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폴란드 재즈史의 쇼팽 '코메다'

임희윤 기자 입력 2019. 1. 23. 03:00 수정 2019. 1. 23. 03: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9년 1월 22일 화요일 맑음.

크시슈토프 코메다는 폴란드 재즈 역사의 쇼팽이자 신중현이 됐다.

우스꽝스러운 스윙 리듬, 긴장감 넘치는 변칙 화성이 공존하는 코메다의 재즈는 폴란스키 영상에 독자적 색채를 추가했다.

폴란드와 유럽의 재즈 연주자들은 여전히 코메다를 연주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의 신작 ‘Live’ 표지. 씨앤엘뮤직 제공

2019년 1월 22일 화요일 맑음. 코메다.

#304 Marcin Wasilewski Trio ‘Sleep Safe and Warm’(2014년)

크시슈토프 트슈친스키(1931∼1969)는 본디 이비인후과 의사였다. 뛰어난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현실을 택했다. 의대에 진학했다. 그나마 이비인후과로 방향을 정한 것은 청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공산 치하의 폴란드 사회는 재즈 음악을 곱게 보지 않았다. 술 마시고 흥청대는 지하 클럽에서나 연주하는 자본주의자들의 싸구려 춤곡쯤으로 여겼다. 반항심은 트슈친스키의 재즈 사랑에 도리어 불을 지폈다. 그는 흥겨운 춤을 위한 재즈 대신 폴란드의 전통을 흡수한 독자적 모던 재즈를 개척해 나갔다. 낮에는 진료를 하고 밤에는 작곡과 연주를 했다. 직장 동료들에게 이중생활을 숨기려 ‘코메다’라는 가명을 지었다. 크시슈토프 코메다는 폴란드 재즈 역사의 쇼팽이자 신중현이 됐다.

코메다를 세계에 알린 것은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다. 폴란스키가 연출한 ‘물속의 칼’ ‘막다른 골목’ ‘박쥐성의 무도회’에 코메다는 환상적인 재즈 음악을 만들어 넣었다. 우스꽝스러운 스윙 리듬, 긴장감 넘치는 변칙 화성이 공존하는 코메다의 재즈는 폴란스키 영상에 독자적 색채를 추가했다.

독특한 영상과 음악 덕에 코메다와 폴란스키는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답답한 폴란드를 떠나 영화 제작과 홍보를 위해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1968년 ‘로즈메리의 아기’는 두 천재가 합작한 최고작이자 코메다의 유작이 됐다. 그해 12월 로스앤젤레스의 파티장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코메다는 뇌 손상을 입고 이듬해 38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폴란드와 유럽의 재즈 연주자들은 여전히 코메다를 연주한다. 생전 코메다 쿼텟의 일원이던 트럼페터 토마시 스탄코(1942∼2018)는 ‘Litania: Music of Krzysztof Komeda’, 피아니스트 레셰크 모제르는 ‘Komeda’라는 앨범을 통째로 코메다에게 헌정했다.

멤버 전원이 스탄코의 쿼텟 멤버 출신인 폴란드의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 역시 음악적 할아버지 격인 코메다의 곡 ‘Sleep Safe and Warm’을 두 차례나 재해석했다. ‘로즈메리의 아기’ 주제곡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트리오의 내한공연에 갈 작정이다. ‘Sleep Safe…’를 들으면 니노 로타(1911∼1979)의 ‘태양은 가득히’ 주제곡이 떠오른다. 미스터리와 멜랑콜리가 뒤섞인 선율. 비극적 자장가.

‘너의 모든 두려움은 날아가 사라질지니/아침 햇빛이 뜨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핫한 경제 이슈와 재테크 방법 총집결(클릭!)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