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메이 줄줄이 '노쇼'..49살 다보스포럼 '반쪽' 된 이유
22일 개막 기조연설은 브라질 보우소나루
무역전쟁에 내치 위기..세계화 그늘 반영
올해 49회째를 맞은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 포럼이 개막 전부터 김빠진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해 2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포럼의 주제는 '지구화 4.0: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아키텍쳐(Global Architecture) 형성'. 총 400여개 공개·비공개 세션에 약 30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하는 전체 얼개는 예년과 비슷하다. 하지만 ‘엑기스’에 해당하는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줄줄이 불참하면서 ‘반쪽 잔치’로 전락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추가된 불참자는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이다. 그는 유류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와 폭력 진압으로 국내 소요 사태가 커지자 당초 예정했던 포럼 참석을 취소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참을 밝히면서 대신 참석하기로 예정됐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대표단도 모두 참석을 취소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자리를 비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빠진다. 중량감 있는 인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도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맡아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게 그나마 뉴스거리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등 강대국 간 이익 충돌과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가 그림자를 드리운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셧다운을 핑계 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포럼에 참석했을 때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변하기에 바빴다. 2017년 처음 참석해 “보호주의는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 등의 언사로 주목받았던 시진핑 주석도 무역전쟁 휴전시한(3월1일)까지 미국과 합의 타결을 이루는 게 급선무다. 브렉시트 역시 영국과 EU 간에 경제전선을 어떻게 다시 긋느냐가 쟁점이다. 이제껏 다보스포럼이 세계 자유무역 질서의 상징으로 자임해왔지만 실제적인 이해 충돌의 조정엔 실패했다는 얘기다.
나아가 다보스포럼이 지향하는 가치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에 다보스 맨(Davos man), 즉 국경에 얽매인 국가보다 세계경제의 통합과 번영을 주창하는 국제 엘리트들은 세계화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는 사람들로 분류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09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주요 억만장자 12명의 총 자산은 10년 새 1750억 달러(약 197조3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이 대표하는 대졸 이상의, 살 만한 사람들과 대다수 좌절한 대중 사이의 ‘신뢰 갭’이 기록적일 정도로 벌어졌다는 사실이라고 FT가 지적했다.
참석 자격을 주는 기본 회원권이 60만 달러(약 6억7700만원, 2017년 기준)에 이르는 등 지나치게 상업화된 포럼 운영도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한편 한국에선 강경화 외교장관이 클라우드 슈밥 WEF 회장 초청으로 참석해 23일 '지정학적 전망' 회의에 일본 외무대신, 캐나다 외교장관, 싱가포르 재무장관 등과 함께 토론자로 나선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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