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삭발신도 막을 수 없던 연기 열정 [MD인터뷰]

입력 2018. 12.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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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어느 여배우들에게는 오랫동안 길러온 긴 머리카락을 자르는 순간이 힘들게 다가오기도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배역을 위해 커트를 하며 울었다고 털어놓는 이들도 심심찮다. 하지만 이윤지는 달랐다. 오히려 한 캐릭터의 굴곡과 감정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의 일생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신이라 더욱 탐이 났다. 타고난 배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선택, 끌림이기도 했다.

이윤지는 JTBC 드라마 ‘제3의 매력’에서 하나뿐인 운명을 찾아 헤매는 골드미스, 헤어샵 원장 백주란으로 분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초반 코믹한 모습부터 후반 암 선고를 받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인물의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무엇보다 그의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기도. 이윤지는 가발을 쓰기보다 연기를 위해 직접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연기 열정을 선보였다.

“인생 머리를 찾은 것 같아요. 너무 편해요. 처음 한 시도라 낯설어야 하는데 이게 새로워서 좋은 건지 진짜 이 머리가 좋은 건지 헛갈려요. (웃음)”

사실 이윤지가 백주란 역에 캐스팅될 당시에는 숏컷이 아닌 삭발신이 예정돼 있었다. 흔쾌히 삭발신을 받아들인 이윤지는 이를 역으로 이용, 캐릭터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드라마를 3~4개월 동안 찍는데 전 장기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다짐으로 머리 자르는 신을 연기했어요. 초반에는 완전한 삭발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겨울이고 하니까 더 용기를 내는데 도움이 됐어요. 드라마가 끝났지만 이 드라마로 머리카락을 잘라 아직도 연장된 기분이고, 계속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이윤지는 “대단한 결심이라고 봐주시는 게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당연한 선택을 대중이 높게 평가해준다는 생각에서다.

“남녀노소 누가 연기하든 큰 에피소드여서 배우 욕심으로는 이 에피소드가 제 것인 게 감사했어요. 게다가 머리를 밀고서 등장하는 게 아니라 그 신을 드라마 안에서 연기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욕심이 났달까요. 그 신 안에서 영재와의 관계가 많이 드러나요. 16부 안에 보여줄 수 있는 우정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신이기도 했어요. 영재와는 그 신이 제일 절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윤지는 이 순간을 함께 했던 이솜을 높게 평가했다. 상대 배우의 역할 또한 힘들다는 것. 자신은 이미 알고 있던 신이었기 때문에 의연할 수 있었지만 혹시나 영재 역을 맡은 이솜이 조심스럽거나 부담스러울까봐 걱정 됐다고.

“머리 자르는 신을 차치하고서라도 한 극을 이끌어가는 여자 주인공으로서의 솜이가 인상적이었어요. 굉장히 묵직한 느낌을 많이 받았죠. 그릇이 크더라고요. 그 친구가 표현해낼 앞으로의 캐릭터들이 굉장히 깊고 넓어지겠구나 싶었어요. 이제 29살인데 앞으로는 더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멋있지만 너무 멋있었죠.”

하지만 이윤지 역시 멋진 배우였다. 백주란은 극 초반과 후반이 너무나도 극명히 다른 인물. 16부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서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야 했다. 더군다나 백주란의 경우 서사가 세세히 그려지지도 않았다. 그런 만큼, 그 공백을 채워내는 건 배우의 몫이었을 것.

“대비는 주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사람으로만 보이기는 싫었어요. 그 기준점이 영재였죠. 영재와 둘이서 대화할 때와 안 할 때 차이를 두려고 했어요. 초반에는 일인 다역을 하는 것처럼 동창회, 클라이밍 등 콘셉트가 바뀌니까 단막극을 찍는 것 같기도 했고요. 콘셉트가 바뀌고 상대 배우가 달라지고. 그러다가 중심을 잡는 게 영재와 둘이 붙는 신이었어요. 사실 7~8부까지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일관성을 찾아야 했으니까.”

이솜과의 커트 신이 있다면, 양동근과는 병원 마당에서 재회하는 신이 클라이맥스였다. 양동근이 연기한 수재가 주란을 위로하는 신, 그 한 장면만으로도 주란을 향한 수재의 마음을 깊이와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때 이윤지의 눈물 연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물들였다. 눈물 연기가 언급되자 이윤지는 “나이가 들다 보니 조금씩 와 닿는 깊이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리다고 상처가 아프지 않은 건 아니지만, 책임져야 할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많아지다 보니 두려움도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런 주란의 마음에 공감됐어요. 이윤지로서의 감정들이 주란을 연기하는 데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육아맘’으로서 “요즘엔 밖에 나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던 이윤지. ‘제3의 매력’이 “너무 빨리 끝났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드라마가 끝난 만큼 딸 라니와 시간을 더욱 많이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도 벌써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다른 부모들처럼 출퇴근이 안 정해져 있으니까 그걸 혼란스러워하더라고요. 어른들이 못 지킬 약속을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약속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요즘에는 드라마가 끝나 딸이 아이가 좋아하고 있어요. 매일, 최선을 다해, 성심껏 놀아드리고 있어요. (웃음)”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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