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싫다는데..또 석기시대?
6억 투입 조형물 설치·도색 등 이어
2억3000만원 '거리 박물관' 추진
"예산 낭비하며 왜 하는지 모르겠다"
새해 달서구가 선사시대 상징물을 또 만든다. 이번엔 선사시대 유물 발굴을 주제로 한 ‘거리 박물관’이다. 달서구청 측은 7일 “2억3000여 만원을 들여 지하철역인 진천역과 역 주변을 이용해 거리 박물관을 만들 예정이다”고 밝혔다. 거리 박물관은 이달 말 공사에 들어간다.
박물관 총괄 디자인은 ‘광고 천재’로 불리는 디자이너 이제석씨가 맡는다. 달서구청 한 간부는 “역사 안 벽에 사진 등을 부착해 마치 유물 발굴터 내부에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꾸미고, 역사 입구와 그 주변에 유물 발굴터에서 나온 칼·돌도끼·토기 같은 조형물을 큼지막하게 여러 개 설치해 박물관이 거리에 튀어나온 것처럼 꾸밀 계획이다”고 했다.
달서구는 공사 시점과 사업비를 확정했지만, 외부에 사업 일정을 정식으로 밝히진 않았다. 주민 반발 등 여론을 의식한 탓이다. 적절한 시점을 봐 밝히겠다고만 한다. 지난해 3월 달서구가 설치한 원시인 석상 논란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달서구는 진천동 도로변에 원시인 석상을 설치했다. 옆으로 누워 잠이 든 원시인을 형상화했다. 이 조형물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흉물’이라며 철거해 달라는 주민 3140명이 서명을 모아 달서구에 제출했고, 구의회는 이를 회의에 부쳐 철거 여부를 정하기로 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상징물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예산 낭비라는 의견이 많다. 한모(39·송현동) 씨는 “지금도 충분한데 왜 자꾸 선사시대와 원시인 상징물 설치에 달서구가 힘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진천동 한 식당 주인은 “주민들이 싫다고 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은 선사시대 사업을 왜 자꾸 예산을 낭비하면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달서구가 상징물을 만드는 이유는 선사시대 유적 등이 발견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상화로와 가까운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 개발지에서 흑요석·좀돌날 등 1만3184점의 구석기 유물이 출토됐다. 진천동에 청동기 시대 돌 구조물인 사적 제411호 입석도 한곳이 있다.
그렇다고 아직 상징물이 관광 콘텐트로 큰 효과도 없다. 달서구 선사시대 관련 탐방객은 2016년 7096명, 2017년 8390명, 지난해 9364명으로 연간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예산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선사 유적이 많은 고창·화순, 서울 강동구 등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을 것이다. 달서구의 과시성 사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권구 계명대 행소박물관장은 “예산 낭비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지자체에선 더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도심을 그냥 두는 것보다 선사시대 조형물로 꾸며 나가는 것은 미래를 볼 때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역사적 가치로 볼 때도 달서구처럼 도심 한가운데 유적이 다량으로 발견된 곳은 흔치 않다”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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