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TALK] 'AG 우승' 김학범의 경고 "아시아가 쫓아왔다. 키르기도 만만치 않다"

한준 기자, 이종현 기자 2019. 1. 11.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학범 감독 ⓒSPOTV

[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이종현 기자/ 영상 한희재 기자] “필리핀도 보세요. 우리 수비 한 두 명 그냥 제치잖아. 어느 팀도 방심할 수 없어요.”

스포티비뉴스는 필리핀과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C조 1차전에 1-0 신승을 거둔 다음 날인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김학범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만났다.

“다른 팀들도 다 어려워하잖아.” 연구하는 지도자, 한국 축구계의 경기 분석 1세대로 알려진 김학범 감독은 매일 늦은 시간까지 열리는 아시안컵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 그 스스로도 당장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예선 성격으로 열리는 2020 AFC U-23 챔피언십 예선과 본선을 준비하며 아시아 축구의 최신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개최국 UAE부터 전 대회 우승국 호주, 중국, 한국에 이르기까지 강호로 꼽히던 팀들이 연일 고전하는 상황에 대해 “우승을 노리는 팀은 컨디션 사이클이 다르다”는 축구계 일반론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월드컵도 그렇지만 우승국 프랑스도 조별리그는 잘 못했다. 독일처럼 그러다가 한 번 미끄러져서 아예 떨어지는 경우도 생기지만, 보통 우승을 노리는 팀이 처음부터 좋은 컨디션으로 가면 나중에 그래프가 뚝 떨어지는 때가 온다. 서서히 올리는 편이 좋다. 필리핀전도 그렇게 보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국이 우승을 목표로 컨디션을 맞춘 것도 사실이지만, 필리핀이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한국을 놀라게 한 것도 사실이다.

▲ 중국을 상대로 선전한 키르기스스탄 ⓒ연합뉴스/AP

◆ 한국 수비 쉽게 제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성장세' 위협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금메달, 원정 금메달을 이룬 김 감독은 발전하고 있는 아시아 축구의 수준을 불과 반 년 전 체감했다. 아시안컵 2차전 상대 키르기스스탄을 조별리그에서 만나 1-0 신승을 거뒀던 김 감독은 필리핀에 진땀승을 거둔 뒤 부임 후 처음으로 비판 여론을 겪고 있는 벤투호의 상황에 대해 이제 한국 축구 전체가 고민하고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특히 연령별 대표팀의 경우 아시아권에서 생소한 팀을 상대로 고전하거나, 한 수 아래로 여긴 팀들을 이기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필리핀도 어제 했지만 봐보세요. 우리 수비 한두 명 그냥 제치잖아. 어느 팀도 방심할 수 없어요. 그럴 정도로 많이 올라왔죠. 키르기스스탄하고도 우리가 해서 이겼지만, 근처에 있는 타지키스탄도 우리가 17세 대표 4강 경기에서 승부차기에서 졌잖아요. 키르기스스탄 근처에 있는 나라인데 우리와 경기력이 똑같아요. 그러듯이 지금 어디 한 팀 우리가 얕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단지 상대의 밀집 수비 조직뿐 아니라 역습 공격 상황에서의 기술적 측면도 발전했다는 점이 경계심을 더 높이는 요소다.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에 2골을 내주며 1-2로 패한 반둥 쇼크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필리핀도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어요? 상대가 내려섰지만, 볼 가지고 나올 때 얼마나 우리 수비가 많이 흔들렸어. 개인기 그냥 쉽게 못 뺐었잖아. 그 정도로 차이점이 많이 (줄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잖아. 전체적인 분위기, (팀적인)측면에서 우리가 조금 앞설 뿐이지. (선수)개별적으로 하는 것들은 굉장히 많이 쫓아왔어요. 키르기스스탄도 사실 중국이랑 할 때 봐보세요. 동점 골을 골키퍼가 실수 안 했으면 경기가 어떻게 갔을지 몰라. 그러듯이 방심은 없다고 보여져요. 우리가 만만하게 이길 팀은 없다. 그렇다고 상대가 우리를 만만하게 볼 팀도 없다. 이번 아시안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신체조건이 좋고 유럽의 영향을 받은 중앙아시아 팀들은 힘과 수비 조직에 역습 상황의 기술을 갖추면서 아시아 무대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최대 고비였던 우즈베키스탄의 현재 전력은 범상치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우즈베키스탄 같은 경우. 지금 1995년, 1996년생 세대들은 우리가 한 번도 못 이겼어요. 16세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처음 이긴 거야. 이 연령대에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나상호 요 연령대 애들 다 있어. 그런데 못 이겼어요, 우리가. 우즈베키스탄 그 멤버한테. 그 정도로 이제 굉장히 근사치로 갔죠.”

▲ 필리핀의 밀집수비에 고전한 한국 ⓒ연합뉴스

◆ 세계 무대 도전하는 한국, 한국에 도전하는 아시아 추격 거세다

월드컵에서는 우리가 이변을 노리는 도전자지만, 아시아에서는 발전하는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정상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팀들과 격차를 좁히는 것보다, 아시아의 다른 팀들이 한국 축구와 격차를 좁히는 것이 더 빠르고 위협적이다. 우리가 앞을 보고 달리는 사이 아시아 축구의 전체 수준도 향상됐다. 24개국이 본선에 오른 아시안컵, 최대 9개 팀이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는 48개국 시대의 도래는 한국 축구에 장밋빛 미래만 보장하는 상황이 아니다.

- 월드컵 때 우리가 독일을 잡고 한 달 뒤 아시안게임 팀은 말레이시아에 지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벤투호는 강팀과 경기에서 잘하다가 필리핀에 고전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이끈 감독으로 체감하는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축구는 발로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이변은 언제든지 일어납니다. 이변은 언제든지 일어나는 데 그 이변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죠. 사실 아시아권의 도전이 굉장히 거세고 만만치 않아요. 모든 팀들이 총력을 기울여서 아시아의 강국이라는 한국, 일본, 또는 이란, 사우디(를) 굉장히 근접하게 쫓아와 있어요. 제가 아시안게임 갔다 와서 앞으로 우리가 시합을 이렇게 준비하면 힘들다고 했어요. 최근에 우리가 아시아 대회에서 성적이 안 좋았어요. 17세나 19세에서 성적이 굉장히 안 좋았어요. 우리는 아시아 시합인데 그냥 나가도 되지, 이런 굉장히 위험한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제가 빨리 바꿔야 한다고 기술위원장과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상대가 그렇게 쫓아오기 때문에 우리가 세계 쪽을 더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결국 잡히거나 동등한 위치가 된다. 아직 격차가 분명히 있지만, 세계적인 격차를 쫓아가야 이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지금 아시아권 축구는 우리가 쉽게, 무조건 이긴다고 장담을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굉장히 투자하고 또 유소년들을 키우기 위해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따라 잡히게 돼 있습니다. 더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감독 입장에서 당면한 과제는 보편화된 밀집 수비에 이은 역습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감독의 전술적 고민과 더불어 선수 개개인의 기술 발전 노력이 함께해야 한다. 늘 그렇듯 특효약은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아시아 다른 팀이 밀집 수비, 주제 무리뉴 감독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교과서적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막을 수 있다고 알려준 상태여서 어려워졌습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도 고전하는 건 선수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준비하는 전술을 바꿔야 할까요?

“나 역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세 번이나 갔다 올 정도로 그 팀을 분석하고 연구했어요. 시메오네 감독이 굉장히 강한 조직을 만들었고, 그 수비 조직을 따라 하는 팀들이 굉장히 많고, 상대가 내려섰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전술적 변화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상대가 이렇게 서니깐 또 개인적 기량으로 선수를 돌파하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어요. 개인적인 기술 발전,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면 해결할 수 있어요. 두 가지 요인을 다 갖고갈 수 있어요. 전술적 변화, 전술적 주입. 어떤 상대가 이렇게 나오니깐 어떤 전술을 해야 공간이 생길 것이고, 허점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죠. 두 번째로 따지면 개인적인 기량이예요. 어떤 것들이 만났을 때 개인적이 기량이 해결하면 그 다음 것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단 말이예요. 예로 바르셀로나는 (상대가)아무리 밀집수비를 해도 뚫고 들어가고 맨체스터시티가 그렇게 해도 상대를 열어 제친단 말이에요. 그런 부분들 두 가지가 맞아 떨어져야 해요.”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열릴 2020 AFC U-23 챔피언십 예선이 캄보디아에서 열린다. 캄보디아, 대만, 호주와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하다. 2위로도 본선에 갈 수 있지만, 2위 팀 중 성적이 열세라면 AFC U-23 챔피언십 본선도 밟지 못하며 도쿄 올림픽의 꿈이 끝날 위험도 없지 않다. 호주전 패배 한 경기 만으로도 재앙이 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 당시처럼 검증된 와일드카드를 쓸 수 없는 AFC U-23 챔피언십,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일정이 김 감독에겐 더 부담스러운 도전이다. 김 감독은 15일 태국 전지훈련에 나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친 김 감독이지만, 새로운 23세 이하 연령대 팀을 만들어야 하는 김 감독은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1차 예선은 사실 옛날 같은 경우는 그냥 나가도 이긴다는 정도로 쉽게 생각했는데, 호주가 (우리 조에) 오면서…. 무조건 호주를 잡아야 합니다. 1차 예선을 잡아야 우리가 최종 예선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이 많이 가요. 새로운 선수를 갖고 새롭게 시작합니다. 1월 15일 태국 훈련 때 틀을 완성할 생각이에요. 좀 더 빠르게, 굉장히 스피드한 축구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호주는 우리가 얕볼 수도 얕봐서도 안되는 상대지만, 상대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우리 한국을 얕보지도 얕볼 수도 없는 상황이죠. 준비를 더욱더 철저하게 하겠습니다.”

:: 김학범 감독의 인터뷰는 11일 밤 9시 30분 SPOTV 프로그램 '스포츠타임'에서 방영됩니다.

인터뷰=한준 기자, 이종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