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사줘!"..엄마는 '약국'이 무섭다

한민선 기자 2019. 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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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캔디·장난감 판매, 아픈 어린이 상대로 장사꾼 노릇" VS "부모들이 원해서 파는 것"


지난 19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약국에서 어린이 비타민 사탕 및 장난감 등을 판매하고 있다./사진=한민선 기자


#"엄마, 약국 가자!" 7살 하늘이(가명)는 엄마에게 먼저 약국을 가자고 조른다.핑크퐁 캐릭터가 그려진 '비타민 사탕'부터 '비타민 장난감'까지 하늘이가 좋아하는 제품이 약국에 많아서다. 하늘이는 약국을 갈 때마다 이같은 제품을 살 수 있어 신이 난다.

하늘이 엄마 A씨는 "약 값보다 비타민캔디·장난감 값이 더 비싸 스트레스"라면서도 "아픈 아이가 약국에서 떼를 쓰는 데 방법이 없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약국서 파는 어린이 비타민 캔디·장난감에 당류 함량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이 사달라 조르는 탓에 부모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소비자원이 어린이 비타민 캔디 20개 제품에 대한 영양성분 함량 시험을 실시한 결과, 당류 함량이 1회 섭취량당 3.81g(1일섭취기준 대비 10%)에서 10.48g(28%)으로 분석됐다.

가공식품을 통한 어린이 1일 당류 섭취기준은 37.5g이다. '토마스와친구들 비타씨'의 경우 1회 섭취량인 8개만 먹어도 섭취기준의 4분의 1 이상을 체우는 셈이다. 식약처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열량의 10% 이내로 권고하고 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고 판매하는 제품인 '건강기능식품 캔디'도 당류 함량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룡메카드 맛있는키즈비타민'의 경우 1회섭취량 당류 함량이 6.95g(19%)를 기록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캐릭터 물품 배치…"진열대에 약보다 장난감이 많아"

캐릭터가 그려진 어린이 비타민 제품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이에 일각에서는 일반 약국에서 당류가 과도하게 들어간 어린이 비타민캔디 판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은 비타민이 들어간 장난감의 도를 넘는 판촉에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비타민 장난감'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어린이 환자가 많은 소아과 부근 약국들은 의도적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캐릭터 제품을 배치해 놓는 경우가 많다. 주로 4~5000원에 판매되는 장난감은 비타민 10정 정도와 함께 왕관·귀걸이 세트, 모형자동차, 팽이, 칼 등으로 구성돼 있어 '건강식품'과는 거리가 멀다. 저렴한 가격에 정식 장난감이 아닌 터라 품질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일부 소비자들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을 팔아야 하는 약국에서 이윤을 위해 불필요한 판매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부 이모씨(38)는 "어린이 비타민캔디가 몸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부모들이 몇이나 되겠냐"며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아픈 아이가 약국에 파는 물건을 들고 떼를 쓰니 사주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씨(36)는 "약국을 들어가기 전부터 '오늘은 약만 사는 거다'라고 아이와 약속을 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국도 살아남기 위해서 판매를 하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진열대에 약보다 장난감이 더 많은 상황은 잘못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약사법령 판매 관련 규정 없어…"원하는 사람 있어 파는 것"

약사법령에는 사탕, 장난감 등 의약품 외 물품 관련 취급 및 판매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즉 현행 법령에서는 약국 내에서 장난감을 팔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심지어 '비타민이 없는 장난감'을 팔아도 괜찮다. 다만 약국의 관리 의무에 따라 보건위생에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물건을 약국에 두지 않아야 한다.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아빠들이 퇴근 후 자녀를 위해 약국에 비타민 장난감을 사러 오는 경우가 많다"라면서도 "플라스틱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유해하기 때문에 절대 취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장난감을 파는 약사들은 소비자 요구 및 수익 추구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씨는 "부모들이 먼저 '여긴 장난감 안파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며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근에서 경쟁을 하는 다른 약국들도 장난감을 두기 때문에 쉽게 치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관련 문제제기가 계속 되고 있으며, 일정 부분 수용해야 되는 부분은 맞다"며 "아이들 건강에 도움이 안되는 상품을 약국에 판매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미 불량식품을 판매하지 않도록 권장하는 내용의 공문으로 안내한 적이 있다"면서도 "다만 강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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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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