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영씨' 고봉수 감독 "소시민·약자 이야기, 전공은 코미디"

2018. 12.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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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수 감독 [인디스토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영화에 어떤 주제를 담으려고 의도하진 않아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늘 소시민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로 가 있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 것 같아요."

'델타 보이즈'(2016년), '튼튼이의 모험'(2017년)으로 유머 넘치고 따뜻한 감성의 작품 세계를 선보인 고봉수 감독은 한국영화계가 주목하는 독립영화 감독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독립영화 감독에서 본격적인 상업영화 감독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섰다.

쌍천만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대표로 있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한국형 히어로물 '봉수만수' 메가폰을 잡기로 하고 현재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한다.

고 감독은 내년 '봉수만수'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또 한편의 단편영화 '다영씨'를 선보였다.

22일 통인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고 감독은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사흘 촬영해서 완성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작 '튼튼이의 모험'을 2천만원으로 제작한 고 감독은 이번에는 고작 100만원으로 '다영씨'를 제작하는 괴력을 보였다. 제작비 중 오토바이 대여료가 출혈이 가장 컸단다.

'다영씨' [인디스토리 제공]

소시민·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감동과 코미디를 녹여낸 특유의 작품 세계는 여전하지만 '다영씨'는 무성 흑백영화다. 고 감독도 10여년 전 2분짜리 습작을 만든 이후 무성 흑백영화를 만들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연을 맡은 신민재 배우가 제 습작을 본 적이 있어요. 저에게 꼭 무성 흑백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또 멜로 영화 주인공을 맡고 싶다고 했어요. 신민재 배우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맞춤형으로 만들었죠."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신민재 경험을 각색했다.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민재는 자주 가던 사무실 여직원을 좋아했지만 끝내 고백은 하지 못했고, 그 여직원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고 한다.

영화 속 '민재'(신민재 분) 역시 중소기업 사무실의 비정규직 여직원 '다영'(이호정 분)을 좋아한다. 말없이 돌아선 신민재와 달리 '민재'는 다영 씨에게 접근하기 위해 택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다영 씨가 일하는 회사에 월급 50만원을 받고 말단 직원으로 취업한다.

"영화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생각하며 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길 권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거든요. 영화를 보고 서로 고맙다는 말도 하고, 좋아하던 사람에게 사랑 고백도 하고 그런 일들이 벌어졌으면 좋겠어요."

고봉수 감독 [인디스토리 제공]

주연을 맡은 신민재를 비롯해 백승환, 김충길은 이른바 '고봉수 사단' 배우들이다. 이들은 돌아가며 고 감독 작품 주인공을 맡기로 유명하다. 전작 '튼튼이의 모험'은 김충길이, '델타 보이즈'는 백승환이 주인공이다.

십년지기 친구인 세 사람은 2015년 단편영화 '쥐포'에서 고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고 감독 작품에는 빠지지 않고 이들이 출연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한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가리지 않고 세 사람과는 무조건 같이 갈 겁니다. '봉수만수'도 예외가 아니죠. 물론 투자자로선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를 원하니까 아직 주연으로 쓰진 못하겠죠. 하지만 비중 있는 조연을 맡길 생각이에요."

'튼튼이의 모험'이 호평을 받은 이후 세 사람에게도 출연 제의가 잦아졌다고 한다. 김충길은 tvN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 캐스팅됐고, 신민재는 '스타빌리지' 소속 배우가 됐다.

"세 사람이 이제 꽤 바빠졌어요. 김충길 배우는 '아스달 연대기' 때문에 제가 얼마 전 촬영한 '우리 마을'에 출연하지 못했죠. 저희끼리 술을 마시면 항상 '너희가 빨리 유명해져서 제작사나 투자사에서 환영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요."

고봉수 감독 [인디스토리 제공]

고 감독은 '봉수만수' 촬영에 들어가기 전 독립영화 두 편을 더 발표할 계획이다. 한 편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 로맨틱 코미디 '갈까부다'이고, 다른 한편은 코믹 액션 '우리 마을'.

'갈까부다'는 고 감독이 주인공을 맡았다. 본인 경험을 녹여낸 비극 로맨스 영화로 내년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다.

'우리 마을' 주연 배우는 고 감독 삼촌이자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고성완 씨다. '튼튼이의 모험'에 레슬링부 코치로 출연해 전문배우 뺨치는 연기를 선보이더니 주연 배우까지 꿰찼다.

고 감독은 상업영화를 맡더라도 독립영화는 계속 선보일 생각이다. 독립영화를 해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한다.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 않아 실감은 안 나지만 벌써 어깨가 천근만근이죠. 상업영화는 자본이 들어가고 대중에게 보여주는 작품이니까 제 취향은 배제할 수밖에 없잖아요.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죠. 반면 독립영화는 제 취향을 녹일 수 있으니까 과정 자체가 즐겁죠. 앞으로도 상업영화를 하는 중간중간 독립영화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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