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교복' 롱패딩 인기 작년같지 않네

김영주 2018. 12.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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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늘렸지만 초겨울에 따뜻
경기 얼어붙어 지갑 더 안 열어
매출 12% 하락 .. 숏패딩도 부진
업계 "내년 어떤 상품 낼지 고민"
롱패딩. [뉴스1]
회사원 김모(46)씨는 최근 롱패딩을 사려고 서너 차례 매장을 찾았다가 계산대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지난해에는 두 자녀에게 롱패딩을 사 준 그였지만 올해는 각종 생필품값이 오르고 있는 데다 회사 사정도 여유가 없어서 수십만 원짜리 롱패딩을 사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날씨도 그리 춥지 않아서 예전에 입던 롱코트나 패딩으로 (롱패딩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폭발적 인기를 끌던 롱패딩을 비롯한 다운재킷 소비 추세가 꺾였다. 23일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다운재킷 성수기인 최근 두 달(11월 1일~12월 16일) 동안 9개(노스페이스·네파·K2·블랙야크·아이더·디스커버리·코오롱스포츠·컬럼비아·라푸마) 브랜드의 총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특히 다운재킷 시즌에 돌입하는 11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떨어졌다. 또 9개 아웃도어 브랜드의 올해(1월 1일~12월 16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해 최근 수년 동안 계속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운재킷의 부진은 롱패딩 소비가 지난해만큼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롱패딩 열풍’이 지속할 것으로 예측하고 올해 생산량을 대거 늘린 것도 한몫했다.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가 올해 생산한 롱패딩은 200만 장 이상으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다.

이종훈 디스커버리 전무는 “11월엔 날이 따뜻해 롱패딩을 팔기엔 어려운 날씨였다. 12월에 다소 회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모든 제품이 완판을 기록할 정도였는데, 올핸 12월 말까지 판매율이 6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는 올해 70만장의 다운재킷을 생산했으며, 이 중 롱패딩은 60만장이다. 지난해(29만장)보다 두배 늘어난 것으로 전체 의류 브랜드 중에서 가장 많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크게 늘어난 생산량은 독이 됐다. 이 전무는 “올해 다운(다운재킷의 충전재)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약 30% 늘었다”며 “공급 과잉으로 소비자가 ‘식상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브랜드는 ‘숏 패딩’에 올인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불안한 미래가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이맘때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잘 진행되면 주머니 사정도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며 또 “30년 만에 치르는 평창 올림픽과 맞물려 소비 상승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올해 들어 젊은 층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울 만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호화폐 폭락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10만원대 저가 롱패딩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밀레 관계자는 “40만원대 고가 롱패딩의 판매율은 올해 말까지 6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10만원대 롱패딩의 판매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위메프가 아디다스 롱패딩을 9만원 대에 내놓는 등 저가 롱패딩 추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운재킷 매출은 2000년대 이후 겨울 시즌 소비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지표로 자리 잡았다. 모든 의류 브랜드가 다운재킷을 내놓는 데다 두세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격적으로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운재킷의 비중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아웃도어 시장 규모를 4조5000억원(삼성패션연구소 추정치)으로 치자면 다운재킷의 판매액은 1조8000억원이 되는 셈이다. 캐주얼·여성 의류 등 전체 의류까지 합치면 롱패딩 비중은 지난해 20~30%에서 올해 50%로 높아졌다.

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2019년 겨울 상품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네파 이선효 대표는 “작년 이맘때는 롱패딩 물량을 어느 정도로 늘려야 할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내년에도 롱패딩을 주력으로 끌고 가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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