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에서 '배임죄' 논란으로 번진 손석희 사건

박성우 기자 입력 2019. 1. 30. 14:39 수정 2019. 1. 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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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63) JTBC 대표이사가 프리랜서 기자 김모(49)씨를 폭행했다는 논란이 교통사고 동승자 의혹에 이어 배임혐의까지 번지고 있다. 김씨가 더 큰 폭로를 앞두고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교통사고와 폭행 관련 폭로를 ‘디딤돌’로 활용한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은 손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씨가 연일 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시하면서, 사건의 분위기는 점차 폭행사건에서 멀어지는 상황. 그동안 손 대표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명백한 허위"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김씨가 추가로 공개한 녹취록에는 "왜 그곳에 갔느냐?"는 질문에 "나도 말하고 싶어 죽겠다. 이게 알려지면 내가 정말 바보가 된다"라고 답하는 손 대표 추정 인물의 목소리가 녹음됐다. 그동안 손 대표의 주장과는 상반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향후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최초 논란은 마포구 주점 폭행 시비
논란의 시작은 지난 1월10일 밤 11시50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손 대표는 JTBC 건물에서 약 500m 떨어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일식 주점에서 김씨를 폭행했다. 김씨는 이튿날인 11일 새벽 상암파출소를 찾아 피해 사실을 알렸고, 지난 13일 정식으로 신고를 접수했다. 김씨는 경찰 측에 손 대표와 나눈 녹취록과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녹음파일에서 손 대표는 "아팠냐. 아팠다면 (폭행을) 인정할게" "미안하다"고 했다.

다만 폭행 강도는 양측 주장이 달랐다. JTBC는 "(손 대표가) ‘정신 좀 차리라’며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진술서에서 "손 대표가 욕설한 뒤 발과 손으로 네 차례 폭행했다"며 "탁자 아래로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고 옆자리로 옮겨 와 오른손 주먹으로 어깨, 오른쪽 광대뼈, 턱을 가격했다"고 썼다.

사건은 지난 24일 오후 6시, 경찰이 손석희 폭행사건의 내사를 시작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김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손 대표에게 경찰 출석을 요구했고, 일정을 조율하는 상태"라고 했다.

2017년 4월 16일 경기도 과천시 한 교회 맞은편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사진 위)에서 접촉사고를 낸 손석희 사장이 사고 직후 이동한 경로(아래). /TV조선 캡처

◇폭행 이전에 ‘과천 교통사고’ 취재 있었다
폭행 사건 배경에는 손 대표의 ‘과천 교통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추후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3주기이던 2017년 4월 16일 과천 중앙동 한 교회 주차장에서 있었던 손 대표의 교통사고를 김씨가 취재하면서 두 사람 연락은 잦아졌다. 김씨는 진술서에서 "‘손 대표가 젊은 여성과 차 안에서 밀회를 즐기다 접촉사고를 내고 도주했고, 피해자들에게 붙들려 150만원에 합의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썼다.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견인차량 운전자 A씨에 따르면 당시 손 대표는 교회 주차장에서 후진하다가 견인차량 앞부분과 부딪치는 접촉사고를 냈는데, 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A씨가 이를 뒤쫓아 약 1.8km 지점에서 차창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차는 서지 않고 그대로 달렸고 현장에서 3km가량 떨어진 곳에서 결국 멈춰 섰다. 손 대표는 차 밖으로 나온 뒤 A씨에게 명함을 건넸고, 다음날 수리비 명목으로 150만원을 송금했다.

손 대표는 차 사고 후 현금을 건네 준 것은 인정하지만, A씨 주장처럼 뺑소니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김씨가 공개한 녹취에서 손 대표는 "(견인차주가) 뺑소니라고 주장하는데, ‘아니다 내가 모르고 나는 그냥 내가 갔을 뿐이다’"고 했다. 사고 규모에 대해서도 말이 다르다. A씨는 이 사고로 견인차 범퍼가 우그러졌다고 말한 반면, 손 대표는 당시 사고를 인지하지 못할 만큼 경미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손 대표 동승자가 있었는지, 누구였는지로 논란이 옮겨붙었다. 김씨는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이 동석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손 사장은 90세를 넘은 자신의 어머니가 탑승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고 진술서에 적었다. JTBC는 "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과 일부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고 했다.

◇손 대표, 5개월간 김씨 회유·배임 논란
이제는 손 대표가 김씨를 회유·배임했다는 논란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씨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5개월간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수십 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주로 김씨의 채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손 대표가 김씨에게 "이력서를 하나 받아뒀으면 한다", "내가 밀어 넣으려 한다고 말들이 많을거야. 그런데 그렇게라도 해보지 않는 건 내가 너한테 미안한 일인 것 같다"고 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손 대표는 저를 통해 세상에 사실이 알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며 "저를 회유하기 위해 JTBC 작가직 등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고, 폭행 당일에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 합류시키겠다고 했다가 또다시 거절당하자 이에 격분해 폭행했다"고 했다.

배임 의혹도 나왔다. 김씨에 따르면 손 대표는 지난 19일 김씨의 변호인에게 월 1000만원을 보장하는 2년 계약의 용역체결을 논의하자는 문자를 보냈다. 본인의 교통사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기자직 등 회사 일자리를 제공하고 회삿돈을 용역비 형태로 주려고 했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배임죄는 미수라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것이 성립하려면 범행의 예비 단계를 지난 ‘배임 실행의 착수’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손 대표의 제안이 그의 사무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 일자리·용역 검토가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있는 것인지, 그에 따른 재산상 이득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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