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붉은 달 푸른 해', 두 달 동안 악몽 꿨어요" [인터뷰]

문수연 기자 2019. 1. 2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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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 사진=굳피플 제공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파티셰부터 디자이너, 형사, 간병인 등 다양한 역할에 도전한 배우 김선아. 더이상 새로운 모습이 또 있을까 싶지만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연출 최정규)'에서 더욱 깊어진 내면 연기를 선보이며 무궁무진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붉은 달 푸른 해’에서 김선아는 의문의 사건에 휘말린 후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된 아동 상담사 차우경 역을 맡아 극적인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작품이 종영하기도 전 최우수연기상을 받는 등 연기 호평을 받았다. 전작인 SBS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멜로 연기로 대상을 받은 김선아의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이었다.

김선아의 도전은 꾸준했다.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연기대상을 거머쥐고 ‘로코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선아는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늘 꾸준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SBS ‘여인의 향기’에서 김선아는 말기 암 환자 역을 맡아 앙상할 정도로 체중 감량을 하는 열정을 보여줬고,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는 탐욕스러운 간병인 박복자 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연기를 펼쳐 ‘명불허전 김선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연기 변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김선아지만 ‘붉은 달 푸른 해’가 아동 학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인 만큼 출연 결정에 고민이 있을 법도 했다. 또 극의 분위기도 상당히 무거웠고, 배우들에게도 그만큼 섬세한 감정 연기가 요구됐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터였다. 하지만 김선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출연을 선택했다. 도현정 작가에 대한 믿음을 넘어선 ‘팬심’이 바로 그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였다. 그는 “제가 도현정 작가님의 전작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 팬이었다. ‘마을’을 보면서 감독님, 온주완 씨한테도 계속 범인을 물어볼 정도였다. 그러다 이번 작품이 들어왔는데 도현정 작가님 작품인 걸 알고 ‘대박. 나 이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작품이 조금 어둡기는 한데 대본을 읽었을 때 추리 소설을 읽는 줄 알았다. 4회 정도를 읽었는데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이후 최정규 감독님을 뵙고 얘기를 나눴는데 너무 재밌더라. 처음 뵌 자리에서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너무 재밌었다. 시놉시스를 처음 본 날은 두세 시간 밖에 못 잤는데도 보면서 박수를 쳤다. 하나부터 열까지 최고였다. 이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었다”고 밝혔다.

김선아 / 사진=굳피플 제공


차우경은 의문의 사고에서 미스터리한 소녀를 마주하게 되고,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를 추적해가는 인물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삶이 바뀌게 된 차우경의 큰 감정 변화를 표현한 김선아는 작은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아동학대 사건을 마주하고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차우경을 그린 김선아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였다. 김선아는 이번 작품을 하며 두 달 동안 악몽에 시달리며 식은땀에 젖어 일어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작품을 통해 아동학대의 현실을 마주하며 “너무 가슴이 아파서 화도 나고 많이 울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연기를 김선아가 아니면 누가 소화해낼까 싶을 정도로 그의 연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전작들에서도 호연을 펼친 만큼 처음에는 ‘김선아는 그저 타고난 배우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 뒤에는 김선아의 엄청난 노력이 감춰져 있었다.

최정규 감독, 이이경(강지헌)과 술자리를 가지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질문을 메모해올 정도로 ‘질문쟁이’라는 김선아는 “저는 모든 작품을 할 때 질문이 많다. 친구를 30년 봐도 다 알지 못하지 않냐. 제가 맡은 캐릭터를 30년 산 사람처럼 연기해야 하다 보니 당연히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내가 그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사소한 습관이나 버릇 같은 것들까지 생각한다. ‘우경이는 이럴 때 어땠을까요?’에 대해 감독님께 끊임없이 질문했다. 대본을 볼 때마다 하루에 질문을 수천 개씩 했다. 감독님이 귀찮으셨을 것 같은데 잘 들어주셨다”며 웃어 보였다.

김선아 / 사진=굳피플 제공


김선아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과 완성도 높은 대본, 치밀한 연출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붉은 달 푸른 해’는 아동학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비록 시청률은 5%대에 머물렀지만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며 첫 방송부터 꾸준한 성적을 이어갔다. 동시간대 방송된 드라마가 자극적인 ‘킬링 타임’용 드라마라면 ‘붉은 달 푸른 해’는 심도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주연 배우로서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김선아였지만 그는 이번 작품을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극 중 빛나(유은미) 엄마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학대인지 아닌지 모르고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학대와 사랑의 차이를 구분을 못 하는 부모님이 계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자라난 아이는 자신의 아이를 학대해요. 괴물이 괴물을 낳는 거죠. 아이를 잘 자라게 해서 그런 걸 없애도록 하자는 게 드라마가 말하고자 한 취지였어요. 또 ‘붉은 달 푸른 해’에는 아동학대 가해자를 처단하는 인물이 나오는데 경찰 입장에서는 살인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이러한 어려운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진 드라마였어요. 개인적으로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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