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문화·음주강요 옛말"..확 바뀐 대학 신입생맞이 풍속도

조해영 2019. 1. 1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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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대학은 최근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에 참여하고 싶은 재학생이 사전에 인권 관련 교육을 들어야만 새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새터와 신입생환영회 등은 과도한 음주 강요로 악명이 높았다.

서강대 성평등위원회 관계자는 "신입생 관련 행사를 앞두고 재학생들에게 가장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은 술 문제"라며 "과거 여러 대학에서 과도한 음주로 성범죄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던 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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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친해지는 문화' 그만..평등·배려 강조로
인권 교육 권장하고 장기자랑도 강제 안 해
전문가들 "학생들 나름의 자정작용..긍정적"
서울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만든 홍보 만화 일부. 술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서울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페이스북)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서울시내 한 대학은 최근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에 참여하고 싶은 재학생이 사전에 인권 관련 교육을 들어야만 새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사전에 교육을 듣지 못한 재학생이라면 새터에 가서라도 교육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새터는 3월 입학 전 단과대·학과별로 열리는 오리엔테이션을 일컫는 말로 신입생들이 동기와 선배들을 처음 만나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행사다.

3월 개강을 앞둔 대학가의 신입생 맞이 문화가 평등과 배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선·후배 간 위계를 강조하고 과도한 음주를 강제하던 관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학생 차원에서의 자정 작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술로 친해지는 문화는 그만…자체 지침 만들기도

학생들이 가장 많이 경계하는 것은 술이다. 새터와 신입생환영회 등은 과도한 음주 강요로 악명이 높았다. ‘술터’(술+새터) 와 ‘술티(술+엠티)’ 같은 별칭이 있을 정도다.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년 동안 대학 오리엔테이션이나 엠티(MT·Membership Training) 등에서 발생한 음주로 인한 대학생 사망사고는 22건에 달했다.

서강대 성평등위원회 관계자는 “신입생 관련 행사를 앞두고 재학생들에게 가장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은 술 문제”라며 “과거 여러 대학에서 과도한 음주로 성범죄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던 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직접 신입생 관련 행사 지침을 만들기도 한다. 서울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는 ‘술자리 참여와 음주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새내기 맞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 위원회는 “모든 학생이 즐거울 수 있는 행사를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음주 외에도 신입생에게 처음 연락할 때 자기소개 없이 반말하는 것은 자제하고 행사 중 장기자랑과 연극을 강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학 학생회 등은 신입생 관련 행사에서 친목 도모를 이유로 신입생 전원이 참여하는 연극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 밖에도 외국인·성소수자·장애인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려대 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술자리에서 관행적으로 쓰던 게이샷·레즈샷(동성끼리의 러브샷을 일컫는 말) 같은 단어를 쓰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소수자 배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입생 맞이 문화 개선되고 있지만 걱정하는 목소리도

신입생 맞이 문화가 개선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3월에 대학 입학을 앞둔 김모(19)양은 “아직도 일부 학과에서는 군기가 심한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만약 나아졌다고 해도 장기자랑이나 선배들이 주는 술을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정모(22)씨는 “새내기들한테 술을 너무 많이 주지 말자거나 장기자랑을 꼭 강제로 시켜야 하느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을 쿨하지 못한·재미없는 사람으로 보는 친구도 있어 말하는 데 가끔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공유하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은 일종의 자정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합리적인 선에서 이를 정하고 지킨다면 부정적 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해영 (hych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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