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현지 장마감 맞춰 '심야근무'..펀드 기준가격 산정 오류 3배 늘었다

김은성 기자 2018. 12. 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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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새벽 근무에 지쳐 매년 30% 퇴사…3년 미만 경력자만 71%나 달해
ㆍ신뢰 문제와 직결된 기준가 산정…당국, 익일 반영 개선안 내달 발표

펀드 기준가격 산정 오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펀드가 급증하면서 한밤에 기준가격을 산정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노동강도를 이기지 못해 숙련된 인력들이 대거 이탈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펀드 기준가격 산정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펀드 기준가격 공시는 하루 늦춰지게 된다.

16일 펀드인프라산업노동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가 오류 건수는 711건으로 2016년(201건)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펀드 기준가 오류는 해외펀드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기준가 오류 펀드의 72.3%(514건)는 해외펀드였다. 국내펀드는 장이 마감된 직후인 오후 4~6시 사이에 기준가가 산정되지만 해외펀드는 투자대상 해외시장의 장 마감 시간을 기다려 새벽 1~2시에 마감된다. 펀드 기준가는 펀드를 사고팔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이다. 펀드의 기준가는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의 종가를 일일이 확인한 뒤 이를 다시 일정한 계산식에 대입해 구한다. 투자대상 나라마다 장 마감 시간이 다르고 채권, 원자재, 파생상품 등 투자상품에 따라서도 장 마감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펀드 기준가를 산정하려면 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

펀드 기준가 산정은 하나펀드서비스, 신한아이타스,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우리펀드서비스 등 사무관리회사가 담당한다. 문제는 기준가 산정이 새벽에 이뤄지면서 노동자들도 이틀에 한 번은 자정을 넘겨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강도가 원채 높다 보니 매년 3명 중 1명이 퇴사하고, 그러다 보니 3년 미만 경력자가 71.4%에 달한다. 기준가 산정에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투자협회 가이드라인은 오후 7시까지 체결된 거래까지만 산정하도록 돼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시간에 쫓기며 자정을 넘겨 산정된 기준가는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공시된 후 자산운용사와 수탁회사가 검증을 한다. 이 검증에서 오류펀드가 종종 발견된다. 영업 개시 전 공시한 뒤 검증하는 현행 구조는 주요국 중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선진국은 대부분 기준가 산정 종료 시점을 명확히 정해(컷오프) 검증한 뒤 공시를 한다. 안정성과 정확성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오후 6시쯤 기준가 산정이 이뤄진다. 다만 이렇게 되면 기준가 공시는 다음날이 아닌 그 다음날(익일)이 된다. 채 반영되지 못한 종가를 반영하고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펀드인프라노조협의회는 “해외펀드 종가 및 매매체결 내역은 검증 후 익일에 반영하고, 국내펀드는 오후 4시 산정해 이후 거래내역은 다음날 기준가 계산 때 검증 후 공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자산운영업계에서는 해외 주가지수에 바로 연동되는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혼선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과 시차가 같거나 크지 않은 나라에 비해 기준가 반영이 늦춰지면 주가의 급등락이나 큰 이벤트 등에 대응할 수 없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워낙 상품이 다양화되고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선안은 가이드라인이 될지, 규정이 될지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며 “펀드산업과 관련된 개선안과 함께 발표될 예정”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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