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기적' 이어 '파리 기적' 꿈꾸는 장슬기
2017년 평양 북한전 동점골 주역
월드컵 본선행 이끈 '리틀 지소연'
6월 8일 프랑스와 월드컵 개막전
올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을 앞둔 장슬기(25·인천 현대제철)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말한 ‘평양의 기적’은 2017년 4월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예선 한국-북한전이다.
이 경기는 프랑스 여자월드컵 1차 예선에 해당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조 1위에 오르지 못하면 아시안컵 본선도, 월드컵도 물 건너가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그 전까지 북한과 상대전적에서 1승2무14패의 절대열세였다.
‘평양의 기적’을 쓴 장슬기는 ‘프랑스행 결승골’도 쐈다. 지난해 4월 17일 아시안컵 5~6위 결정전에서 장슬기는 필리핀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5장인 아시아 대륙 월드컵 본선행 티켓 마지막 한장을 거머쥐었다. 장슬기는 한국 여자축구의 에이스 지소연(28·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에 빗대 ‘리틀 지소연’으로 불린다. 여자 월드컵이 열리는 2019년 첫 출근일인 2일 그를 만났다.
한국은 6월 8일 파리 생제르맹의 홈구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수용인원 4만7929명)에서 개최국 프랑스와 여자 월드컵 개막전을 치른다. 장슬기는 “북한 5만 관중도 이겨냈는데, 프랑스 4만 관중 응원은 이겨내야죠”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장슬기는 지난해 소속팀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뛰며 11골·7도움을 기록했다. 대표팀에서는 왼쪽 수비수로 뛴다. 대단한 건 그냥 수비수가 아니라 ‘골 넣는 수비수’라는 점이다.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오빠를 보며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100m를 13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반 박자빠른 슛이 장점이다. 그는 “이래 보여도 센터포워드 출신이다. 골키퍼 빼고 다 해본 것 같다”며 말했다. 그는 2010년 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우승 주역이다. 당시 오른쪽 수비수와 공격수를 겸했다. 또 2013년 아시아 U-19 챔피언십 우승 당시엔 득점왕(8골)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축구는 4년 전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 당시 장슬기는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그는 “2014년 말 고베 아이낙(일본)에 입단했는데, 적응에 실패하면서 태극마크도 멀어졌다. 그때는 TV로 월드컵을 지켜봤다. 이번이 첫 월드컵”이라며 남다른 각오를 피력했다.
■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 기간: 6월 8일~7월 7일(프랑스 파리 등 9개 도시)
참가국 수: 24개 국
한국(FIFA랭킹 14위) 조별리그 일정:
1차전 6월 8일 프랑스(3위)
2차전 12일 나이지리아(39위)
3차전 18일 노르웨이(13위)
한국 목표: 2회 연속 16강 진출
」
한국(FIFA 랭킹 14위)은 이번 여자 월드컵에서 개최국 프랑스(3위), 노르웨이(13위), 나이지리아(39위)와 A조에 속했다. 이른바 ‘죽음의 조’다. 조 추첨식을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본 장슬기는 “(결과를 보며) 후덜덜했다. 프랑스는 독일·미국과 우승 후보다. 2015년에도 프랑스를 16강에서 만났는데 한국이 0-3으로 졌다”며 경계심을 보였다.
한국(남자축구)은 지난해 6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당시 FIFA 랭킹 1위였던 독일을 잡은 ‘카잔의 기적’이다. 장슬기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서 소름이 끼쳤다. 한국 여자축구는 프랑스뿐 아니라 그 누굴 꺾어도 기적이다. 그런데 만약 프랑스를 꺾는다면 더 큰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여자축구 WK리그는 월요일 오후 7시에 열린다. 관중이 적어 ‘그들만의 리그’라 불린다. 장슬기는 “2018년 남자팀이 한국 축구를 널리 알렸다면, 2019년에는 여자팀이 한국축구를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 장슬기는…
「 출생: 1994년 5월 31일(인천)
키: 1m60㎝
소속팀: 강일여고-강원도립대-일본 고베 아이낙(2015)
-인천 현대제철(2016~)
포지션: 왼쪽 미드필더(소속팀), 왼쪽 수비수(대표팀)
국가대표 기록: 47경기 11골
주요 경력: 2010년 U-17 월드컵 우승
2014년 U-20 월드컵 8강
2018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여자선수
취미: 배구 경기 시청(현대캐피탈 이시우 팬)
별명: 웰시코기(강아지 닮아서), 짤막(키가 작아서)
리틀 지소연
」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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