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올해 대학가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29일 국회를 통과해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에게 법적인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3년까지는 재임용이 가능하다. 특히 방학기간 중에도 강사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이 목적이다.
대학가는 시행을 반년 앞둔 지금 술렁이고 있다. 대학은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들어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시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간강사들은 대학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로의 입장차가 벌써부터 대학을 갈라놓는 모습이라 시행 이후에도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법 통과 전부터 술렁…대학들 "정부가 지원해달라"
대학가가 술렁이기 시작한건 지난해 법 통과 이전부터다. 늘어나는 인건비를 놓고 대학은 근심이 가득했다. 사립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다면 시간강사의 대량 실직 가능성이 있다"며 "인건비를 국고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몇몇 대학은 강사 축소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한 대학본부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 이후 (재정적으로) 최대의 위기"라면서 강사가 맡는 수업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벌써 몇 년간 교직원과 교수 임금을 동결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등록금 이외에 특별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강사법이 대학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수들도 집단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해 한양대 교수 53명은 성명을 통해 "새로운 법을 적용해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실질적으로 20억~30억원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며 정부의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서울대 학장단도 입장문을 내 "강사법으로 유발되는 재정적 적자로 어려움이 가중되면 강좌의 대형화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주장의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대학 재정'을 강사법 시행의 키워드로 꼽았다.
여기에 시간강사들은 대학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신정욱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사무국장은 대학이 충분히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신 사무국장은 "대학이 합리적인 임금책정과 이행 의지 등을 보여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강사법을 놓고 대학과 교수, 강사들이 제각기 법 시행을 앞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인건비가 문제…대학과 정부 시각차
성공적인 법 시행을 위해서는 역시나 돈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2019년 교육부 예산에는 강사법 개정에 따라 시간강사의 방학중 임금 명목으로 288억원이 반영됐다. 하지만 이는 대학들이 요구하는 액수와는 차이가 크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강사제도 개선에 따른 추가소요예산을 산출한 결과, 전업강사에게 방학 중 연구비와 강의준비 지원금을 지원하게 되면 2331억원(4년제 1837억원, 전문대 494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는 대학·시간강사 대표, 국회가 추천한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협의체다.
8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교육부 예산(288억원)은 반년 치만 계산한 결과라 쳐도, 1년에는 576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대학이 필요로 하는 액수의 4분의 1수준에 그친다.
교육부는 그러나 현재 액수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바라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강사제도협의회)안은 여름방학 2달과 겨울방학 2달 등 방학임금을 4달치로 계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의 강사법 예산은 방학 때 강사들이 성적처리와 다음 학기 강의준비에 각각 1주씩 총 2주 근로하는 것으로 보고 임금을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합치면 총 4주치의 방학 중 임금이 지급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학 본부의 입장은 또 다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강사들을) 교원으로 법적지위를 부여한 이상 온전하게 급여를 달라는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부담은 고스란히 학교가 지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강사들의 방학 중 임금도 교육부 방침처럼 일부가 아닌 일반 교원 수준으로 4개월 치를 인정해 달라는 게 대학의 요구다.
강사들은 대학의 노력만 있다면 충분히 법이 처우 개선이라는 목표에 맞게 시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국고지원 외에도) 대학이 분담해야 할 재정 수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학이 분담한 임금을 평가해 재정지원사업 지표와 연계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국고지원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부담을 나눠지면 법 시행이 더욱 원활히 될 것이란 뜻이다.
임 위원장은 이어 "강사들이 노조로 모여 임금과 고용조건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간강사들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교육부는 내년 3월까지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담은 시행령을 만들고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후년에는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강사법이 목적에 맞게 잘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jinho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