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김향기, 사랑스러운 '스무살' 배우의 성장 [인터뷰]

한예지 기자 2019. 1. 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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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김향기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이제 스물이 갓 넘은 배우 김향기는 이미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냈고 이에 대한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다. 인생의 중요함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궤도를 착실히, 그리고 사뿐히 걷고 있는 김향기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소녀. 파란색 젤리와 만화 '보노보노'를 좋아하고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지녔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어 타인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 아이. 그러나 섬세하고 여린 감성 이면에 강인함이 있다. 이는 배우 김향기가 영화 '증인'(감독 이한·제작 무비락)을 통해 그려낸 캐릭터다.

우연히 건너편 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한 이후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낯선 변호사 아저씨 순호(정우성)의 노력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강한 순수함으로 세상 밖에 나온 지우의 변화는 지켜보는 이들에 뭉클한 감정의 동화를 일으켰다.

김향기 또한 그랬다. "지우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을 다한다. 이는 저희에게도 힘든 일이지 않나. 그런데 지우는 자신도 느끼고 싶지 않은 일상적인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굳은 의지로 진실을 알리려 한다. 그게 지우가 보여 줄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순수한 힘을 잘 표현하고 있는 아이였다"며 캐릭터를 설명하는 그에게서 따스한 애정이 엿보였다.

이한 감독은 김향기에 '증인' 시나리오를 보낸 뒤 지우란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단다.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자연스레 읽히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단 김향기는 "영화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오해나 편견에 대해 함께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잘 담고 있었다. 따뜻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 완성되겠단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 완성본을 보고 계속 마음이 찡하고 눈물이 났다며 "관객 분들도 인물들의 소통 과정이나 서로 이해를 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증인 김향기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무지에서 오는 편견,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이해를 강요하지 않고 소통을 통해 체화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저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낼 뿐이다. 그렇기에 잔잔함 속에 문득 밀려든 뭉클한 감동이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김향기 또한 영화의 결에 깊이 공감했기에 이를 더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관련된 사례를 찾아보고 이들의 특징이 담긴 영상 자료를 보며 세세한 감정의 표현을 해나갔다. 소통이 어려운 지우가 손짓으로 담아내는 감정 표현들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건 그래서였다. 디테일한 특성을 만들어낸 지점도 꽤 흥미롭다. 김향기는 "감각이 예민한 아이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란 생각으로 캐릭터의 설정을 만들어나갔다.

늘 '보노보노'를 보고 있는 지우지만 모든 에피소드를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회차 한편만 내내 보고 있을 거란다. 특히 지우는 말소리에 민감한 아이라 끌리는 말소리가 있는 장면을 계속 반복해서 보며 따라 했다. 파란색 젤리를 한쪽으로 씹는 특징 또한 지우의 특성에 맞춘 것이었다. 또한 파란색이 안정감을 주는 색깔이기에 실제 특수학교에서도 파란색 계열의 색감을 많이 쓴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우를 완성한 김향기였다.

그에게 지우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아니라 그저 남들과는 다른 아이였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이 특정한 행동을 하고 강박 증세를 보이는 건 사고 능력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픔을 잊으려 노력하는 행위였단 걸 알게 됐단 그는 "관객 분들도 지우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다만 염려한 것은 자폐증을 가진 이들과 그의 가족들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이처럼 상냥한 심성을 지닌 김향기는 극 중 등장하는 중요 키워드인 '좋은 사람'에 대해서도 곰곰이 고민했다. "사실 저도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뭔지 정의를 못 내리겠다"는 그였지만 "순간순간마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현재의 저로서는 캐릭터를 만나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단 마음이 든다. 그런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단 고민이 저를 배우로서 성장시키는 긍정적인 요인 같다"며 진심을 전한다.

증인 김향기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그의 부모님은 언제나 제 선택을 존중했단다. 김향기는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배우이길 원했고, 현재를 맞이했다. 그는 "학교 생활도 재밌게 했지만, 연기가 좋았고 촬영장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후 매 작품 배워가고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가며 그 감정은 더 커졌다. 연기할 때의 고민은 아무리 힘들어도 그조차 설렌다"고 배우란 직업에 대한 확고한 애정과 열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상 속의 김향기는 그 나이 때 소녀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학식(학생식당)이 궁금하다. 급식과는 다른 느낌이지 않나"라고 커다란 눈을 빛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입학 전까진 쉬는 타임이라며 집에서 TV 보고 책을 읽으며 심심한 여유를 즐기거나 극장에서 연달아 영화 몰아보기를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최근 '아쿠아맨' '주먹왕랄프2' '스윙키즈'를 몰아본 감상을 전하며 "셋 다 재밌어서 기분이 좋았다. 성공했다"며 행복해하는 그의 발랄함에 깃든 순수함이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지금껏 숱한 작품들을 통해 김향기의 성장과정을 지켜봐 온 대중들은 이처럼 밝고 바르게 성장한 그의 모습에 덩달아 흐뭇함을 느낄터. 그런 그들에 김향기는 조심스레 한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아직도 배우고 있는 단계이고, 아직도 어리지만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새로운 작품을 맞이했을 때 노력하며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 이 과정에서 오는 고민들을 더 쌓아가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싶다"는 제법 의젓한 그의 다짐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증인 김향기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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