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받는 암 환자, '프로바이오틱스'로 장 손상 막을 수 있다

이에스더 2018. 12.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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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이오틱스가 항암치료 중에 장 손상을 예방해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항암제 투여나 방사선 조사 등 항암치료를 받을 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장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분비하는 젖산이 장 줄기세포를 활성화하고 소장 점막 상피층을 복원해 복통과 설사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권미나 교수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했더니 젖산이 증가해 장 줄기세포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줄기세포의 활발한 분화로 장 조직세포가 많아져 소장 점막 상피층이 발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조사를 받은 생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인 결과, 소장 점막 상피층이 복원됐고 복통과 설사 증상이 빠르게 회복됐다고 전했다.

암 환자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소장 점막 상피층이 가장 먼저 손상된다. 이 때문에 설사와 복통 증상이 뒤따라 지사제를 복용하고 전해질을 보충하는 등 사후 치료를 받게 된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암 환자들의 항암치료 후 소장 점막 상피세포 손상을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권 교수팀은 장 손상 생쥐 모델 실험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입한 생쥐와 그렇지 않은 생쥐를 관찰한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생쥐에서 장 줄기세포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장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파네트세포, 상피세포, 점액분비세포 등)의 수와 기능도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항암제와 방사선으로 장 손상을 유발한 상태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자, 장 줄기세포가 보호되고 소장 점막 상피세포 손상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관찰했다.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아예 섭취하지 않은 그룹에서는 장 줄기세포의 증식과 분화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했다. 또 장 손상 이후 5일째 경과를 관찰했더니 장 줄기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설사와 복통도 악화된 것을 확인했다.

권 교수팀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생쥐의 소장 점막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장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물질(Wnt3 사이토카인)이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나오는 젖산의 신호로 조절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장 줄기세포 주변에는 파네트세포와 기질세포가 있는데 이 안의 젖산수용체가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분비하는 젖산을 만나 활성화되면, 신호물질(Wnt3 사이토카인)이 분비돼 장 줄기세포가 증식하고 분화하는 것이다. 이 젖산수용체를 인위적으로 결손시킨 생쥐는 젖산 신호를 받지 못해 신호물질 분비가 크게 줄어든 점이 확인됐다. 젖산이 장 줄기세포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임이 재차 입증된 것이다.
Wnt3 사이토카인은 장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전달체계로 이를 조절하는 여러 기전이 장 줄기세포 주변의 미세환경을 구성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번 연구로 프로바이오틱스에서 유래되는 젖산이 해당 조절 기전 중 하나임이 밝혀졌다.
항암 치료를 받는 암 환자는 장 세포 손상으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흔히 겪는다. [중앙포토]

지금까지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건강보조식품으로 활발히 출시되어 오고 있지만, 장 줄기세포와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는 전무했다. 이번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입증하는 근거로 젖산의 장 줄기세포 조절 작용을 정확히 규명해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책임자인 권미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분비하는 젖산이 장 줄기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조절하는 기전임을 증명한 기초연구”라며“향후 후속 임상연구를 거쳐, 프로바이오틱스로 항암과 방사선 치료에 의한 장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 암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 12월 호에 게재됐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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