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우주는 영감의 원천.. 미지의 세계로 남겨둘 순 없을까

임희윤 기자 입력 2019. 1. 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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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9일 화요일 흐림.

알려진 세상의 끝.

나쁜 소식엔 끝이 없다.

울티마 툴레는 라틴어로 알려진 세상의 끝을 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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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9일 화요일 흐림. 알려진 세상의 끝.

#305 Brian May ‘New Horizons (Ultima Thule Mix)’(2019년)

새해가 밝았지만 요 며칠 우울했다. 우주 탐사 기술의 발달 때문에 음악가들의 터전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걱정 탓이다. 음악가들의 뇌 속에 자리한 상상력의 영역….

진보와 실험을 주창한 대중음악가들에게 머나먼 천체는 오랜 세월 동안 초인적 영감을 줬다. 영국의 데이비드 보위(1947∼2016)는 1969년 ‘Space Oddity’를, 독일 전자음악 그룹 탠저린 드림은 1971년 앨범 ‘Alpha Centauri’와 싱글 ‘Ultima Thule’를, 영국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1973년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내놨다. 중력을 이겨낸 인간 상상력이 빚은 소리의 황홀경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핑크 플로이드가 다뤘던 달의 뒷면, 그러니까 인간 본성 깊숙이 도사린 가장 어두운 굴처럼 언제까지고 그림자 안에 칩거할 듯하던 그곳을 얼마 전 중국의 창어 4호가 감히 정복했다. 두꺼운 철학책보다 ‘있어’ 보이던 플로이드의 음향 금자탑에 금 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쁜 소식엔 끝이 없다. 탠저린 드림이 다룬 태양계 밖 소행성 울티마 툴레마저 침공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가 며칠 전 이곳을 지나며 찍은 툴레의 고화질 사진을 지구에 전송했다. 에드가 프뢰제(1944∼2015)와 그 동료들이 혼신을 다해 만들어낸 광막하고 심도 있는 음향 서사시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희망은 있다. 1992년,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토해낸 비장한 기타 연주곡 ‘Last Horizon’은 뉴허라이즌스호 덕분에 희망찬 동생, 즉 속편을 갖게 됐다. 천체물리학자이기도 한 메이가 탐사선의 새 여정에 바친 싱글 ‘New Horizons (Ultima Thule Mix)’(사진) 말이다.

옥토끼가 산다던 인류 상상력의 보고, 달이 정복된 지 꼭 50년 됐다. 그러고 보니 한편으론 다행이다. 우리가 아직 울티마 툴레까지밖에 못 나아갔다는 것이. 울티마 툴레는 라틴어로 알려진 세상의 끝을 뜻하니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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