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인터뷰] 김학범의 축구론② "황의조는 타고났다. 타깃형 흐름은 지나갔다"

한준 기자, 이종현 기자 입력 2019. 1.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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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KFA 어워즈에서 최고의 선수와 감독으로 선정된 황의조와 김학범(오른쪽)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이종현 기자/ 영상 한희재 기자] 필리핀과 2019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첫 경기에 황의조가 없었다면? 필리핀의 밀집 수비에 고전해 제한적으로 기회를 만들던 한국이 1-0 신승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찾아온 기회 대부분을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고, 끝내 득점한 황의조의 결정력 덕분이었다.

이 상황은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은 아예 경기력에서 열세를 보이기도 했다. 대회 내내 한국이 우세했지만 상대 밀집 수비와 역습 전술에 애를 먹었다. 황의조가 고비마다 득점하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축구는 선수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전술을 구축하는 감독의 비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축구는 준비한 전술, 전략이 골이라는 변수에 의해 크게 흔들리는 경기다.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한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좋은 내용의 경기를 하다가 필요한 순간 득점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했다.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생각도 같다.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김 감독은 확실한 골잡이가 성공의 열쇠라고 했다.

▲ 김학범 감독 ⓒ한희재 기자

◆ 김학범이 본 황의조, “타고난 결정력에 자신감이 붙었다”

- 결국 골을 넣어야 한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이 비슷하다. 바레인전에서 대승했던 건 황의조가 이른 선제골을 넣어서. 토너먼트에서도 황의조 득점의 영향이 컸는데. 팀 운영에 가장 중요한가요?“팀을 운영할 때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로 운영하는 것과 잘 못 넣는 선수로 운영하는 건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요. 득점을 먼저 하게 되면 경기 패턴이 바뀌게 됩니다. 경기 운영 방법도 바뀌기 때문에 그 팀이 성적을 내는 것은 그 팀에 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져요.”

문제는 이러한 득점력을 갖춘 선수는 훈련과 노력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타고난 킬러 본능을 갖춘 선수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스트라이커도 골을 넣는 선수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타고나야 됩니다. 타고난 자기의 감각이 있어야 터뜨리는 거지. '골 못 넣으면 슈팅 많이 해' 이래서 골을 넣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선수들을 갖고 있느냐. 예를 들어 전북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잖아요.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굉장히 많아요. 어느 선수가 들어가도 득점할 수 있어. 그러면 경기 내용은 설령 안 좋다 하더라고 축구는 골 넣기 게임이니깐, 득점하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 팀에 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있느냐, 이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김 감독은 인맥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을 강행한 공격수 황의조를 타고난 선수라고 지목했다. 그와 같은 선수를 지금 당장 키워낼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대회 1년 전의 황의조는 기복이 심하고, 쉬운 기회를 놓치는 불안정한 선수로 꼽혔다. 본래 슈팅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였지만, 국가 대표팀의 주력 선수 물망에 오르지는 못했다. 김 감독은 전술과 훈련의 중요성은, 타고난 선수에게 적용할 때 성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사실 저는 (황의조 선수가) 타고났다고 봐요. 훈련해서 만들어지는 과정도 있지만, 그 골대 앞에서 감각을 찾는 것은 본인이 갖고 있는 것이죠. 거기에 본인이 더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거고. 그런 것들이 아무것도 없는데, 훈련만 하고 노력만 한다고 된다고 보지 않아요. 본인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것을 얼마만큼 더 커지게 하느냐가 훈련을 통해 하는 일이죠. 득점에 대한 자질은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2018년 자카르타-팔렘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한 황의조와 김학범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 황의조를 향한 김학범의 뚝심, 지도자의 믿음이 선수를 성장시킨다

가지고 있는 재능을 극대화하고, 때로는 성장 과정 속에 찾아올 수 있는 의심과 슬럼프에도 믿고 기다려주는 지도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성남에서 황의조의 1차 전성기를 끌어낸 김 감독은 그 점에서 자신이 처음부터 황의조를 알아봤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도 굉장히 중요해요. 사실 스트라이커는 매번 골을 넣을 수 없어요. 그럼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지도자의 믿음도 분명히 들어가야 해요. 지도자가 믿으면 기다려진다는 거죠. 기다리면 골을 넣는다는 거죠. 그런 자질을 갖고 있느냐 안 갖고 있느냐는 걸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고 있는 거예요. 처음에 성남 갔을 때도 교체 멤버였던 것을 베스트로 만들었고, 2015년에 15골을 넣게 만들었죠. 아시안게임 때도 황의조 선수가 9골을 넣었고, 필리핀전도 황의조 선수의 슈팅은 다 유효슈팅이에요. 황의조는 유효슈팅을 때리는 선수예요. 그런 능력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건데, 나는 그걸 썼을 뿐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성남에서의 인연이 끊기고 다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재회한 황의조는 김 감독과 첫 인연 당시보다 확실한 골잡이가 되어 있었다. 프로가 된 이후 기술적 성장이 어렵다고 말한 김 감독은 일본 J리그를 다녀온 황의조가 발전한 이유로 심리적 측면이 중요했다고 설명한다.

- 황의조 선수가 지난 해 꾸준한 모습을 보인 과정에서, 이전에 함께했을 때와 달라진 점을 보셨나요?“심리적인 걸 첫 번째로 보고 있어요. 사실 선수는 성인이 되면 실력이 늘지 않아요. 느는 것은 자신감이 붙는다는 거죠. 자신감이 붙다 보니깐 자기가 갖고 있는 게 나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성인이 돼선 그 습관을 고치기가 어렵다고 하잖아요. 근데 '저 선수는 눈을 떴다'는 얘기들을 많이 할 거에요. 그건 자신감이 붙은 거예요. 자신감이 붙으면 기량도 향상된다고 보는 거죠.”

황의조가 얻은 자신감은, 수비적으로 터프한 K리그를 떠나 보다 공격적이고 공간이 있는 J리그를 경험하며 생긴 것일까? 김 감독은 리그 환경의 문제는 아니라고 답했다. 황의조의 성장은 스스로 자기 재능을 실전에서 더 많이 펼쳐 보일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K리그가 거칠다? 근데 외국은 더 거칠어요. 황의조 선수는 자기가 어려움을 겪고, 자기가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새롭게 먹었고,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굉장히 강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준비도 잘했던 거 같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오기 전에도 개별적으로 시합에 관계없이 자기 몸을 만드는데 집중할 정도로 굉장히 집념을 보였거든요. 그런 것들이 다 맞아떨어진 거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진 않는다고 봐요.”

▲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김학범 감독 ⓒSPOTV

◆ 김학범호와 벤투호에 ‘타깃형 공격수’가 없는 이유

김학범 감독도, 파울루 벤투 감독도 황의조를 첫 번째 스트라이커 옵션으로 선발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아시안컵 대표팀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전 한국 대표팀에 어김없이 포함됐던 전형적인 타깃형 공격수,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장신 공격수를 선발하지 않은 점이다. 밀집 수비가 예상되는 아시아 팀과 경기에 경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옵션을 뽑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통해 설명했다.

“지금은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흐름이 없어요. 다 잘하면 좋겠죠. 힘 있고, 헤딩하고, 키 큰 선수가 가운데서 있어야 된다? 이런 부분은 지금 흐름이 아니에요. 왜? 경기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그런 선수가 들어가면 당연히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어. 그래서 그런 능력(속도)을 가지고 있는 선수면 쓰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는 못 쓰는 거예요. 축구가 굉장히 빨라졌잖아요. 예를 들면 (유럽의) 큰 팀들, 좋은 팀들 봐봐요. (공격수가) 다 작습니다. 얼마만큼 파고들어서 빨리 결정을 짓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속도가 더 필요한 거야. 속도가 필요한데 타깃형을 두고 롱볼을 올린다? 이런 부분은 문제점이 있어요. 그렇게 하는 사람이 다 갖추고 있으면 쓰겠지만.”

“특히 벤투 감독 같은 경우 더 그런 거 같아요. 아예 뽑지 않았어요. 속도가 문제라는 거죠. 뒤 공간을 더 파고들면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게 관건입니다. 큰 선수가 그것까지 잘하면 더 좋겠지만. 예를 들어 석현준, 김신욱을 빼고 지동원, 황의조 선수를 넣은 것은 문전에서 날카로움이나 뒤 공간 공략을 더 선호한다고 봐야죠. 지도자의 스타일로 봐야 하기도 하지만, 요즘 세계 축구의 흐름이 굉장히 속도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거죠.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상대를 그만큼 돌파하기가 어렵다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흐름 변화에서 타깃형 공격수가 많이 없어졌다고 보는 거죠.”

선발 선수가 아니라 조커 옵션으로도 고려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여러 선수를 두루 기용할 수 있는 리그와 달리 한정된 엔트리로 치러야 하는 국가 대표 레벨에서는 선택의 우선순위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 부분(조커)들도 필요하죠. 옵션으로 여러 가지를 가져갈 수 있는데, 사실 한정된 인원이 있잖아요. 선수 30명이면 되는데 그게 안 되거든. 팀의 효율성을 따져야 하잖아. 인원을 선발할 때 효율성도 따져야 된다는 거죠. 최대로 효율을 낼 수 있는 조합이 어떤 조합이냐를 따지고. (타깃형 조커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쓸 수 있어요.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상대방이 밀집돼 있을 때, 볼이 길게 올라오는 것은 네 볼, 내 볼이 아니라는 거죠. 누가 딸지 모른다는 거죠. 그래서 확률이 높은 쪽으로 가다 보니까 높은 볼보다는 우리 발 밑에 패스하는 게 좋죠. 그렇게 흐름이 바뀐 것입니다.”

인터뷰는 (3)편에 계속됩니다.

:: 김학범 감독의 인터뷰 풀영상은 11일 밤 9시 30분 SPOTV 프로그램 '스포츠타임'에서 방영됩니다.

인터뷰=한준 기자,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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