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빛과 그림자

김태훈 기자 2018. 12. 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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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의 유명 유튜버 케이시 네이스탯이 한 항공사로부터 1등급 좌석을 제공받아 만든 체험 영상의 한 장면 / YouTube

일상이 광고가 된다. 딱히 유명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인물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경로로 얼굴이 알려져 구독자나 팔로어 수가 많기만 하면 효과가 나타난다. ‘영향력 있는 개인’을 뜻하는 ‘인플루언서’와 마케팅이 결합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2018년 급성장하기 시작하며 새해인 2019년에도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상에 밀접한 관심사들을 주제로 구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며 마케팅 효과를 끌어올리는 동안 광고와 구분하기 어려운 마케팅 기법에 반감을 느끼는 구독자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운동 전문 유튜버가 인스타그램에서 알려진 트레이너와 한 ‘합방(합동방송)’ 영상을 올린다. 출연한 트레이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합방 사진과 함께 개인 트레이닝 강습 안내를 올린다. ‘먹방’으로 유명한 한 유튜버는 방송 내내 특정 프랜차이즈 식당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특정 배달앱을 통해 주문했다고 언급한다. 구구절절 상품의 장점을 소개하는 설명 없이 SNS 이용자들의 눈에 익은 평범한 인물이 슬쩍 상품이나 서비스를 노출하고 사용후 감상을 말한다. 얼핏 봐선 광고라기보다는 흔히 보이는 ‘인증샷’이나 사용후기에 가까워 보인다. 사진이나 동영상 아래에는 ‘#’ 표시가 달린 해시태그로 은근슬쩍 홍보할 상품이 언급되어 있다. 이미 일상 주변 곳곳에 자리잡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지점들이다.

유튜버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나 대행사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의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지난해에 이어 2019년 새해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흐름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문기관인 미디어킥스의 자료를 보면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은 계속 이어져 2016년 25억 달러에 달하던 시장규모가 지난해에는 63억 달러, 올해는 82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에 친숙하게 다가가는 장점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뜨는 이유를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진 친밀성이 보다 구체적인 상품 구매과정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본다. 기존의 대중매체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신 충성도가 높은 팔로어 및 구독자를 상대로 해 더 긴 시간 동안 자연스레 신뢰감이 형성되므로 광고와 홍보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드시 구독자나 팔로어 수가 많을수록 구매 영향력이 비례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KB경영연구소의 서정주 선임연구위원은 “상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반응률’은 1만명 이하의 팔로어가 있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게서 25~50%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100만명 이상의 팔로어가 있는 메가 인플루언서 반응률은 2~5% 수준”이라며 “조사 결과 마케터 중 86%가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했는데 이들 역시 주로 팔로어 수가 2만5000명에서 10만명까지 수준인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미 대중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인기 연예인처럼 막대한 광고비를 받고 보다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판매 상품과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은 구독자 수는 적어도 집행하는 홍보비용 대비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이 유명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500만 달러의 모델료를 주고 만든 광고 영상의 조회수는 600만회를 넘긴 수준이었지만 유명 유튜버 케이시 네이스탯에게 1등급 스위트룸을 제공한 뒤 올린 체험 영상은 조회수가 2500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마케팅업계에 따르면 구독자가 100만명이 넘는 메가 인플루언서의 경우 국내에선 직접 사용하는 방송을 올리면 많게는 5000만원에 달하는 광고료를 받지만 1만명 미만인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한 번 영상을 올린 대가로 100만~300만원 정도를 받는다. 광고주의 마케팅 능력에 따라 더 적은 돈으로도 보다 높은 판매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구독자나 팔로어 수가 돈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가짜 계정을 활용해 영향력을 부풀리는 행태도 업계의 어두운 일면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SNS 팔로어를 늘리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업체들을 검색만 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이들은 계정에 나타난 국적이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에 따라 다른 단가까지 제시하며 경쟁하고 있다. 한 업체의 홍보 내용을 보면 인스타그램 한국인 팔로어를 1000명 늘리는 수수료가 10만원대이고 외국인은 같은 인원수라면 5000원 정도만 내도 가능하다. 뉴스 댓글을 작성하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유사한 방식으로 단시간에 인플루언서 한 명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선의의 인플루언서들까지 피해

게다가 늘어나는 광고성 콘텐츠 때문에 이용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처음에는 참신한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인플루언서들도 점차 주목을 받게 되면서 제품 사용 경험을 빙자해 홍보를 일삼는 일이 만연하고 있어서다. 인플루언서가 특정 상품 홍보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올렸을 때 금전이나 물품으로 협찬을 받아 만든 광고성 콘텐츠라는 사실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심사 지침’에 위배되는 행위다. 때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 개인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규제나 단속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진 않고 있다. 매일 게시되는 콘텐츠의 수가 막대한 점도 문제지만 규정이 과거 인기를 끌었던 마케팅 통로인 블로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새로운 SNS 환경에 적용하기 모호한 부분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광고 표기를 하지 않은 경우 명백하게 단속할 수 있는 대상이 주로 광고주로 국한돼 있다. 공정위는 화장품 업계 1·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광고 표기를 하지 않은 채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면서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포함해 소형가전 등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집중된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속속 나타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부작용 때문에 수익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는 인플루언서나 일반 이용자들까지 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평범한 SNS 이용자들도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통해 정보를 알리는 한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광고성 게시물의 비율이 점차 높아진 탓에 전반적인 신뢰도가 함께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터로 활동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전문 플랫폼 업체를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면서 업계 종사자들조차 어느 한 콘텐츠를 놓고 돈을 받고 만든 것인지 인플루언서가 직접 써보고 올리는 것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광고 표기를 강제하는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빠른 속도로 시장이 어지러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다음 단계에 대한 대비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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