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레드' 주연 정보석, "트라우마 남긴 작품,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재도전"

김형중 2018. 12.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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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드'에서 주인공 마크 로스코 역을 맡은 배우 정보석. "무대에 오르기 전의 숨막히는 긴장감, 온전한 몰입, 그리고 끝난 후의 나른함이 있어 연극이 좋다"고 말한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연기자가 되겠다'고 부모한테 이야기하면 매우 심하게(?) 야단 맞던 시절이 있었다.

친숙함의 대명사인 배우 정보석(56)도 '그 시절' 출신이다. "연영과 가겠다고 했다가 아버지한테 맞아 죽을 뻔 했지요."(웃음)

1986년 KBS 특집극 '백마고지'로 데뷔한 이래 무수한 드라마와 영화, 시트콤, 연극에 출연한 그는 요즘 연극 '레드(RED)'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015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주인공 마크 로스코 역을 맡았다.

미국 작가 존 로건의 작품인 '레드'는 색면추상의 대가인 화가 마크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이다. 구시대를 상징하는 마크 로스코와 신세대를 대변하는 켄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예술이 왜 필요한가'와 '인간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철학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에게 '레드'는 사실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준 작품이다.

"당시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어서 사실 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대본을 딱 외우자마자 무대에 섰던 거예요. 첫 날 공연장으로 가는데 얼마나 걱정되던지 '아, 차라리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웃음)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건만 그에게는 갓 데뷔한 신인같은 순수함과 진솔함이 진동한다. 요샛 말로 솔직함의 '끝판왕'이다.

"아쉬움이 너~무 많았어요. 무엇보다 관객 여러분들께 죄송했지요. 마크 로스코가 누군지도 잘 모른 채 공연을 끝냈으니 얼마나 창피했겠어요. 오죽했으면 공연장 뒷문으로 몰래 출입했다니까요."

무의식 속에 '레드'의 앙금을 간직하고 지내던 중 지난 6월 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레드' 다시 할 건데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다시 해서 좀 잘해볼까'란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런데 전화하려고 하면 숨이 콱 막히는 거에요."

차일피일 답변을 미뤘더니 전화가 또 왔다. "대본 다시 읽어보고 답을 주겠다"고 무마한 뒤 꼼꼼히 정독했다. 두 번 읽고 났더니 3년 전에는 안 보였던 게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용기가 생겼다.

"이 작품으로 꼬였으니 이 작품으로 풀어야겠다,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공연장이 자유소극장인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작품과 굉장히 잘 맞는 공간이거든요. 그래, 한번 다시 해보자, 3년 전의 죄송함을 조금이라도 씻어내자고 결심했죠."

◇배우 정보석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면 훨씬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그가 새롭게 본 것은 주인공 마크 로스코다.

"3년 전에는 이 양반이 뭘 고민하는건지 솔직히 몰랐어요. 이번에 찬찬히 읽어보니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인간 내면의 진짜 모습, 껍데기가 아닌 속 알갱이, 삶의 진리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걸 그림을 통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죠. 그럼 도대체 그 진짜가 뭐냐? 그건 각자 고민해서 자기 힘으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거죠."

극중 마크 로스코의 대사처럼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한 과정 속에 있다. 젊은 심장을 뛰게 하던 희망도 어느 순간 진부해진다. 구세대는 신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지만 거기엔 욕망과 갈등과 고통이 수반된다.

연극에서는 구세대를 대표하는 마크 로스코 역을 맡았지만 배우 정보석의 현실 마음은 신세대인 조수 켄 쪽에 가깝다.

"대학졸업 작품 때 주연을 맡았는데 얼마나 못했던지 선배들이 '너 절대 배우하지 마라'라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을 들었던게 약이 됐던 것 같아요. 지금도 부족한 게 많지요. 여전히 배우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연기할 때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려고 노력해요. '날 것'의 에너지를 담으려고 애씁니다. 연기가 틀에 갖히면 안되니까요."

인터뷰 내내 이 배우가 드라마 '하늘아 하늘아'(1988) '지리산'(1989) '여자의 남자'(1993) '자이언트'(2010),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 영화 '그 후로도 오랫동안'(1989) '오! 수정'(2000) 등 굵직굵직한 히트작에서 30년 넘게 '천의 얼굴'을 보여준 정보석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롱런하는 배우에게는 다 이유가 있다.

정보석이 출연하는 연극 '레드'는 내년 1월 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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