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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알면서 살인 방조했다" 서부발전에 시민들 공분

입력 : 2018-12-24 06:00:00 수정 : 2018-12-24 0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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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무책임 서부발전에 쏟아지는 비판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민생위)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 사망의 책임이 원청에 있다며 지난 21일 한국서부발전 대표를 살인방조, 업무상 과실치상, 산업안전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부발전이 하청업체에게 안전의 책임을 떠맡기고 이를 방조했다는 것이다.

유가족과 9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도 이날 서부발전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업무를 상시로 지시했다는 증거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시하며 ‘불법파견’을 주장하고 나섰다. 위험한 업무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돌리는 ‘위험의 외주화’에 맞서 시민들이 원청에 책임을 묻고 나선 것. 김씨 사고에 대해 원청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회는 여야 공방 속에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통과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고 김용균 추모제 모습. 시민대책위 제공

◆ 시민단체 “법 개정 끝없어…있는 법 활용해야” 서부발전 ‘살인방조’로 고발

서민민생위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부발전은 비용 3억원을 이유로 28차례에 걸친 설비개선 요구를 묵살했고 사고 이후에는 업무지시에 대한 거짓 진술을 했다”며 “사고시간 조작의혹과 작업중지 명령에도 컨베이어 벨트 재개를 지시했고 노동자에게 협박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험한 작업인 컨베이어벨트 부품 이상 유무확인, 낙탄 제거 등 업무를 맡았던 김씨는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2인 1조 근무라는 안전수칙에도 혼자 밤샘 근무를 하다 참변을 당했다”며 “당시 원청사가 직접 하청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는데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원청사가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할 경우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지난 21일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

이를 근거로 서민민생위는 원청인 서부발전 대표에게 ‘살인방조’, ‘업무상 과실 치상’, ‘산업안전보건법 및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했다. 서민민생위는 지난 21일 이런 내용을 담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서민민생위 김순환 사무총장은 23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김용균씨가 컨테이너 사고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도록 환경을 방치한 것은 명백한 살인방조죄라고 할 수 있다”며 “끝없는 법 개정보다 있는 법을 활용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시민대책위 ‘불법파견’ 주장 “원청이 일일보고 지시했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도 21일 서부발전이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해왔다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과 직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씨가 맡은 ‘연료환경설비운전’은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맡겨진 ‘도급업무’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이에 대해 지휘, 감독을 했다면 ‘불법파견’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가 21일 공개한 원청의 업무지시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 시민대책위 제공

시민대책위가 공개한 ‘9,10 및 IGCC 석탄취급설비 낙탄 처리 및 환경관리 철저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에는 지난해 12월 원청인 서부발전이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에게 낙탄 처리를 ‘일일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부발전은 공문에서 “최근 석탄이송벨트 하부 낙탄 제거 미흡으로 화재발생 위험이 상존하고 있고 저 열량탄 다량 도입으로 인한 자연발화에 대한 조치 및 이력관리가 필요하다”며 ‘석탄취급설비 낙탄처리 일지 일일보고’, ‘옥내저탄장 cell(구역)별 자연발화 생성, 소멸시까지 관리일지 작성’, ‘낙탄처리 시 처리수 설비 외부 유출 금지’를 한국발전기술 측에 요청했다.

실제 지시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민대책위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원청 관계자는 ‘낙탄 안쪽까지 청소바랍니다’, ‘벨트 낙탄 많습니다. 즉각 조치하여 주십시오’, ‘소화전 밸브 안 닫힙니다. 조치해주십시오’ 등 메시지를 보내 하청업체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민대책위는 자료를 공개하며 “발전사의 모든 하청노동자들은 상시, 지속 업무를 하고 있었음에도 원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노사 및 전문가 협의체를 파행으로 이끌었다”며 “불법파견을 눈감고 국정과제 1호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일침했다.
한국서부발전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과문.

◆ 국회에선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통과 난항

이같이 시민들은 원청에도 책임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국회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지난 21일 고용노동소위에서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확대, 산재 사망사고 시 사업주 처벌 강화, 위험한 작업의 원칙적인 하청금지 등 산업안전보건법 전반의 개정을 담은 정부안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야당 의원들은 개정안에 담긴 위험한 작업이란 기준이 모호하고 책임자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과도한 규제라며 이에 반발했다. 즉 합의한 부분만 우선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여야 공방 속에서 법안이 애초 계획에 따라 연내 통과할 수 있을지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사고로 법안처리가 합의에 이르는가 싶더니 이견 조정으로 또다시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27일 본회의 전까지 유치원 3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야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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