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부 해명..신총장 직무정지 진실은?

원호섭,김윤진 2018. 12. 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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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거액연구비 지불했는데
장비 사용실적 턱없이 부족해"
과학계 "장비 이용 논문만 22편
해외 공동연구 무지" 비판
LBNL에 자료 요청도 안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성철 KAIST 총장 직무 정지를 요구할 때 이유로 제시한 주장에 대해 오류 지적, 의문 제기가 계속되면서 논란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논란의 정점에 선 것 중 하나는 미국 연구기관에 거액의 사용료를 지불했음에도 장비 사용 실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 시절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X선 현미경(XM-1)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 LBNL에 연구비 거액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거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조사 결과 2015년 이전에는 XM-1 사용 실적이 전혀 없었고 이후에도 1년에 단 2주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DGIST가 XM-1 사용이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거액의 연구비를 보낸 게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LBNL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과학자는 16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과기정통부의 XM-1 사용 시간 조사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이전에 한국 과학자들이 XM-1을 사용한 실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A과학자는 "2015년 이전에는 DGIST에서 시료를 만들어 이를 LBNL에 보낸 뒤 LBNL연구자들이 XM-1을 사용해 시료를 분석했다"며 "한국 연구자가 직접 LBNL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XM-1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과기정통부 주장은 무리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라고 주장했다.

LBNL에 따르면 DGIST와 LBNL이 공동 연구를 하면서 지금까지 논문 22편이 발표됐다. 이 중 2015년까지 XM-1을 사용해 나온 논문이 16편이나 된다.

A과학자는 "2016년 이후 1년에 2주만 XM-1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2주간 XM-1을 사용했다는 것은 최소 한두 달 이상 국내 연구원이 미국에 체류하며 LBNL 연구자와 공동 연구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XM-1을 무상 사용하려면 LBNL에 과제 제안서를 보낸 뒤 약 3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5일 정도 사용 시간을 받아낼 수 있다. 제안서를 제출한 뒤 사용 허가가 떨어지는 데까지 대략 6개월~1년이 걸린다고 한다.

XM-1은 LBNL에 있는 200m 둘레 방사광가속기에서 발생하는 빛을 이용해 물질의 자기구조를 파악하는 장비다. XM-1 크기가 수m에 달하는 만큼 유지·보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A과학자는 "1년에 한두 달 정도는 문을 닫고 장비를 해체해 보수·정비를 한다"며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개별 장비 유지·보수 시간과 기관 사정 등을 고려하면 1년에 이 장비를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6개월 정도다. 이 때문에 DGIST가 XM-1 사용 가능 시간의 50%를 확보했다는 것은 하루에 6시간 XM-1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3개월가량 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A과학자는"DGIST가 이 같은 사용 시간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많은 국내 연구자가 DGIST와 협업하기를 원했고 실제로 여러 과학자가 LBNL을 방문해 XM-1을 사용하면서 선진 연구를 배울 수 있었다"며 "국내 연구에 도움이 많이 된 국제 공동연구가 폄하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연구개발(R&D)과 해외 공동 연구에 대한 무지가 불러온 성급하고 무리한 조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XM-1 사용 시간과 관련해 LBNL 측에 관련 자료를 공식으로 요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연구자들에 대한 출입국 자료와 연구 보고서 등을 통한 조사로 충분했다는 게 과기정통부 입장이다.

이에 B교수는 "사용 시간을 조사하려면 LBNL 측 자료가 우선인데 이를 확인하지 않고 문제가 있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다른 조사 결과는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KAIST 이사회가 끝난 뒤 LBNL은 매일경제신문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DGIST와 LBNL간 협력 연구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면계약'에 대한 과기정통부 대응도 논란거리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3일 긴급 브리핑을 하고 "이면계약이 문제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한 방송 매체는 처음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DGIST가 LBNL과 '이면계약(이중계약)'을 한 것이 문제라고 했고 과기정통부 감사관은 대변인실을 통해 "보도는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13일 과기정통부가 배포한 자료 중 '장비 사용료 및 특혜 채용 흐름도'에도 '이중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부분이 버젓이 나와 있다. 그런데도 말을 바꾼 것이다.

또 다른 논란은 신 총장 제자이자 2012년부터 LBNL에서 박사 후 연구원과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 모 박사에 대한 우회 지원 여부다. 과기정통부는 DGIST 연구비가 부당하게 LBNL 측으로 넘어갔고 이 금액 일부가 임 모 박사 인건비로 사용된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LBNL은 이에 대해 "임 모 박사 인건비는 절차와 규정에 따라 지급됐다"며 "규정에 어긋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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