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탄수화물] ② 비만의 '원흉' 탄수화물을 막아라,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비밀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19. 1.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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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제한하면 인체가 지방 태워 살 빠진다는 주장
기존 의학계 "적게 먹어 총열량 줄여야지 탄수화물만 안 먹는다고 빠지지 않아"

서울 삼성동 ‘더플랫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고기와 샐러드, 소금만 나온다. 빵을 추가 주문하지 않는 손님이 상당수다./김성윤 기자

#1: 소고기 채끝 스테이크와 샐러드, 소금. 서울 삼성동 ‘더플랫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대표 메뉴인 ‘스테이크’에는 이렇게 세 가지만 나온다. 빵이나 밥은 포함되지 않는다. 빵이 사이드 메뉴로 있지만, 추가 주문하지 않는 손님이 상당수다. 이 식당 박찬만 대표는 "점심의 경우 (샌드위치가 아닌) 스테이크 주문 손님 중 70%가 빵을 찾지 않고 스테이크만 드신다"며 "‘저탄고지 식단’을 실천하는 등 다이어트나 건강을 이유로 빵을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2: 광화문 고깃집 ‘한육감’에서는 고기 먹고 나서 식사 주문하지 않는 손님이 15%쯤 된다. 이 이준수 한육감 대표는 "식사가 포함된 세트를 주문한 경우에도 ‘먹지 않겠다’며 거르는 분들이 많다"며 "지난해 가을부터 탄수화물을 꺼린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고 있다"고 했다.

#3: 1932년 문 연 유서 깊은 추어탕집 ‘용금옥’은 밥을 공기의 절반이 겨우 찰 정도로만 담아 낸다. 종업원은 "밥을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밥량을 줄였다"며 "얼마든지 공짜로 밥을 더 드리지만 달라는 손님이 별로 없다"고 했다.

오랫동안 한국인에게 식사는 무조건 밥이었다. 고기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밥, 밥이 없다면 국수라도 먹어야 한 끼 식사를 마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식습관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탄수화물이 살 찌고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동시에 ‘저탄고지’가 유행이다. 저탄고지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의 줄임말. ‘키토제닉 다이어트’ ‘당질제한 식이’ ‘저탄고단(저탄수화물 고단백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탄수화물을 가능한 먹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두 같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원리와 방법

저탄고지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3대 영양소 중 탄수화물 비율은 갖추고 지방과 단백질은 높이는 식단이다. 키토제닉 다이어트, 당질제한 식이, 고기(Meat)·달걀(Egg)·치즈(Cheese) 위주로 먹는 MEC 식단 등 방식에 따라 3대 영양소의 권장 비율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전체 칼로리에서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15% 이하로 제한하고 지방 섭취 비율이 50%를 넘으면 저탄고지에 해당한다고 본다.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3대 영양소의 이상적인 섭취 비율은 탄수화물 60%, 단백질 15%, 지방 25%이다.

저탄고지라고 하면 대개 ‘고지방’부터 떠올린다. 그동안 죄악시되던 지방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탄수화물이다. 저탄고지의 핵심은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것이며, 이렇게 식사할 경우 지방과 단백질 섭취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다. 풀무원기술원 남기선 센터장(영양학박사)는 "지방과 단백질을 마음껏 먹으면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기존 습관대로 유지하면 오히려 살이 더 찌거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했다.

밥·빵·면만 먹지 않는다고 저탄고지는 아니다. 설탕으로 대표되는 정제된 당분 섭취가 더 위험하다. 한국인의 식단에는 숨겨진 정제당분이 의외로 많다. 불고기, 갈비 등이 대표적이다. 불고기나 갈비의 경우 간장과 설탕에 재우는데 그 비율이 1대1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인 입맛이 점점 더 달아지면서 설탕을 더 많이 넣고 있다.

탄산음료, 주스 등 음료는 물론 건강에 이롭다고 흔히 생각하는 과일에도 다량의 당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고 있을 때에는 섭취를 제한하거나 주의해야 한다. 고기를 먹을 때는 가능한 쌈장 같은 양념장은 찍어 먹지 않아야 한다. 양념장에도 설탕이 꽤 들어있기 때문이다. 조미료, 설탕, 소금이 다량 함유된 가공식품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피해야 한다.

◇지방 먹으면 지방 태우는 체질 된다?

저탄고지 지지자들은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상태로 전환된다’고 주장한다./조선일보DB

식사를 통해 탄수화물(당질)을 섭취하면 혈중 포도당이 증가한다.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골격근이나 심장 등 세포 속으로 흡수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또 인슐린은 사용하고 남은 포도당을 체지방으로 바꿔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 몸에 저장함으로써 살이 찌게 된다. 결국 높은 혈당과 인슐린 과다 분비가 비만의 원인인 셈이다.

따라서 살을 빼려면 혈당과 인슐린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혈당을 높이는 탄수화물은 최대한 적게 먹어야 한다. 반면 단백질이나 지방은 줄일 필요가 없다는 게 저탄고지 식단의 원리이다. 지방은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높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탄고지 찬성론자들은 ‘인간은 지방을 일상적인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은 부수적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일본 다카오병원 에베 코지 이사장은 ‘밥빵면’에서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일상적으로는 지방을 태워 생활하고 격렬하게 움직이거나 비상 상황에는 포도당을 태워 이용해왔다"고 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우리 몸은 포도당을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을 찾는다. 그 공급원은 지방이 된다. 지방은 에너지로 사용되는 ‘케톤체(ketone body)’라는 물질로 분해된다. 우리 몸이 포도당 대신 케토톤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상태가 되도록 하는 식단, 이것이 바로 ‘케톤체 생성식 식사(ketogenic diet)’이다.

케톤체생성성 식사는 국내에서 ‘케토제닉 다이어트’로 더 익숙하다. 저탄고지 식이 중에서 탄수화물을 가장 엄격하게 제한한다.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을 20~50g 이하로 권장한다. 이는 하루 종일 쌀이나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아도 초과할 만한 양이다. 채소 등 각종 식재료에 탄수화물이 소량 함유됐기 때문이다.

◇저탄고지 "최고의 식단" vs. "효과 없다"

저탄고지 예찬론자들은 ‘저탄고지야말로 체중을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최고의 식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의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2003년 여러 다이어트 실험 결과가 보고됐다. 저탄수화물·고지방·고단백질(국내에서 ‘황제 다이어트’로 알려진 앳킨스 다이어트) 식이가 3개월과 6개월에서는 전통적인 다이어트보다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었으나, 1년이 지나자 차이가 나지 않았다.

2009년 NEJM에 실린 보고서에는 과체중 성인 811명을 4그룹으로 나눠 저탄고지·저지방·고탄수화물 다이어트를 2년에 걸쳐 장기 진행한 실험이 소개됐다. 실험 결과는 열량을 제한하면 어떤 식사든 체중이 줄어들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어트 비결은 ‘비율’이 아니라 ‘총열량’이란 당연한 결론이었다.

풀무원기술원 남기선 센터장(영양학박사)은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이 높아 전체 열량의 50~55%로 낮출 필요는 있다"며 "동시에 전체 섭취 열량도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지 그렇지않으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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