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300만 시대.."브레이크인줄 알고 액셀 밟았다"는 80대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도 급증
나이가 들면 인지·반응 능력 등 신체 기능이 떨어져 운전할 때 돌발 상황에 취약해진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감소방안’을 보면 정지해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시력은 40세부터 저하해 60대 이상부터는 30대였을 때에 비해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시각 능력인 동체시력은 정지시력보다 30% 정도 더 낮게 측정된다. 주간 대비 야간시력은 더욱 감소하는데, 75세 운전자가 시각적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25세 운전자보다 약 32배의 빛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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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안전교육 강화…면허 취소까지 가능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고령자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1월 1일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면허 취득과 갱신이 가능해진다. 면허갱신·적성검사 주기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교통안전교육에는 고령운전자 스스로 안전 운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주의력 등을 진단하는 ‘인지능력 자가진단’ 과정이 포함됐다.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 관계자는 “선 잇기, 표지판 기억하기 등의 인지능력 검사를 통해 점수가 안 좋을 경우 간이 치매 검사를 시행한다”며 “이 검사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으면 신경과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소견서에 운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담기면 운전면허 취소까지 이루어진다.
한국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국가들은 각자의 교통 여건과 사회적 여론을 바탕으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70세부터 단계적으로 면허증 유효기간을 차등화해 갱신 주기가 감소한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고령운전자가 직접 교통국을 방문해 시력검사 등을 받아야 면허를 갱신해준다. 워싱턴 DC에서는 5년마다 70세 이상은 시력검사를, 75세 이상은 필기 및 주행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 일리노이주 역시 75세 이상은 주행시험을 봐야 하는데 4년의 갱신주기는 80~86세의 경우 2년으로, 87세 이상은 1년으로 줄어든다. 이 밖에도 영국은 70세부터 의무적으로 3년마다 한 번씩 면허를 갱신해야 하며 운전에 영향을 주는 건강상태는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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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이동권 제한 우려…“한정 면허제 고려해야”
다만 고령자에 대한 운전면허 갱신 강화는 자칫 운전제한으로 이어져 고령자의 이동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위원은 “외국에서 하는 것보다 낮은 수준의 규제기는 하지만 자칫하면 고령자 이동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그 대안으로 ‘한정 면허제’를 제안했다. 임 위원은 “시골에 거주하는 고령 운전자의 경우 농사지으러 갈 때 운전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집 근처나 낮에만 운전할 수 있는 면허 발급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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