에 놓을 음식을 사다 갑자기 답답함을 느꼈다. 큰집의 맏며느리인 박 씨는 "남편이 9남매 중 맏이인데 서울에 사는 형제들이 이번 명절에 일이 있어 거의 다 못 온다고 한다"며 "명절에 함께 차례상 음식을 만들면서 떠들썩했던 풍경이 그립다"고 말했다.

설날에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인 차례상 문화가 변하고 있다. 명절에 해외여행을 가거나 가족끼리 모이더라도 차례상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 차례상 전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10명 중 6명 차례 지내…"차례상은 기본"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들 못 낳는다고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셨어요. 아들 없으면 제사를 누가 지내냐고 집안에서 구박만 받다가 저 낳고 나서 발 뻗고 주무셨다고 하는데, 그 생각을 하면 부모님 제사를 안 지낼 수가 없더라고요."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장 모(52) 씨는 제사를 도맡아 온 지 15년 가까이 됐다. 장 씨는 "번거롭긴 해도 1년에 두 번 정도 차례상을 차리면 돼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고 말했다.

장 씨처럼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사람은 적지 않다. 추모공원인 분당메모리얼파크가 회원 3천715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22∼23일 '설 명절을 쇠는 모습과 의식변화'에 대해 인터넷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낸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80%는 '향후에도 차례를 지내겠다'는 의견을 냈다.

차례상은 기본적인 상차림이 있다. 각 지방과 가정의 전통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앞줄에는 과일과 한과를 놓는다. 둘째 줄에는 나물류, 셋째 줄에는 탕, 넷째 줄에는 적과 전, 다섯째 줄에는 밥과 국 등을 놓는다.

차례상만큼은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혼 10년 차인 최 모(42) 씨는 "차례상 음식을 만드는 문제로 어머니와 제수씨 불화가 심해져 동생 내외는 명절에 안 온 지 3년 가까이 됐다"며 "개인적으로는 정성 들이고 싶어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과 과일을 따져서 올리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밝힌 종가 제례음식 자료집성에 따르면 오늘날 기본 30가지가 넘는 제물을 차린다. 그러다 보니 명절 등을 앞두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은 적지 않다.

직장인 여성은 명절 연휴 출근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로 '명절 음식 등 집안일 스트레스 때문'(41.7%)을 꼽기도 했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지난해 직장인 77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차례 생략하고 간소화…해외여행 떠나는 사람도 많아

조상들께 지내는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추세도 확산하고 있다.

임신 6개월 차인 강 모(33) 씨는 "명절 음식 준비가 걱정이었는데, 시부모님께서 올해부터 차례상에 올라갈 음식은 주문하거나 간편식으로 놓자고 말씀하셔서 한시름 놨다"며 "직접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절반 가까이(47.5%)가 "설 차례상에 간편식을 활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시간을 절약하고 간편하게 조리하고 싶은 이유가 가장 컸다.

차례상 음식을 배달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BGF가 운영하는 온라인 프리미엄 푸드 마켓 '헬로 네이처'는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설 명절 상차림 배달 주문고객이 지난해 설 연휴를 앞둔 같은 기간 대비 2.5배 늘었다고 밝혔다. 전류와 국·찜류는 각각 2배, 구이·요리는 매출이 1.5배 늘었다.

전통문화 관련 전문가들은 차례상을 차리는 규칙은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제례 본래 모습을 보면 의례와 상차림이 지금보다 훨씬 간소하다"고 설명한다. 중국 송나라 때 주희가 쓴 제례 규범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는 간장 종지까지 포함해 제물 19종을 그려 놓았다.

국학진흥원은 "차례에 간단한 음식을 장만하는 원래 예법을 지키면 조상제사에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례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추모공원인 분당메모리얼파크 조사 결과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응답자들은 간소화 흐름과 종교적인 이유를 꼽았다. 차례 대신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가족끼리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38%)고 답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해외로 떠나는 인파도 상당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기간(2월1일~7일)에 약 142만6천35명의 승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전망이다. 광주광역시민 전체(약 146만명)가 해외로 나가는 것과 비슷한 규모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것이 아닌, 이제는 가족이 토의를 통해 명절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야 한다"며 "시대 변화에 따라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은 바뀔 수 있으며, 복잡한 방식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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