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스물'로 가요계 강타한 주주클럽

홍장원 2018. 12. 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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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연하 커플 사랑 그린 가사로
데뷔앨범부터 1위 후보 인기밴드
전성기 짧았던 아쉬움 크지만
숨겨진 명곡 찾는 재미도 쏠쏠

[스쿨오브락-88] 1990년대는 한국 대중문화의 다양성이 쏟아져나왔던 시기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1980년대 트로트와 발라드, 박남정이 주도하는 경쾌한 댄스음악이 주도하던 가요계가 1990년대에 들어서 외연을 확 넓혔기 때문이다. 1992년 서태지와아이들이 데뷔한 이후 한국 대중문화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크게 성장했다. 1993년 앨범 듀스(Deux)로 데뷔한 듀스 역시 한국 힙합의 전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그들이 만든 음악은 25년이 지난 지금 들어봐도 여전히 세련됐다. 발라드 분야에서도 신승훈이라는 거장이 1990년대 데뷔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댄스와 레게 분야에서는 김건모라는 신성이 나와 가요계를 휩쓸었다. 주춤했던 록 분야에서는 발라드 가수였던 신해철이 넥스트(N.EX.T)를 결성하며 록음악을 단숨에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버그라운드로 끌어올렸다. 장르와 무관하게 고른 음악이 두루 인기를 얻었던 특징이 있다. 핑클와 S.E.S, 젝스키스와 H.O.T가 데뷔한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이후로 가요계의 큰 흐름은 급격히 아이돌 위주 문화로 쏠리게 된다. 1990년대 음악계는 여러 장르가 멜팅폿(Melting pot) 처럼 뒤섞여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었던 '한국 가요계의 황금기'로 기억될 것이다.

이 시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흐름은 여성 보컬을 내세운 밴드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글로벌에서도 그웬 스테파니를 내세운 노 다웃(No Doubt), 니나 페르손이 마이크를 잡은 카디건스(Cardigans),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독특한 목소리가 매력이었던 크랜베리스(Cranberries)가 인기를 끌었다. 모든 밴드가 한국에서도 인기였지만 꺾기 창법으로 무장한 오리어던의 영향력은 유독 한국에서 거셌다. 이 창법을 따라한 많은 여성 밴드 보컬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자우림 초기의 김윤아를 들 수 있겠다(김윤아는 앨범이 거듭될수록 오리어던의 영향력에서는 점차 벗어났다. 솔로앨범을 낼 당시의 김윤아 보컬에서 오리어던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다. 무대를 쥐락펴락하며 다양한 발성을 선보이는 완성형 가수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밴드, 김윤아보다 훨씬 오리어던의 향기가 강했던 주주클럽의 주다인을 들 수 있다.

주주클럽 보컬 주다인/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주주클럽은 보컬을 포함한 3인조 밴드였다. 밴드 일원 모두가 주씨였기 때문에 밴드명을 주주클럽으로 지었다. 사실 이 밴드는 주주밴드란 이름이었다. 주승형과 주승환, 두 형제가 주주밴드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6촌 동생이었던 주다인을 끌어들여 3인조 주주클럽으로 새출발하게 된다(사실 주다인은 본명이 아니다. 하지만 '주씨'로의 통일성을 꾀하기 위해 의도적인 가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주다인은 기억하기도 쉬운 이름이었다).

1996년 나온 데뷔앨범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주다인의 개성 있는 외모, 꺾기 창법으로 무장한 특색있는 목소리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참신한 것이었다. 그들이 들고 나온 콘셉트 역시 매우 재기발랄했다. 연상연하 커플을 주제로(당시는 연상연하 커플에 대해 지금처럼 열린 사회는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시계를 20년 이상 과거로 돌려야 한다. 어찌 보면 그들은 금기를 깬 가사를 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기존에는 전혀 없던 문법의 가사를 선보였다.

주주클럽 1집 앨범

그게 바로 주주클럽의 데뷔곡 개념인 16/20(열여섯 스물)이다. 사실 연상 연하의 사랑을 그린 곡으로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더더의 '비밀'이란 곡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곡은 미성년자 남자와 성인 여자의 사랑을 그린 가사로 기존에 통용되던 가사의 한계를 단숨에 넘었다는 파격이 있었다.

yo shoking give me love

give me love give me love

yo shoking give me love

give me love give me love

나 이제 16 너 20살이야

나 이제 16 너 20살이야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넌 전화로 내 나이라 말을 했잖아

give me love

난 니가 이렇게 어릴 줄은 몰랐어

give me love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난 너에게 이해해 달라고

말을 하진 않을 거야

널 보는 이런 내 마음을

넌 이해해야만 해

하지만 지금은 싫어도

언젠가 니가 더 컸을 때

그 때를 기다릴게

그땐 내가 널 붙들지 몰라

나에겐 어린 너는 필요없어

애인이 필요해

난 남들은 신경 쓰고 살진 않아

하지만 우리를 친구들이 본다면

나를 욕할 거야 쇼킹 쇼킹

변명을 해봐도 쇼킹 쇼킹

너의 목소리는 쇼킹 쇼킹

니가 아니었어 쇼킹 쇼킹

난 너에게 이해해달라고

말을 하진 않을 거야

널 보는 이런 내 마음을

넌 이해해야 만해

하지만 지금은 싫어도

언젠가 니가 더 컸을 때

그때를 기다릴게

그땐 내가 널 붙들지 몰라

나에겐 어린 너는

필요없어 애인이 필요해

이 노래는 도입부의 주다인의 랩 비슷한 독특한 라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비음이 잔뜩 실린 '야야야~'로 시작되는 이 곡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후크라인과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경쾌한 드럼 라인으로 가요계를 강타했다. 공중파 방송에서 아쉽게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번 1위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주주클럽을 단숨에 메이저 밴드로 끌어올렸다. 이 노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다인의 가창력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 노래의 최고음은 '언젠가 니가 더 컸을 때, 그때를 기다릴게'에서 '그때'의 '때'에서 걸리는 3옥타브 미인데, 주다인은 썩 괜찮은 벨팅으로 매끄럽게 음을 소화한다. 이 앨범에 실린 '나는 나'로 주주클럽은 인기 밴드로의 자리매김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이 곡 역시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 히트곡이다. 주주클럽 데뷔앨범이 두곡이나 연달아 히트곡을 배출한 대박 앨범이 된 셈이다.

떼떼떼떼떼-

왜 내가 아는 저 많은 사람은

사랑의 과걸 잊는 걸까

좋았었던 일도 많았을 텐데

감추려 하는 이유는 뭘까 이유가

난 항상 내 과거를 밝혀 왔는데

그게 싫어 떠난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들도 내 기억 속엔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어 언제나

아- 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어

내 경험에 대해 내가 사랑을 했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 언제까지나

떼떼떼떼떼-

왜 내가 아는 저 많은 사람은

사랑의 과걸 잊는 걸까

좋았었던 일도 많았을 텐데

감추려 하는 이유는 뭘까(뭘까-)

아- 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어

내 경험에 대해 내가 사랑을 했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 언제까지나

아- 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어

내 경험에 대해 내가 사랑을 했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 언제까지나-

떼떼떼떼떼-

아- 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어

내 경험에 대해 내가 사랑을 했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 언제까지나

떼떼떼떼떼-

이 노래는 도입부 '떼떼떼'가 엄청난 화제를 끌었다. 각종 개그 프로그램에서 때밀이(세신사)를 등장시키며 이 곡을 트는 등 인기곡의 필수 덕목인 '이슈의 한복판에 서기'에 제대로 성공했던 곡이다. 곡 자체의 멜로디 역시 듣기도 좋고 부르기도 좋아, 인기곡이 갖춰야 할 여러 요소를 두루 갖춘 셈이었다.

데뷔앨범 하나로 주주클럽은 가요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기 밴드 반열에 올랐다. 이제 관건은 두번째 앨범을 성공시켜 롱런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그런 점에서 두 번째 앨범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일단 모던록 계열이었던 '센티멘탈'은 은근한 인기를 끌었다. 1집의 '나는 나'와 비슷해 보이는 콘셉트로 아직까지 주주클럽을 떠올릴 때 흔히 연상되는 대표곡이다. 반면 휘몰아치는 리프로 무장한 수필러브는 기대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했다. 세 번째 나온 앨범 역시 '1:1(일대일)' 정도가 소폭 인기를 끌었을 뿐 1집만큼의 선풍적인 호응은 없었다. 네 번째 앨범에서는 보컬 주다인이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이후 5집은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주주클럽의 전성기는 데뷔앨범 당시였다. 화려하게 데뷔해 인기를 오래 지속한 데는 실패한 셈이다.

그래도 대중이 아직까지 주주클럽을 기억하는 이유는 1990년대 가요계 다양성을 확산시킨 밴드로서, 그리고 여성 보컬을 전면에 내세운 밴드로서 상당한 실험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공이 있기 때문이다. 밴드 여성 보컬은 예뻐야 한다는 가요계 보이지 않는 관행을 무너뜨린 역할도 했다(그렇다고 주다인이 못생겼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그는 지금의 기준으로도 매우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판에 박은 듯한 전형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의 개성있는 보컬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지 않을 만큼 유니크했다. 또 한국 모던록을 본격 시도한 초기 밴드 중 하나라는 공도 인정되어야 한다.

주주클럽의 추천곡으로는 앞서 거론한 '나는 나' '센티멘탈' '16/20' 모두를 거론할 수 있다. 비교적 덜 알려진 곡 중에서는 '펀펀(Fun Fun)'이란 곡이 명곡이다. 후렴부에 들어가 팡팡 터지는 리듬과 함께 중독성 강한 기타리프가 귀를 사로잡는 곡이다. 후렴부 '아아 아이아'가 나오는 바로 그 부분이다. 2018년, 2019년 주주클럽의 추억에 다시 빠져보고 싶은 팬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할 곡이라 할 수 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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