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신드롬.. 순수·배려 그리고 '흙수저의 아이콘'

김성훈1 기자 2018. 12. 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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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팬이 ‘박 감독,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와 사진이 담긴 응원판을 들고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VNexpress 제공
박항서 베트남대표팀 감독이 선수를 안고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VNexpress 제공

脫권위에 서민적인 말과 행동

수평적 리더십으로 감동 선사

오직 실력으로 자신 가치 입증

15일 스즈키컵 결승 2차전

베트남, 10년만에 우승 도전

티켓 4만장 1시간만에 동나

베트남이 15일 오후 9시 30분 홈인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치른다. 지난 11일 열린 결승 1차전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긴 베트남은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이기거나 0-0 또는 1-1로 비기기만 해도 원정 다득점 우선원칙에 따라 우승한다.

1차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기에 베트남은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기대, 아니 확신하고 있다. 베트남 전역은 들뜬 축제 분위기이며, 베트남 국민과 언론의 눈과 귀는 박항서(59) 감독을 향하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사령탑을 맡은 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그리고 스즈키컵 결승 진출을 베트남에 ‘선물’했다. 이제 1경기 남았다.

스즈키컵은 동남아시아 국가가 참여하는 축구대회. 격년제로 열리며 올해는 제12회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10개국이 참가했다. 동남아에선 아시안컵, 아시안게임보다 스즈키컵이 더 중요한 이벤트. 그래서 동남아의 월드컵에 비유된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1차전의 관중은 8만7000여 명에 이르렀다. 베트남 주요 도시는 물론 소도시에서도 열띤 응원전이 전개됐다.

4만 장의 2차전 티켓은 현장 판매 1시간 만에 동났다.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주석, 2위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 국가 주요 수반도 총출동해 박 감독과 대표팀을 격려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말레이시아의 열기도 베트남 못지않게 뜨겁다. 비록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말레이시아는 역전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2차전에 보다 많은 팬이 원정응원을 펼칠 수 있도록 항공편 4개를 증편했다. 늘어난 항공편 티켓 가격은 일반티켓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전이 열리는 미딘국립경기장은 ‘원정팀의 무덤’. 박 감독이 부임한 뒤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치른 4차례 A매치에서 베트남은 3승 1무를 거뒀다. 베트남 국민이 우승을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박 감독이다. 그는 탁월한 지도력으로 축구변방으로 분류됐던 베트남을 단기간에 동남아 최강,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조련했다. 그리고 그의 따뜻한 마음씨에 매료됐다. 박 감독은 꾸밈없는 순수함, 나보다 선수를 우선하는 배려심, 서민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베트남 국민의 영웅이자 정신적인 지도자로 떠올랐다.

박항서 신드롬의 요체는 ‘탈권위’에 있다. 박 감독은 천진난만하게 선수들, 베트남 국민에게 다가간다. 부상 선수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쌓인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발을 마사지해주며, 선수들이 먼저 입국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입국 심사 대기 줄의 맨 끝에 선 모습 등은 베트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찬사를 받았다. 박 감독은 또 실수하더라도 꾸짖기보다 “다음엔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의 ‘수평적 리더십’에 베트남은 열광하고 있다.

국내 축구팬, 스포츠팬들에게도 박 감독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흙수저’에 비유할 수 있기 때문. 박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주목받지 못했다. 스타덤과는 인연이 없었고, 지명도에서 밀려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베트남대표팀을 맡은 뒤 오직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SBS가 지상파방송으론 이례적으로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생중계하는 것도 국내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조치. 1차전은 케이블채널인 SBS스포츠가 중계했고, 4.706%의 높은 시청률을 남겼다. 프로야구를 포함해 케이블채널에서 중계한 올해 스포츠 경기 중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는 공정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박항서 신드롬은 공정 사회를 바라는 열망의 연장선에 있다”며 “낙하선 인사, 부정 취업 등 박탈감을 느낄 만한 사례가 누적되면서 박 감독으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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