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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
지난해 다보스포럼은 미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과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 성장 덕에 긍정적인 신호가 많았다. 당시 포럼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은 모든 비즈니스에 열려있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1년여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그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2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 시작, 대유럽에 관세 부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등에 참견하고, 터키 경제 파탄,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역대 최장 신기록 달성 등 예측불가능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 사이에선 '대체 트럼프는 무슨 생각이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CNBC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다보스포럼에 불참했음에도 여전히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무역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셧다운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관전포인트는 그 어느때보다 분열된 각국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다. 스티븐 왈트 하버드대학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다보스포럼에선 각국 정상들이 세가지 부류로 나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먼저 트럼프의 행보를 따라하는 국가와, 반발하는 국가, 그리고 트럼프의 '변덕 정치'에 현실적으로 적응하는 이들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다보스포럼 개막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존 케리 전 미 국무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임하라(resign)"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 등도 트럼프 대통령에 반발하는 쪽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56년만에 양국간 새 우호협정을 체결했다. 포퓰리즘과 국가주의에 대항해 협력관계를 강화하자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자유주의의 수호자'로 불리는 메르켈 총리는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어떤 발언을 쏟아낼지 주목된다. 특히 독일은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예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파리기후조약 탈퇴 등을 막지 못한 마크롱 대통령도 메르켈 총리의 행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외교장관이 중국측과 만남을 가질지 주목된다. 캐나다는 미국측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한 후 중국과 연일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협상 지렛대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미국은 멍완저우 부회장의 미국 신병 인도 요청을 캐나다에게 했고, 중국은 이를 취소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며 캐나다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프릴랜드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현재 중국과의 긴장 상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여전한 관세도 우려거리 중 하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하는 파는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브라질 등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데 따른 혜택을 입었고, 이탈리아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강경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이번 포럼에서 할 발언들도 관심을 모은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첫 국제 외교무대 데뷔전을 '세일즈 외교'로 시작했다. 그는 이번 포럼 연차총회에서 친기업 정책을 펼치겠다며 브라질에 투자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등 남미 좌파 정권에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중국은 현실에 맞게 트럼프의 변덕 정치를 활용하는 쪽이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파견했다. 당초 미국 대표단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셧다운 사태로 인해 미국이 아예 불참을 선언하면서 협상은 무산됐다.
이밖에 한국은 23일 일본과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을 비롯해 양국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49회째를 맞은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세계화 4.0'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마크롱 대통령,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집안(자국내) 사정을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메르켈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64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이밖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재계 인사들도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