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7일 10년 전 새해 안방극장 장악한 '여걸'들 [오래전 '이날']
[경향신문] 195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 2008년 12월 27일 새해 안방극장 ‘여왕폐하 납시오’
10년 전 안방극장에는 어떤 작품들이 화제였을까요? 당시 ‘천추태후’, ‘왕녀 자명고’, ‘선덕여왕’ 등 여성 캐릭터가 타이틀롤을 맡은 사극 드라마들이 일제히 방영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극의 주인공은 남자가 대부분였는데요, 경향신문은 대하 사극에 주인공으로 나선 ‘여걸’들을 주목했습니다.
KBS의 ‘천추태후’, SBS의 ‘왕녀 자명고’, MBC ‘선덕여왕’ 세 드라마 모두 진취적이고 리더십이 강하며 사랑보다는 대의명분을 택하는 새로운 여성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KBS가 ‘대왕세종’ 후속으로 선보인 ‘천추태후’는 고려시대 여장부인 천추태후가 고구려의 옛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거란과 맞서는 과정을 그린 80부작 대하드라마였습니다. 배우 채시라가 천추태후로 낙점, 갑옷을 입고 말을 타며 한국의 ‘잔다르크’로 변신했는데요, 연출을 맡은 신창석 프로듀서는 “천추태후는 남성 위주의 시각에서 억눌려 오해를 많이 받은 인물”이라며 “드라마를 통한 역사 바로잡기 시선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SBS의 ‘왕녀 자명고’ 역시 사랑보다는 대의를 택하는 여걸 캐릭터를 그렸습니다. 주인공으로 발탁된 정려원은 그동안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승무와 무술, 기예에 능한 여성으로 변신했는데요, 허웅 책임프로듀서는 “여성이 남성을 통해 감정이입하는 방식이 아닌, 여성이 (역사의 중심에서) 즉답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MBC ‘선덕여왕’는 미실역에 고현정, 덕만공주역에 이요원이 캐스팅돼 큰 화제를 모았죠.
이처럼 방송 3사가 일제히 ‘여왕 사극’을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기사에서는 “소재의 다양화와 그동안 역사적으로 외면받아온 여성의 시각을 재조명하자는 의도가 강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구국의 남자영웅담’의 전형성을 벗어난 신선함과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에 충분했습니다.
각각 이듬해 1월과 2월, 5월에 방영된 이들 세 작품은 시청률과 화제면에서 성공을 거뒀는데요, 평균 시청률 23%를 기록한 ‘천추태후’를 비롯해 ‘선덕여왕’은 최고 시청률 44%를 기록하며 거대한 한류바람을 일으켰습니다. 한때는 방송가에 ‘사극불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는데요, 2000년 후반을 지나며 안방극장에서 정통 대하사극를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긴 호흡과 웅장한 스케일이 요즘 시청자들의 감성과 멀어지며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지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역사드라마를 시청하는 풍경도 사라졌습니다. 흙먼지 날리며 광활한 대지를 가로지르는 영웅들의 호쾌함을 안방극장에서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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