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

이종림 객원기자 입력 2018. 12.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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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 어른이나 설레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가 가장 기다리는 축제입니다. 과연 지구 뿐일까요? 때로는 우주라는 공간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축하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우주라는 공간과 맞물린 색다른 크리스마스의 풍경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우주에서 본 크리스마스 이브의 지구

1968년 12월 21일 우주로 쏘아올린 아폴로 8호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우주 탐사를 수행한 첫 번째 우주선이 됐습니다. 아폴로 8호가 우주에서 촬영한 사진 한 장은 20세기 지구에 전달된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습니다.  

1968년 12월24일 아폴로8호가 찍은 ‘지구돋이(Earthrise)’. NASA

당시 아폴로 8호가 발사 후 며칠이 지나 달을 선회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방향의 변화가 일어나 지구가 그들의 시야로 들어왔습니다. 함께 있던 3명의 우주비행사 중 한 사람인 빌 앤더스는 그 순간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크리스마스이브의 지구를 촬영했습니다. 우주에 떠있는 지구는 파란색과 흰색이 섞여 아름답게 빛납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우주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 계기가 됐습니다.

같은 날 우주비행사들은 달 궤도에서 성경 창세기 1장의 1절부터 10절까지 낭독했습니다. 그 모습은 TV를 통해 미국 전역으로 중계됐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로부터 7개월 후,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기에 이릅니다. 1968년 크리스마스 이브 달에서 아폴로 8의 역사적인 방송 바로보기.

빈 캔으로 만든 트리에 숨은 사연은?

인류가 우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우주에서 더 오랜 시간을 안전하게 머무는 게 과제가 됐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는 아폴로 계획이 끝나고 남은 로켓인 새턴V를 개조해 스카이랩을 제작했습니다. 길이 17.5m, 지름 6.7m, 총무게 74.7t, 내부 공간의 크기 270평방미터의 거대한 크기의 우주정거장입니다. 넓은 내부에 각종 실험시설을 포함해 침실, 냉장고, 샤워시설, 화장실, 운동 기구 등을 설치했습니다.

3명의 우주비행사들이 1973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스카이랩 4호에 탑승했습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즉흥적으로 축하하는 기념물을 만들었는데요. 바로 우주식량을 담았던 빈 통조림을 활용해 만든 트리입니다.

1973년 우주에서 만든 크리스마스 캔 트리. NASA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트리로 보이지만, 우주비행사들의 반란을 알리는 서막이었습니다. 이들은 빡빡한 탐사 일정에 지친 나머지 24시간 동안 지구 관제센터와의 통신을 끊고 임무 수행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우주 체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매일 20시간씩 근무하며, 실험을 마치고 다음 실험을 수행하기 전에 정신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없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반기를 든 것이죠.

결국 임무 수행에 대한 합의가 원활히 이뤄져 비행사들은 태양과 지구를 연구하고 여가를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비행사 중 한 명인 윌리엄 포그는 당시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지구 관제센터에서 우리의 불평을 무기력함이나 우울증으로 생각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탐사 후반에 태양과 지구, 나 자신에 대해 연구할 시간이 생기면서 훨씬 더 즐겁게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스카이랩. NASA

크리스마스 카드에 로켓 그림이?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크리스마스 카드에 자랑스럽게 그려진 추억의 로켓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47년 세워진 호주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의 우메라(Woomera)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켓을 발사하는 기지입니다. 40년대 후반에 제작된 카드에는 사막의 우메라 기지 위에 V2 로켓이 그러져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독일군은 V2로켓으로 영국에 공격을 가했습니다. 길이 14m, 무게 13t에 최대 속도가 음속의 4배 가까운 시속 5760km, 항속 거리는 330km에 달합니다. 탄두에 1t에 가까운 폭탄들을 싣고 와 공중에서 투하하는 방식입니다.

대량으로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인 V2가 가장 평화로운 연말연시에 주고받는 카드 앞면을 장식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합니다. 그런데 이 탄도미사일은 미국의 우주 개척시대를 연 주역이기도 합니다. V2을 개발한 사람은 독일의 로켓 공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입니다. 그는 히틀러의 지원 아래 로켓 개발에 전념했습니다.

V2의 폭격에도 독일이 전쟁에서 졌고,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은 V2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습니다. 결국 V2의 기술 전쟁에서는 미국이 승리했습니다. V2를 개발했던 폰 브라운은 자신의 연구진과 함께 미국으로 갑니다. 그리고 1958년부터 NASA의 책임자로 임명돼 앞서 소개한 스카이랩의 전신이자 아폴로 계획을 주도한 새턴V를 개발하며 미국의 우주로켓 사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평화와 전쟁이 공존하는 1940년대 우메라 카드. 마틴 위머

소련은 V2는 놓쳤지만,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리며 냉전시대 초반 맹렬히 미국을 앞서갔습니다. 소련의 옛 빈티지 크리스마스 카드에도 우주의 흔적이 종종 나타납니다. 한 카드를 살펴보면, 산타클로스가 우주에서 루돌프 대신 세 우주선에 의지해 썰매를 끌고 있는데요. 이 엄청난 우주선들은 당시 소련의 우주개발계획을 견인한 보스토크, 보스후트, 소유즈입니다. 크리스마스 행사를 권장하지 않는 소련에서도 크리스마스 카드 속에 우주에 대한 열망을 함께 담아낸 모습이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우주를 테마로 한 옛 소련의 빈티지 크리스마스 카드. http://www.mazaika.com

올해 ISS의 크리스마스는 엘프와 함께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우주에서는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까요? 지난 12월 3일 카자흐스탄에서 소유즈호가 발사됐습니다. 이때 우주로 떠난 NASA의 우주비행사 3명은 현재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중 앤 맥클레인은 그녀의 아들을 비롯해 우주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어린이를 위해 크리스마스 엘프 인형을 데려갔습니다.

크리스마스 엘프는 산타클로스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동화 속 요정입니다. 엘프는 매일 집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밤마다 북극에 사는 산타에게 찾아가서 아이가 착하게 지내는지, 크리스마스 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등을 알려주고 옵니다. 

우주 정거장에 진출한 엘프는 우주 비행사들의 생활을 매일 지켜보며 그들의 탐사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음을 맥클레인의 트위터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ISS의 영하 80도의 실험실 냉동고가 북극보다 차갑다며 호기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도 지구 밖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ISS의 냉동고인 MELFI 옆에 있는 엘프. 앤 맥클레인

참고 

http://libcom.org/history/1973-skylab-4-mutiny 
https://www.space.com/42771-elf-on-a-shelf-in-space-astronaut-photos.html 
https://medium.com/teamindus/how-astronauts-celebrate-christmas-af7e11e0b021 http://www.v2rocket.com/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TV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기자들’에 출연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에 관심이 많다. 

[이종림 객원기자 lumen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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