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우려에 영국 최대 투자은행 짐싸

정원식 기자 입력 2019. 1. 31. 23:22 수정 2019. 2. 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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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재협상 없다” 못 박는 EU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 | AFP연합뉴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기업들이 잇따라 영국을 떠나고 있다. 재협상 여부를 둘러싼 영국 정부와 EU의 극단적인 견해차가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키우고 있어 기업들의 ‘탈영국’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가디언은 고객 5000명과 연결된 1900억유로(약 242조8500억원) 규모의 자산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지사로 이전하기로 한 투자은행 바클레이의 비상계획을 영국 고등법원이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1900억유로는 바클레이 전체 자산의 7분의 1 규모다. 바클레이는 아일랜드 더블린 지사의 인원도 150명에서 3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바클레이그룹은 노딜 브렉시트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음에 따라 비상계획 발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 인근 해역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유럽 선사들도 ‘노딜’을 대비하고 있다. 이날 스웨덴 선사 스테나라인과 노르웨이 선사 스톨트닐센은 브렉시트 예정일(3월29일) 이전에 자사 선박들의 선적을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스테나라인은 “확정된 건 아니지만 3월29일 이후에도 영국 선적을 유지해도 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톨트닐센 관계자도 “기업으로서 상황 변화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선적 변경은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업의 영국 이탈은 지난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된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가전기업 다이슨은 지난 22일 몇개월 안에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겠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다이슨 측은 ‘브렉시트와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창립자 제임스 다이슨이 열렬한 브렉시트 옹호자였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위선자’라는 격렬한 반응까지 나왔다.

소니도 유럽본부를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긴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날 영국 하원이 정부가 EU와 재협상을 하라고 결정했지만 EU는 ‘재협상 불가’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재협상을 일축한 데 이어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도 이날 “재협상은 의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에 출석해 “현재의 합의안이 최상이다. 어제 영국 하원의 토론과 투표는 그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면서 “재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여전히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어제 하원이 ‘노딜’을 거부하는 수정안을 가결했지만 끝이 아니다”라면서 “투표만으로 ‘노딜’을 막을 수는 없다. 합의안이 있어야만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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