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야, 스마트폰 좀 그만!

한겨레 2019. 1. 28. 14: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9년 새해가 밝은 지도 어느덧 한 달이 가까워진다.

종이와 달리 메모장은 잊고 있다가도 자주 열어 보니까 그때마다 자극되고,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한다.

새해 목표를 세울 때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히끄의 사냥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을 줄어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히끄의 탐라생활기][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발바닥이 진한 분홍색이 되고

2019년 새해가 밝은 지도 어느덧 한 달이 가까워진다. 재작년 12월 마지막 날에는 새해 목표를 에이(A)4 용지에 적었는데, 작년에는 적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만, 적어만 놓고 잘 안 보게 돼서 이번에는 휴대폰 메모장에 생각날 때마다 적고 있다. 종이와 달리 메모장은 잊고 있다가도 자주 열어 보니까 그때마다 자극되고,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어제, 오늘, 내일이 모여 한주, 한달, 일년이 되는데, 이런 장기적인 계획도 중요하지만 히끄와 하루하루 잘 보내는 게 더 소중해서 그저 평온하게 별일 없이 살고 싶은 게 제일 큰 소원이다.

새해 목표를 세울 때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시험 합격이나 승진 같은 운이 따라야 하는 희망 사항과 금연, 다이어트 같은 노력이 필요한 생활 습관을 바꾸는 계획이 있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나는 새해 목표를 세울 때마다 체중 줄이기, 스마트폰 적게 하기, 책 많이 읽기를 항상 쓴다. 하지만 매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작심삼일 중에 3일도 채우지 못했다. 이쯤 되면 지겨워서라도 하나쯤 성공할 만한데 사람이 참 변함없이 한결같다.

변명하자면 좋은 습관은 꾸준하기 어렵고, 나쁜 버릇은 고치기 힘들다. 특히,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을 제일 줄이고 싶다. 원고를 쓰다가 막힐 때마다 ‘스마트폰을 많이 해서 사고력과 문장력이 떨어졌다’는 자책을 하지만, 바뀌는 건 없다.

히끄는 사냥 놀이를 할 때면 흥분해서 귀와 코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가족과의 소통이 단절되는데, 우리 집도 그렇다. 히끄와 오른손으로 놀아주면서 왼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냥 놀이는 치고 빠지기와 ‘밀당’이 중요한데,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면 재미가 반감된다. 그렇지 않아도 히끄는 사냥할 때 동공이 커지고 표정이 불안해 보여서 ‘사냥 고자’라고 소문났는데, 히끄도 ‘이게 다 아부지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히끄의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히끄를 상대로 사냥 놀이 해본 사람들은 히끄는 놀아주면 지치지 않고 계속 논다고 말한다. 비록 사냥 실력은 부족하지만, 집중력과 지구력이 좋아서 헉헉거리며 끝까지 쫓고, 흥분해서 귀와 코, 발바닥이 진한 분홍색이 된다. 고양이는 개와 다르게 입을 벌리고 숨 쉬는 개구호흡 하는 경우가 드물다. 타고난 천재형이 아닌 노력형 고양이인 것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실력이 좋다고 소문난 김주영 선생님을 데려와도 모자랄 판에 스마트폰 중독 집사를 둬서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히끄의 사냥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을 줄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정해진 시간에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가상 세계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히끄와 마당 산책을 하면서 일상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겨울은 추워서 히끄가 나가자고 현관문 앞을 서성거리면 모르는 척 했는데, 히끄는 마당 산책을 해서 좋고, 나는 스마트폰에서 벗어나서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아니 아니, 히끄 좋고 집사 좋다.

이신아 히끄아부지 <히끄네집> 저자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