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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사모님께 '엄마 반성문'을 권합니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1 08:28

수정 2019.02.13 13:51

비지상파 시청률 신기록 19회 23.2%
오늘 2월 1일 마지막 방송
교육 매개로 부모와 자식 관계 모색 
  

'SKY캐슬' 사모님께 '엄마 반성문'을 권합니다


입시 위주 교육현실을 소재로 한 JTBC 드라마 ‘SKY캐슬’이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2월 1일 마지막 방송을 앞뒀다. ‘스카이캐슬’ 1회 시청률은 겨우 1.7%에 불과했으나 18회가 22.3%를 기록해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신기록을 세웠다. 19회는 0.9% 오른 23.2%를 찍었다.

■ "우리사회 관심사 교육문제와 스토리가 잘 어울린 게 인기 요인"

조현탁 PD는 1월 31일 오후 마포구 도화동에서 열린 ‘SKY캐슬’ 기자간담회에서 매우 저조했던 1회 방송을 떠올리며 “(지금의 시청률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첫날 시청률을 잘 기억하고 있다”며 “아이들과 신화고등학교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었는데, 그 성적표를 받고 촬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는 편집기사의 문자를 받고 울컥했다.
그날 저녁 작가와 통화하다가 작가도 내심 서운해 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2회는 4%가 넘을 것이라고 했더니 작가가 ‘그런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더니 ‘만약 그렇게 되면 근사하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 다음날 시청률 집계하는 곳에서 불이나 다행히 시청률이 안 나왔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웃음)”

이날 JTBC가 배포한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추이에 따르면 2회 시청률은 실제로 4%를 넘긴 4.4로 집계됐고, 10회 방송은 11.3%, 18회가 22.3%로 각각 10%대와 20%대를 넘겼다.

그는 큰 인기의 비결로 “성공 요인은 다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우리 사회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교육문제가 드라마의 스토리가 잘 어우러져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SKY캐슬’은 고급빌라에 몰려 사는 상류층 사모님들의 자식 대학 보내기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민낯, 성적지상주의에 왜곡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등을 다룬다. 극중 염정아는 수억 원을 들여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데, 이를 두고 학원가에 문의전화가 잇따른다는 등 드라마의 기획 의도와 다른 사회적 현상이 일었다. 최근 교육부는 불법, 고액 사교육 시장에 대한 합동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조현탁 PD는 이에 대해 “김서형씨가 연기한 ‘입시 코디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게 우리교육의 현실이고 민낯인 것 같아서 답답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제작진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교육을 매개로 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고 했다. 또 작가 자전적 이야기라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그렇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작가 자신도 아이를 대학에 보내는 과정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느낀 경험에서 드라마가 비롯됐지만, 실화는 아니고 있음직한 이야기를 가져오거나 극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촬영 전 대본이 10회까지 나와있을 정도로 작가가 매우 방대한 자료조사를 했고, 책도 많이 읽는 등 정말 꼼꼼하게 준비하셨다.”

정작 조현탁 PD는 교육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교육문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 외면한 측면이 있다. 작품 준비하면서 대치동에 갔었다. 가만히 앉아서 그 거리를 지켜보는데 괴상한 풍경이 많았다. 아이들이 큰 가방을 메고, 한손에 신용카드를 들고 뭔가를 사먹고, 우르르 이 학원 저 학원 옮겨 다녔다. 밤 10시에도 학원가가 아이들로 우글거렸다.”

조현탁 PD는 “부모들은 자식 잘되라고 공부를 강요하는데, 그 과정에서 과연 무엇이 남는지, 그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재(송건희) 엄마가 자살하지 않고, 영재가 의대를 쭉 다녔으면 어떻게 됐을까? 명주(김정난)는 영재를 계속 가만히 두지 않고, 더 좋은 성적을 내라고 채근하고, 의대 졸업 후 대학병원에 남길 종용했을 것이다. 그렇게 엄마 바람대로 된 사람이 강준상(정준호)이다. 하지만 강준상은 존재조차 몰랐던 딸 혜나(김보라)의 죽음을 계기로 나이 쉰이 되도록 자기가 누군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자조한다.”

19회에서 한서진(염정아)는 남편 강준상과 시어머니의 어긋난 관계를 보고, 자신과 자신 딸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진정 자신의 딸을 위하는 길은, 그토록 목매던 서울 의대 입학이 아니라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의 정체를 밝혀 딸의 동급생 황우주(찬희)의 누명을 벗게 해주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장고 끝에 내린 한서진의 결단은 실제로 남편, 두 딸과의 관계회복으로 이어진다.

'SKY캐슬' 사모님께 '엄마 반성문'을 권합니다


■ "악당 면모 한서진, 시청자 반응 걱정됐고 이수임 비호감 반응 고통스러웠다"

조현탁 PD는 이날 극중 명장면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너무 많다”면서도 “질문을 받는 순간 떠오르는 장면은, 한서진이 김주영에게 무릎 꿇는 장면”이라고 답했다.

“한서진은 굉장히 악당의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아는 주인공과 달라서 호감을 갖기 힘든 지점이 있다. 하지만 진짜 엄마의 입장에서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굉장히 궁금했다.”

그러니까, 굉장히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여주인공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여줄지 반신반의했던 것이다. 염정아의 호연에 힘입어, 우려와 달리 시청자들은 한서진에게 공감했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온갖 굴욕을 감수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는 모습에 현실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오히려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한서진과 대척점에 있던 인물로, 이상적인 엄마 상을 지닌 이수임(이태란)이 때 아닌 ‘비호감’ 캐릭터로 낙인찍혔다. ‘비현실적이고 오지랖이 넓다’는 등 비난을 받았다.

조현탁 PD는 이에 대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이태란씨도 굉장히 상처받았다. 이태란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한 신 한 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존경스러웠다.” 다행히 점점 ‘혐오수임’에서 ‘탄산수임’ 등으로 반응이 호전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싱글맘의 딸이자 예서와 라이벌인 혜나도 시청자의 달갑지 못한 시선을 받았다. 엄마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예서와 달리 혜나는 병든 엄마를 돌보면서 직접 돈을 벌며 학교를 다니던 성적 우수생. 하지만 혜나가 지닌 영악한 면모 때문에 밉상으로 찍혔다. 19회에서 누명을 벗은 우주가 무릎꿇고 사과하는 한서진에게 “혜나에게 사과했느냐”고 따지는 것은, 혜나에 대한 안쓰러움 마음을 담은 것일 것이다.

‘SKY캐슬’은 2월 1일 마지막 방송을 한다. 19화에서 혜나 살해 혐의로 구속된 김주영이 면회를 온 한서진에게 ‘어머니는 혜나의 죽음과 무관하십니까?’라는 말을 던진 가운데, 혜나의 죽음과 관련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그 반전이 무엇이건 간에, 궁극적으로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현탁 PD의 말대로 부모 자식 간에 성적은 무엇인지, 올바른 부모자식간의 관계는 무엇일지에 대한 성찰일 것이다.

공부는 자식 잘되라는 부모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권유 혹은 강요지만, 어느 순간 그 경계가 흐려져 부모의 불안과 욕심이 뒤엉킨 그 무엇이 되곤 한다.

한서진이 강예서를 서울 의대에 보내려는 이유에는, 시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강준상은 ‘지잡대’ 출신 황치영(최원영)이 자신의 자리를 넘보자 이에 대한 자신의 자존심 세우기 차원에서 예서가 그의 아들 우주를 이기고, 서울 의대에 입학하길 응원했다.

현직 초등학교 교장이 쓴 ‘엄마 반성문’이라는 책이 있다. 성적 우수생이던 저자가 전교 1등 고3 아들의 느닷없는 자퇴 선언을 시작으로 고2 딸의 연이은 자퇴, 그리고 이어진 악몽 같은 사건들을 겪은 후 자신의 지난 삶을 반성하며 쓴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부모가 아니라 감시자”였다고 반성한다.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특히 갑질이 일상화된 무한경쟁사회에서.

'하버드생'이라고 사기 친 차민혁(김병철)의 딸, 세리(이유나)는 말한다.
"내가 실패작이라고? 아빠야 말로 실패작이야. 자식에게 존경받아야 성공한 삶이라는데, 아빠야말로 바닥이야. 빵점이라고." ‘SKY캐슬’은 묻는다. 당신은 어떤 부모입니까.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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