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도 울리는 AI시대, 재능 죽이는 사교육은 왜 할까요" [다시 쓰는 인구론]
[경향신문] ㆍ‘다른 인생 전략’을 찾아서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알파고에 처음 패한 날. 언론 헤드라인은 이렇게 장식됐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 알파고는 거침없는 행보 끝에 세계랭킹 1위였던 중국의 대표 바둑기사 커제 9단까지 3 대 0으로 물리쳤다. 커제 9단은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 중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커제의 울음은 사람의 두뇌가 인공지능에 패배한 상징적인 장면이 될 거예요.”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45)은 그 장면을 보고 며칠간 멍하게 보냈다. 이어 그해 전 소장은 모교인 대구대에 강의를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후배들이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모습에 “우리 때보다 더 처참해졌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방 사립대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면서요. 기껏 20대 초반인 친구들이 그렇게 위축돼 있는 게 맞는 시대냐고요.”
후배들에게 성공 모델이 있다고 소개하고 싶었다.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전국 평생학습관에서 요청이 왔고 강의 횟수가 70회를 넘어서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아이의 미래는>이라는 책을 냈다. “교육 전공자가 아니에요. 내 얘기를 한 것뿐이죠. 저도 학원 엄청나게 다녔지만 하나도 안 남았거든요.”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못했지만 법학과에 진학해 ‘법의 이해’ 수업을 들으면서 잘하는 걸 알게 됐다.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을 전개하는 시험이었다. A+를 받았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책 쓰는 게 꿈이었고 지금은 책을 공저까지 6권 냈으니 꿈을 이룬 거죠.”
그는 2002년 참여연대에서 처음 정보공개운동을 시작했고 2008년 정보공개 및 기록관리 전문 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만들었다. 2015년에는 협동조합 ‘알권리연구소’를 출범해 현재 대통령기록관리 전문위원, 청와대 정보공개 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스타트업에 비유한다면 2개의 스타트업을 만들어냈고 성공시킨 셈이다.
■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라”
『두 아들 키우는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공부로 상처주지 말고 아이들이 무언가 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야
다르게 산다는 자부심만 있으면 늦게 일 시작해도 재밌게 살 수 있어
전 소장은 16세, 11세 아들 둘이 있지만 사교육을 거의 시키지 않는다. 작은아들이 태권도학원을 다니는 정도다.
공부는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이 없으면 학원을 아무리 보내도 안 한다는 것이다. “공부로 상처주지 말고 무언가 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아낀 돈을 줘야겠다고 생각 중이죠.” 한 달 학원비 70만~80만원을 1년 모으면 1000만원이다. 5년만 학원에 안 다녀도 5000만원이 생긴다. “아이들 공부시키는 목적이 재능을 발견하는 것인데 우리는 재능을 죽이는 데 돈을 쓰고 있는 거예요.”
알파고가 이세돌을 물리칠 때 깨달았다. “그전에는 강남의 유치원 보내고 학원 보내고 차로 데려오고 똑같았어요. 한 달에 70만원 넘게 썼죠. 2016년부터 아무것도 안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도 안 가도 된다고 말해줬습니다. 서른살 될 때까지는 기다릴 생각입니다. 저도 스물세살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공부 안 하고 장사해도 되고요.”
큰아들은 집 앞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고 밝혔다. “저는 그게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구나’라는 불안이 에너지가 되겠죠.”
스스로 동기부여가 안되면 어떤 공부를 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선 초·중·고, 대학교까지 한 번도 자기 인생을 실존적으로 고민해보지 않는다. ‘유튜버’라는 직업을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있었을까.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및 취업준비생 4147명을 대상으로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1위는 번역가(31%)였고 2위는 계산원(26.5%)이었다. 5위는 비서(11.2%), 8위는 약사(9.3%)로 조사됐다. “제가 어릴 땐 말 잘하는 아이는 주의가 산만하다고 했어요. 지금은 말 잘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이 있죠. 저도 대중 강연을 하면서 느꼈어요.”
인공지능이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80%는 앞으로 필요 없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본다. 대학도 구조조정되고 있다.
전 소장은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것, 사람과 교감하고 나누는 능력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본다. 그는 집 주위에 있는 평생학습센터에 등록하라고 조언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20세까지 교육시켜서 60세까지 일을 시키는 게 목표였죠. 그런데 학교 지식 사용기간이 10년도 안돼요. 저는 마흔 넘어서도 책 읽는 사람들이 인생을 지배한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놀고 나이 들면서 더 공부해야 해요.” 인생은 ‘맞고 틀리고’가 없다. ‘다른 것’이다. “다르게 산다는 자부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재밌게 살 수 있어요. 마흔 정도에 본격 일을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40부터 80까지 일하면 되니까 청년들에게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 “실패할 기회가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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