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부의 '토건 실험' 성공할까..부담은 후손 몫?

이훈철 기자,한재준 기자 2019. 1. 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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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투자 부진·고용침체에 정책기조 SOC 확충으로 선회
전문가 "경제성 따지지 않은 예타면제사업 예산낭비 초래"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2019.1.10/뉴스1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한재준 기자 = 20세기 방식의 '토건 경제'를 비판해 온 문재인 정부가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사업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배경에는 최근 계속된 경기침체와 고용부진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발상의 전환으로 경제를 살리게 될지, 단기부양에 그쳐 건설사의 배만 불릴지 평가는 분분하다.

정부는 예타면제사업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정투입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십조원대 예타면제사업이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재정부담이 후대에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29일 15개 시도에서 신청한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사업을 예타면제대상으로 선정하는 내용의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SOC로 지역 건설붐 조성…건설 일자리 확대

정부가 대규모 예타면제사업 선정에 나선 것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예타면제대상 24조1000억원 가운데 연구개발(R&D)사업 3조6000억원을 빼면 85.1%인 20조5000억원 규모가 도로 등 대형 인프라 건설사업에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7%로, 전년 3.1%에서 뒷걸음질쳤다. 이 기간 건설투자도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건설투자는 전기대비 1.8% 증가했으나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2.1%, 6.7%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기성도 지난해 1분기 2.5% 증가에서 2분기 4.9% 감소로 돌아선 데 이어 3분기 4.4%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향후 건설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건설수주도 2분기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15.7%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도 5.7% 감소를 기록했다.

일자리도 위축됐다.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일용직 취업자는 전년대비 5.4%나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의 경우 전년대비 4.7% 증가했으나 2017년 취업자 증가율 11.9%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둔화된 셈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文정부 예타면제 50조 돌파…MB정부에 육박

정부가 고용부진과 경기침체 타개를 위해 SOC에 손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앞서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23조원 규모의 민자·공공 SOC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SOC예산도 4년 만에 전년대비 증액해 19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지난 23일에는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이르는 대규모 국유지 개발에 2028년까지 16조8000억원을 투자해 청년·신혼부부 공공주택 3만1000호와 창업·벤처 기업 부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국유지 개발 사업으로 37조2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20만5000명 규모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타면제대상도 과거 정부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기재부의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2018년 2년간 문재인 정부가 면제해 준 예타사업이 38건, 29조5927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예타면제 24조1000억원을 추가하면 약 54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2013~2016년 박근혜 정부 4년간 예타면제사업 23조6169억원(85건)보다 30조여원이나 많은 규모다. 역대 가장 많이 예타면제사업을 선정했던 이명박 정부의 60조3109억원과 불과 6조여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예타면제사업에 투입될 재정 부담이다. 예타면제사업은 타당성조사를 면제받기 때문에 곧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되는 경우 국비가 투입되게 된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 규모 400조원과 비교하면 이번 예타면제사업 24조원은 한 해 SOC예산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예타면제사업의 경우 한 해 완공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재정 투입이 분산돼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경제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무작위로 허용해 준 예타면제사업에 추후 문제점이 드러나거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국가예산으로 고스란히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4대강만 보더라도 22조23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완공됐으나 이후에도 계속해서 유지보수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이밖에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경기장도 예타를 면제받고 완공됐으나 이후 대회유치에 실패하면서 지자체 손실만 늘어나고 있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이에 대해 "전체 24조1000억원 중 국비가 18조5000억원이며 지방비가 2조원"이라며 "고속도로는 도로공사 등이 사업비를 분담하는데 그게 3조원 정도되고 민자도 7000억원 정도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10년간 공사가 진행된다고 보면 연평균 약 1조6000억원의 추가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재정지출 혁신이나 우선순위 조성 공사에서 집행 안되는 사업예산을 조정하면 재정에 급격한 무리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예타에 투입된 정부 예산의 경우 세금이 투입되거나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후대에 빚을 남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타라는게 정부가 예산을 낭비하지 않게 미리 사업들이 경제성이나 사회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나 검증을 하는 것인데 이를 면제해준다는 것은 아무거나 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도 수천억원 들여서 다리를 지어놨는데 하루종일 차 10대 왔다갔다하고 이런 예산 낭비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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