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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넉넉한 인심' 구례오일장과 숨은 맛집 2곳

송고시간2018-1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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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지리산의 서남쪽 자락에 해당하는 전남 구례는 한겨울에도 따스한 기후를 자랑하는 곳이다.

지리산 노고단(1,507m)의 서쪽 사면에 있어 험준한 산악지대가 있지만, 중앙부는 분지 형태로 바람이 잦아드는 온화한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구례를 '삼대삼미(三大三美)의 고장'이라고 표현했다.

'삼대'에 해당하는 것은 지리산, 섬진강, 구례평야다. '삼미'는 아름다운 경관과 넘치는 곡식, 넉넉한 인심이다.

올해로 조성된 지 10년이 된 지리산 둘레길의 서남쪽 코스가 자리 잡고 있다. 둘레길 위로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천년고찰 화엄사와 반달곰 생태 학습장, 99칸 고택인 운조루, 화엄사의 말사인 연곡사 등을 만날 수 있다.

넉넉한 인심과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는 구례 오일장 상인
넉넉한 인심과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는 구례 오일장 상인

[성연재 기자]

어떤 목적으로 구례를 방문한 사람들이라도 구례 오일장을 놓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구례군 구례읍 상설시장길에 자리 잡은 구례 오일장은 3일과 8일에 장이 열린다. 장이 서면 4개 블록에 자리 잡은 점포가 일제히 문을 연다.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구례 오일장의 점포들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구례 오일장의 점포들

[성연재 기자]

구례 오일장은 예로부터 하동의 화개장터와 함께 영·호남의 장꾼들이 만나 물건을 사고팔던 곳이다. 지금도 장이 서면 경남 하동과 곡성, 남원 등지에서 각종 산나물과 들나물, 해물과 약재 등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올라온 사람들로 붐빈다.

이곳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하동의 화개장터보다 오히려 더 붐비는 듯하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전남 곡성과 전북 남원, 남쪽으로는 바다에 접한 전남 순천과 경남 하동 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구례오일장의 좌판에서 차를 팔고 있는 귀농귀촌인들.
구례오일장의 좌판에서 차를 팔고 있는 귀농귀촌인들.

[성연재 기자]

그러기에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가 섞이는 장터가 바로 구례 오일장이다.

장 한쪽은 들에서 나온 작물들이, 다른 한쪽에는 해산물들이 각각 자리를 잡고 있다.

눈에 띄는 작물 중 하나는 어린아이 주먹만한 돌배다.

구례 오일장에서 만난 돌배
구례 오일장에서 만난 돌배

[성연재 기자]

돌배는 소화를 돕고, 기침 설사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물 전이 있는 곳 앞쪽에는 조청을 달여 파는 아주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 요즘 같은 때, 조청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작은 건물 앞에서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묘목을 파는 상인을 만날 수 있다. 꽤 굵어 보이는 4년생 거봉 묘목이 3만5천원이라 했다.

슬레이트 지붕의 디자인샵. 농촌답지 않게 깔끔한 소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디자인샵. 농촌답지 않게 깔끔한 소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성연재 기자]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고 배가 출출해졌다.

현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아 들어간 허름한 식당에서는 정식 1인분을 6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집은 물어볼 것도 없다. 정식 하나 시켜놓고 주변을 둘러보니 손님은 대부분 현지인이다.

시장 끄트머리에서 만난 허름한 백반집.
시장 끄트머리에서 만난 허름한 백반집.

[성연재 기자]

잠시 후 구례의 여느 가정집에서 먹는 미역국과 조기 등 맛깔난 반찬들이 눈앞으로 배달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꼴뚜기 무침이다. 요즘 꼴뚜기는 어물전 망신을 시키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장이 설 때마다 시장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실망시키지 않는 남도의 가정식 백반.
실망시키지 않는 남도의 가정식 백반.

[성연재 기자]

발길을 돌려 요즘 뜨고 있다는 우체국 옆 작은 빵집으로 향했다.

고향에서 제빵기술을 연마하다 멀리 경북 청도로 연수를 다녀온 한 청년이 만든 빵이 요즘 구례에서는 인기다.

토종 앉은뱅이 밀 등 구례산 곡물들로만 빵을 만든다고 했다.

많이 팔린다는 빵 한 조각을 얻어 맛을 봤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작은 동네의 빵집이 요즘 들르지 않으면 안 될 곳으로 거듭났다.
작은 동네의 빵집이 요즘 들르지 않으면 안 될 곳으로 거듭났다.

[성연재 기자]

경상도 지역에서 추어탕에 쓰이는 매콤하고 톡 쏘는 맛의 '초피'를 갈아 만든 빵이다. 남쪽 지방 해발 1천400m의 산골짜기에 서식하는 식물로, 미꾸라지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양념이다.

경상도에서는 '제피'라고 하고, 구례 쪽에서는 '젠피'라고 불리기도 한다.

구례읍은 KTX 구례구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면 5분 거리에 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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