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己亥年 돼지 이야기>쫀득쫀득 명품 육질 '토종 흑돼지'.. 제주·김천 등서 겨우 명맥
- 토종 품종 무엇이 있나
체구 작고 생산성은 떨어져
외래종유입에 혈통보존 위기
김천 지례흑돼지 93년 복원
100여곳 한정납품 ‘귀한 몸’
‘합천돼지’ 상표등록 돼 유통
쫄깃한 식감·고소한 맛 특징
제주흑돼지는 육류용 개량종
근내지방도 일반돼지의 3배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해’다. 돼지는 옛날부터 ‘부’와 ‘건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꼽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체구가 작고 성장이 더딘 토종돼지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외래종과 마구잡이로 교배되면서 거의 사라졌다. 이러한 수난을 딛고 복원돼 명맥을 잇고 있는 토종돼지가 있다. 경북 김천시의 지례흑돼지, 제주의 흑돼지(똥돼지), 경남 합천군의 흑돼지, 강원 고성군의 흑돼지 등이다.
지난달 30일 경북 김천시 대덕면 관기리 한마음농장. 농장주 문제희(42) 지례흑돼지 작목반장과 종업원 2명이 출하를 위해 흑돼지를 크기별로 구분해 돈사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문 씨는 “지례흑돼지는 생으로 썰어 놓으면 고기의 결이 섬세하고 광택이 나며 지방질은 구우면 쫀득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면서 “한정된 출하 물량 때문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전국 100여 곳의 식당에만 납품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그는 2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도축을 위한 사육 기간이 7개월로 일반돼지보다 2개월 길고 사료비도 부담돼 현재는 다소 개량한 품종을 키우고 있다. 물론 지례흑돼지의 혈통을 보존하고 있는 품종이다.
지례흑돼지는 체구가 작고 길며 체중은 평균 68㎏ 정도이다. 지례흑돼지는 경제성 때문에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대거 유입된 흰색의 요크셔와 랜드레이스 등 외래종과 혈통이 섞이면서 농가 사육에서 밀려났다. 1993년 문재원(72) 전 지례신협장과 임직원이 흑돼지를 복원해 현재 지례·조마·구성·대덕면 5개 농가에서 40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 지례면에는 흑돼지 전문 음식점 10여 곳이 있다. 김천시는 지난 2000년 지례흑돼지 축제를 열었으며 황금돼지해를 맞은 올해에도 축제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경남 합천군의 흑돼지는 옛날부터 농가에서 재래식으로 사육하던 것이다. 일제강점기 종축개량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했으나 농촌진흥청이 종축 보존 및 실험 연구 등의 목적으로 키웠고, 이를 1991년 합천군이 10여 마리를 분양받아 번식하고 있다. 현재 3개 농장에서 35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 흑돼지는 2004년 ‘묘산 합천 명품 토종돼지’로 상표 등록돼 묘산면 합천 명품 토종돼지에 있는 직판장을 통해서만 유통되고 있다.
합천 토종 흑돼지는 빛깔이 붉고 육질이 쫄깃한 것이 특징이며 체구가 작고 기르는 기간도 길어 생산성은 낮다. 도축할 수 있는 큰 돼지로 자라는 기간은 일반 흰 돼지(180일)보다 긴 230일가량이지만 체구는 흰 돼지(120㎏)보다 작은 90㎏이다. 이 때문에 도입 초기 몇몇 농가는 사육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맛은 다른 돼지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나다. 합천 묘산면에서 10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유무형(71) 씨는 “합천 토종 흑돼지는 고소한 맛이 나서 먹어본 사람들은 육질을 인정해 준다”고 말했다.
제주 토종 흑돼지는 일명 ‘똥돼지’라고 부르며 사람의 인분을 먹여서 사육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돼지사육 방법이 개선돼 ‘돗통(제주도 화장실)’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돼지를 키우는 사례는 거의 사라졌다. 제주 흑돼지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며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좋다. 고기의 질이 우수하고 맛도 일품이다. 제주 흑돼지는 2015년 3월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됐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주 흑돼지는 농촌진흥청이 재래종을 활용해 개발한 ‘난축맛돈’ 품종이다. 난축맛돈은 제주 흑돼지 천연기념물 제550호와 개량종인 랜드레이스를 교배해 맛과 성장 등 경제 형질도를 높인 품종으로, 2005년부터 8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 최신 유전체 기법을 이용해 제주 흑돼지의 맛 관련 형질과 털의 색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를 고정했다. 맛에 영향을 주는 근내 지방도(결지방)는 일반 돼지보다 3배 이상 높은 편이다.
강원도는 한때 국내 토종 흑돼지 육성 사업의 중심지였다. 강원지역 토종 흑돼지는 1990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의 농가가 축산과학원에서 6마리를 분양받아 증식하면서 인근 홍천군과 화천군 등의 농가로 확산됐다. 이후 강원도는 2000년부터 토종 흑돼지 육성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홍천군과 고성군, 화천군 등에서 사육 중인 흑돼지는 2008년 ‘산우리 흑돼지’라는 브랜드로 전국에서 처음 한국종축개량협회로부터 재래돼지 혈통 등록증을 받기도 했다. 당시 홍천군 9000마리, 고성군 1800마리, 화천군 900마리, 영월군 500마리 등 모두 1만2200마리의 토종 흑돼지가 사육돼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0년 강원도를 휩쓴 구제역으로 토종 돼지 번식용 종돈의 기반이 무너지다시피 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일반 돼지보다 사료비가 많이 투입되고 사업성이 떨어져 지금은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일부 축산 농가에서 토종 흑돼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홍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장은 “사육이 쉽고 생산성이 높은 외래종 유입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옛날부터 기르던 토종 돼지는 찾기 힘들어졌다”면서 “유전적·학술적으로 공식 인정받을 수 있는 토종돼지 복원도 쉽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천=박천학 기자 kobbla@
합천=박영수·제주=박팔령·고성=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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