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당구챔프' 히다·스롱피아비·강지은의 '유쾌한 수다'

입력 2018. 12. 16. 07:06 수정 2018. 12.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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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WPBL 시상식장서 세 선수 공동 인터뷰
히다 "한국서 좋은 경험, 日 돌아가도 잊지못할 것'
스롱피아비 "챔피언결정전 부진, 미안한 마음에 눈물"
강지은 "두 선수 너무 잘해, 비교되는 것 같아 부담"
"2018 알바몬 여자프리미어당구리그(이하 WPBL)" 심리스 팀 소속으로 통합우승을 달성한 (왼쪽부터) 스롱 피아비, 히다 오리에, 강지은.

[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4회 우승에 빛나는 여자 3쿠션 ‘살아있는 전설’ 히다 오리에(43), 아시아여자3쿠션 여왕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28), 지난해 선수 데뷔 5개월 만에 전국대회(정읍 단풍미인배) 정상에 오른 ‘떠오르는 신성’ 강지은(26). 나이도 국적도 모두 다른 세 선수가 ‘2018 알바몬 여자프리미어당구리그(이하 WPBL)’ 심리스 팀으로 만났다.

세 선수의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다. 심리스는 WPBL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휩쓸며 초대챔피언에 올랐다. 통합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 14일, WPBL 시상식이 열렸던 서울 서초구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세 선수와 공동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스롱 피아비 선수는 한국 말로, 히다 선수는 이실 당구심판의 통역과 간간이 강지은 선수의 도움으로 약 40분 가량 진행됐다.

(왼쪽부터) 스롱 피아비, 강지은, 히다 오리에가 지난 14일 WPBL 시상식이 열렸던 서울시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세 선수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히다 오리에(이하 히다)=지은이는 첫 인상이 무서워보였다. 하하. 피아비는 예전에 미국 뉴욕 ‘제니퍼심’ 인터내셔널대회에서 두 번 정도 만난 적 있어서 낯설지는 않았다.

△스롱 피아비(이하 피아비)=세계적인 선수인 히다 언니와 같은 팀으로 만났을 때 기뻤다. 지은이는 예전에 아마추어때 시합에서 몇 번 만난 적 있었다. 같은 팀이 돼서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아직 친해졌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농담이다. 하하.

△강지은(이하 지은)=(피아비를 흘겨보며)피아비, 나랑 안 친하다고? 처음 같은 팀으로 만났을 때 피아비가 먼저 친구하자고 하더라(스롱 피아비 1990년생, 강지은 1992년생). 그래서 말을 편하게 했다. 그런데 피아비가 갈수록 한국 말이 늘더니 이제와서 나한테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더라. 물론 아직도 언니라고 부르지는 않고 있다. 하하.

◆대회 시작 전부터 우승후보로 손꼽혔다. 이런 평가가 부담이 되지 않았나.

△피아비=처음에는 ‘우리가 우승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위에서 우리를 우승후보로 지목한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힘이 됐다.

강지은은 "피아비와 히다 언니가 워낙 잘해서 "묻어간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다"며 대회 내내 겪었던 부담감에 대해 토로했다.

◆결국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14승1패)으로 1위를 했다.

△히다=생각보다 성적이 너무 좋게 나와서 놀랐다. 팀 구성이 좋아서 내심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우리가 이 정도로 잘 할 줄 몰랐다.

△지은=솔직히 나는 시즌 내내 부담감이 심했다. 피아비와 히다 언니가 워낙 잘해서 ‘묻어간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더구나 1차리그에서 전승을 거둔 이후 개인성적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갈수록 자신감도 떨어져 갔다.

◆그래도 강지은 선수의 정규리그 개인성적이 8승7패로 나쁘지 않다.

△지은=피아비, 히다 언니가 같은 팀이라, 그 두 선수와 안 붙어서 그런 것 같다. 하하. 사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쉬움도 조금 남는다.

◆정규리그 초중반까지 히다 선수의 연승행진이 화제였다. 3차리그까지 단 한번의 패배도 없이 개인전적 9연승을 기록했다.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기세였는데.

△히다=사실 계속해서 이기니까 걱정이 됐다. ‘언젠가는 질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연승하는 과정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이미래(벤투스), 김민아(파워풀엑스)에게 지면서 연패에 빠졌다. 그런데 오히려 속은 후련하더라. 두 선수 모두 좋은 플레이로 나를 이겼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파워풀엑스(김민아 이신영 하야시 나미코)와 맞붙었던 챔피언결정전 얘기를 해보겠다. 1~2일차까지 4승2패로 앞서고 있었다.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둔 상태에서 4승4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어떤 심정이었나?

△지은=경기를 즐기면서 해야했는데 그렇게 못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너무 승부만 생각한 게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같다.

△피아비=내가 너무 이기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나 자책했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에 나올 히다 언니를 믿었기 때문에 질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히다=3일차 첫 경기에서 지은이 컨디션이 좋아보여서 ‘잘하면 쉽게 이길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상대 팀 나미코(하야시 나미코)가 대단한 활약을 해 챔피언전이 어려워졌다. 특히 나미코가 지은이를 상대로 친 하이런 8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경기에 나서야 했던 히다 오리에는 "내가 잘 쳐야 되겠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히다 선수는 그 부담되는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나?

△히다=내가 잘 쳐야 되겠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 경기는 토너먼트 대회 결승전이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마지막 경기에 임하기 직전에는 눈빛이 달라보였는데.

△히다=이신영 선수에게는 예전 세계선수권에서 진 적 있어서 더 좋은 플레이를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 마음가짐과 마지막 경기라는 중압감 때문에 눈빛이 달라보이지 않았을까.

◆이 경기를 밖에서 지켜봤던 선수들은 심정이 어땠나.

△지은=속으로 ‘난리났다’고 계속 생각했다. 그런데 히다 언니가 그 경기를 너무 잘해서 2세트 즈음에는 안정감마저 느껴지더라.

△피아비=차리라 안 보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정규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킨 스롱 피아비는 "챔피언결정전 내내 부진해서 히다 언니와 지은이를 볼 낯이 없었다"며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우승이 확정된 뒤 피아비 선수는 히다 선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던데.

△피아비=내가 챔피언결정전 내내 부진해서 히다 언니와 지은이를 볼 낯이 없었다. 나때문에 어려운 경기를 하게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소감은.

△피아비=좋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우승까지 해서 너무나 기쁘다.

△지은=대회가 다 끝나서 시원섭섭하다.

△히다=오랜 시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큰 일을 하나 끝냈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은=(한 치의 망설이도 없이) 팀워크가 좋았기 때문이다.

△피아비=히다 언니의 안정감 있는 플레이가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히다=지은이하고 같이 짰던 오더(경기순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팀 오더는 지은이가 먼저 짠 뒤에 우리끼리 상의해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대회 내내 얘기를 나눠보면 세 선수 모두 ‘팀워크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좋은 팀워크의 비결은.

△지은=우리 팀은 대회를 치르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식사를 꼭 같이 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팀워크가 좋아졌다.

지난 13일 서울시 금천구 빌리어즈TV 스튜디오에서 열린 WPBL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경기에서 심리스의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세 선수 모두 WPBL을 통해 큰 액수의 상금(스롱 피아비 1,560만원, 히다 오리에 1,500만원, 강지은 1,070만원, 팀 우승상금 2,000만원)을 획득했다. 어디에 쓸 계획인가?

△피아비=캄보디아에 기부하려고 구충제 1000만원어치를 사놨다. 내년 1월 캄보디아에 갈 때 전달할 생각이다. 또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다.

△지은=일단 엄마에게 일부 드리고 저축도 할 생각이다. 나머지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

△히다=아직 상금을 어떻게 쓸지 결정 안했다. 그렇지만 일단은 쇼핑을 좀 하고 싶다. 그런데 양국을 왔다갔다하면서 경비가 많이 들어 생각보다 상금이 많이 남을 것 같지 않다. 하하.

(인터뷰 말미에 히다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기자를 붙잡았다)

△히다_한국에서 경기하면서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일본으로 돌아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특히 (울먹이는 목소리로) 피아비와 지은이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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