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9시 '잼라이브' 퀴즈쇼, 열광하는 2030

박경은 기자 입력 2019. 1. 5. 17:14 수정 2019. 1. 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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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모바일 퀴즈쇼 잼라이브 진행자. 김태진, 서경환, 김해나 (왼쪽부터)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KBS 연예대상 시상식. <연예가 중계>에서 리포터로 활약해온 방송인 김태진(39)이 베스트 엔터테인먼트상을 받았다. 데뷔한 지 17년차. 고참 방송인인 그는 연예인 인터뷰를 위해 십수 년간 시상식 현장 주변을 누볐지만 그가 수상자로 무대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그는 “‘잼라이브(JAM Live)’를 지켜봐주는 애청자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인터넷 게시판, SNS에서는 사용자들이 “잼아저씨, TV까지 접수”라는 취지의 댓글을 남기며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 스마트폰 앱으로 생방송 참여

‘기성세대’에게 그는 낯선 방송인일지 모른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소위 ‘포노 사피엔스’에게 그는 친숙한 스타다. 지난해 출시돼 2030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성장한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 덕분이다. 모바일 앱을 통해 폭발적으로 치솟은 인기 덕분에 기존에 출연하던 TV 프로그램 리포터로서의 인지도가 함께 상승하며 상을 받은 것이다. 이는 레거시 미디어(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 사이의 경쟁·혁신 실험이 한창인 미디어 현장의 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잼라이브’는 뉴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받아 매일 정해진 시간(오후 9시)에 생방송에 참여해 퀴즈를 풀면 된다.

지난해 2월 처음 시작된 이 서비스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동시접속자 5만명을 모을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는 매일 동시접속자가 8만~12만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으며, 특별 이벤트가 펼쳐질 때는 20만명을 훌쩍 넘기도 한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당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을 중계한 유일한 모바일 플랫폼 ‘아프리카 TV’에 동시접속한 사람이 10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잼라이브에 쏠리는 이용자들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주된 사용자층은 20~30대다.

퀴즈쇼 방송시간은 15~20분 정도다.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12개의 문제를 차례로 맞춰 최종 우승자가 되면 상금을 받는다. 매일의 상금은 500만원. 우승자의 숫자에 따라 몇백 원 혹은 몇천 원씩의 상금을 나눠 가질 수 있으며 그 이상인 경우도 종종 있다. 일정액 이상 모이면 실제 출금도 가능하다. 처음엔 회당 상금 100만원에서 시작해 꾸준히 늘었으며, 특집 방송에서는 2000만원까지 상금이 올라가기도 한다.

문제의 난이도는 뒤로 갈수록 높아진다. ‘2018년 호주의 연구진은 사람 몸 속의 ( )을 측정하는 알약을 개발했다’는 시사적인 문제부터 ‘슈퍼 마리오 캐릭터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의 직업은?’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주인공 알라딘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 따위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문제까지 다양하게 출제되고 있다.

‘잼아저씨’ 김태진이 서울 강남역 잼라이브 스튜디오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박경은 기자

■ 기업들에게는 마케팅 새 장으로

이 퀴즈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협업을 요청하는 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 기업과 관련된 내용을 퀴즈로 출제하면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특정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에 효과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서는 광고·홍보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방송시간 중 특정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잇따라 완판되고 있어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청와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경북도청 등 정부기관 역시 잼라이브와의 협업 방송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영상으로 출연했다.

잼라이브의 인기 비결로 꼽히는 일차적 요인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상금’이다. 이 서비스는 몇 년 전부터 유행해 온 ‘리워드앱’(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나 현금 등으로 보상을 해주는 앱)이 발전한 형태다. TV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퀴즈쇼가 특정인에게 고액의 상금이 몰리는 형태라면, 잼라이브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든 접속해 참여할 수 있다. 오늘 우승하지 않더라도 내일, 모레 계속 퀴즈쇼가 열린다는 점도 희망적이고 매력적인 요소다. 온라인 상에서는 퀴즈 풀이를 위한 카페나 스터디 모임도 생겨날 정도다.

제작자와 사용자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재미, 이에 따른 팬덤 현상도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방송 전부터 열리는 채팅창에는 사용자들의 재기발랄한 댓글과 반응이 넘쳐난다. 제작진이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나 조언을 제공하기도 하고, 특정 진행자에 대한 ‘팬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진행자는 이를 받아 순발력 있게 소통하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예능적 상황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진행은 앞서 언급한 김씨 외에 홈쇼핑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서경환, 아나운서 김해나 등 3명이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능청스러우면서 뛰어난 순발력을 자랑하는 ‘잼아저씨’(김태진), 깔끔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훈남 ‘잼 형(오빠)’(서경환), 유쾌한 진행 솜씨를 보이면서도 허당끼 가득한 ‘잼 누나(언니)’(김해나) 등의 캐릭터도 상당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잼라이브 퀴즈쇼 화면

■ 채팅창에 올라오는 재기발랄한 댓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역 잼라이브 스튜디오를 찾았을 때는 잼아저씨 김태진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방송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스튜디오는 단출했다. 벽 한쪽에는 초록빛 스크린이 내려져 있었고, 진행자 앞에는 작은 탁자와 몇 대의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모니터에는 퀴즈 문제와 사용자들의 댓글, 탈락자 수 따위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리허설을 하면서도 몇 차례나 웃음이 터질 정도로 코믹한 에너지를 보여주던 잼아저씨의 ‘드립력’은 막상 생방송이 시작되자 2배 이상으로 ‘증강’됐다. 오랫동안 지상파에서 훈련받은 그의 안정된 진행력은 자유롭게 열린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만나 방송의 재미와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연예가 중계>의 김태진 리포터와 잼아저씨가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내기가 벌어졌던 것이나, 그가 잼라이브 방송에서 했던 말들이 ‘명언’ 혹은 ‘어록’이라는 형태로 편집돼 SNS에서 공유되는 것은 그의 인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1초라도 늘어지거나 재미가 없다면 바로 떠나가는 것이 모바일 방송 사용자들의 특징”이라며 “사용자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함께 ‘놀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채팅창에 ‘김진태 아저씨 반가워요’라는 글이 올라온다고 가정했을 때 ‘아니에요, 저 김태진이에요’라고 정정하면 그걸로 소통이 끝나는 것”이라며 “대신 ‘네 맞아요. 저 김진태예요’라고 받아주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 스노우 잼라이브 김문헌 리드 “처음도 끝도 모두 재미있는 콘텐츠다”

스노우 잼라이브 김문헌 리드(왼쪽에서 두번째)가 운영팀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 스노우 제공

모바일 퀴즈쇼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미국의 모바일 퀴즈쇼 앱 ‘HQ트리비아’ 덕분이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에서도 모바일 퀴즈쇼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도 지난해 2월 잼라이브를 선보였다. 앱 개발부터 운영까지 총괄하고 있는 스노우 잼라이브 김문헌 리드를 만났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세계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동참하게 됐다. 2017년 처음 미국에서 서비스가 나왔을 때 신선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국내에서도 개발하자고 했다. 분석하고 개발해서 선보이기까지 세 달 정도 걸렸다. 일반 앱과 비교하면 굉장히 빨리 진척된 편이다.”

-다른 앱과 비교했을 때 이용자의 반응이 어떤가. “굉장히 민감도가 높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방송이다보니 진행자의 멘트, 순간의 영상이나 이미지, 퀴즈의 내용에 따라 변화무쌍한 결과가 나온다. 도저히 예측을 할 수 없다. 그래도 생각보다 사용자들의 ‘잔존율’이 다른 앱 서비스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잔존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하거나 영상으로 나오는 이들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얼마 전엔 머라이어 캐리까지 영상으로 출연했다. “사실 이 앱이 출시됐을 때 연예인이나 방송 관계자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실제로 퀴즈쇼를 즐긴다고 인증한 연예인들도 많았다. 덕분에 입소문도 빨리 났고 출연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줬다.”

-문제는 누가 출제하나. “4~5명의 작가팀이 문제를 낸다. 생활 속의 아이디어도 모으고 SNS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아이디어도 구하고 있다. 간혹 작가 인터뷰 요청이 오기도 하는데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난이도 조절은 어떻게 하나.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어렵게 낸다고 냈는데 너무 많은 우승자가 생기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특히 팩트체크에 신경을 쓴다. 중복 정답이 나오는 바람에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물론 그것 말고도 사과드려야 할 일이 종종 생긴다.(웃음)”

-매번 상금을 나눠줘야 하는데 수익모델은 뭔가. “기업들과의 협업, 자체적인 마케팅 비용 등을 통해 충당한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 본격적인 수익을 논할 상황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뭔가. “처음도 끝도 모두 콘텐츠다. 재미있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콘텐츠가 아니라면 사용자들은 즉각 떠난다. 무엇이든 정형화되는 순간 생동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 』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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