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은 PPL캐슬? 간접광고 170개 '갑툭튀'

유윤정 기자 입력 2019. 1. 17. 10:00 수정 2019. 1. 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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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야 요즘도 악몽을 꾸니? 이 팔찌를 차고 있으면 죽은 혜나 꿈도 꾸지 않을 거야. 불안 초조 두려움 죄책감 그 모든 악한 기운들로부터 널 지켜줄 거니까."

SKY캐슬 16회에 등장한 PPL. 해외 유명 제품 디자인을 따라했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나오면서 오히려 역효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2일 방송된 드라마 ‘SKY캐슬(16회)’에선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이 자신의 학생 예서를 위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주영은 갑자기 예서 손목에 메트로시티 민트색 팔찌를 채워준다.

"잡생각이 들 때마다 이 팬던트를 만져봐. 민트색은 심장 박동수를 느리게 하는 힘이 있거든." 예서가 좋아하며 팔찌를 만지작거린다. 동시에 카메라는 팔찌를 클로즈업한다.

인기 드라마 SKY캐슬(JTBC·시청률 19.2%)과 알함브라궁전의 추억(CJ tvN·시청률 9.3%)이 종영을 향해 가면서 이야기 맥락과 무관한 과도한 간접광고(PPL)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들 드라마는 ‘PPL캐슬’ ‘PPL궁전’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 해도 너무한 PPL… SKY캐슬 170개·알함브라궁전 90개

17일 조선비즈가 두 드라마 전편을 분석한 결과 SKY캐슬은 170여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약 90개의 PPL이 등장했다. 화장품부터 의상, 액세서리, 음료수, 안마의자, 지문인식기까지 다양하다.

그동안 너무 자연스러워 광고인지 몰랐던 PPL이 많았다면 두 드라마는 주인공이 느닷없이 PPL 상품 관련 멘트나 행동을 하는 이른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가 많다. 극의 흐름을 끊고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Y캐슬의 사립학교 부자 엄마들이 모임하는 장면에선 갑자기 다같이 본죽 게살죽을 떠먹는 모습이 등장해 시청자들이 황당해했다. 이외에도 갑자기 마사지를 받거나 싸운 뒤 화해하는 장면에서 네스프레소 기기에서 추출한 커피를 마시는 등 어이없는 설정도 논란이 됐다.

같은 날 방영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13회)은 60분 방송에 5개가 넘는 제품이 로고가 박힌 채로 등장했다.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와 정희주(박신혜)가 데이트하는 장면에선 진우를 만나기 위해 곱게 화장하는 희주의 립스틱이 조명됐다. 해당 브랜드의 실제 모델이 박신혜인 것은 함정이다.

10초가 지났을까. 기대에 들뜬 희주가 나가려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서랍을 연다. 이번에도 카메라는 스와로브스키 로고가 크게 박힌 선물박스와 귀걸이를 클로즈업 한다. 한껏 멋을 부리고 나간 희주를 렉서스에 앉아있던 진우가 맞는다.

"뭐가 그렇게 주렁주렁이에요?" "예쁘게 하고 오라면서요..."

귀걸이를 한 희주를 본 진우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카메라는 또 한번 귀걸이를 조명한다. 삐친 희주를 본 진우는 웃으면서 갑자기 토레타를 마신다. 다음날 아침 진우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아님 라떼?"라고 묻는다. 카메라는 또다시 카누 라떼를 조명한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대본을 쓴 송재정 작가는 PPL이 과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 드릴 말씀이 없다. 현빈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이라 13화부터는 많이 넣을 수 없어 그전에 더 많이 넣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13화에 등장한 PPL.

tvN의 또 다른 드라마 ‘남자친구’도 이야기 맥락과 관련 없는 PPL로 시청률이 갈수록 하락 중이다. 수현(송혜교)의 운전기사는 진혁(박보검)을 불러내 "마시니까 몸이 가볍다"며 음료수를 건넨다. 진혁은 "모델 사진을 봤는데 대표님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수현에게 립스틱을 건넨다.

◇ 방송법 PPL 규제하지만...시청흐름 방해 판단은 심의위원 재량

통상 기업들은 드라마 PPL 비용으로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이 높으면 극의 흐름을 해치더라도 노출이 잦거나 브랜드가 잘 보이게 해 광고효과를 높인다.

드라마 한편을 제작할때 드는 통상적인 비용은 5억~6억원. 유명 스타가 나오거나 해외 촬영이 많아지면 제작비는 더 올라간다. 제작비의 60~70%를 방송사에서 받은 후 약 30%는 PPL로 충당하는 식이다. 드라마 남자친구는 간접광고를 포함해 8000만원 안팎의 금액을, 알함브라의 경우 자막·에피소드를 함께 넣을 경우 3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고품질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PPL과 협찬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자연스럽게 녹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법 시행령 59조3은 TV에서 간접광고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KBS 인기 드라마 ‘태양의후예’ ‘다 잘될거야’와 MBC ‘아름다운 당신’이 간접광고 심의조항을 위반해 권고·경고·주의 등의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PPL 상품이 과도하게 부각되거나 반복 노출됐는지, 시청흐름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등에 대한 판단은 심의위원 재량에 맡기고 있어 규제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백개에 달하는 과도한 PPL은 시청자 입장에서 시청몰입을 방해하고 광고상품 또는 광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SKY캐슬에 등장한 팔찌는 해외 유명 제품 디자인을 따라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역효과를 내고 있다.

오경수 공공미디어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지난 2016년 서울·경기 등 시청자 6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간접광고의 시청흐름 방해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16.8%,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26.9%,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9%였다. 시청흐름에 방해되지만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응답도 46.1%였다. 시청흐름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6.1%에 그쳤다.

한석현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지상파 드라마 한 회에 PPL이 평균 57개가 들어가는데 유료방송·종편 등은 더욱 심하다"며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편법이나 규정위반도 등장해 방통위 등 정부부처가 제대로 규제·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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